[KOSPI] ‘10%룰’족쇄 벗어난 국민연금 어떤 종목이 선택받을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속칭‘10%룰’규제가 풀렸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추가로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기관투자가 ‘큰손’들은 아무리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도 지분율을 9%대로 관리했다. 과거 자본시장법에선 특정 종목의 지분율이 10% 이상인 주주는 단 1주를 사고팔더라도 매매 내역을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속칭 ‘10%룰’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는 국민연금 직원이 지분 변동을 일일이 공시하기가 번거로웠다. 투자 전략이 노출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8월 29일부터 국민연금 등 공익 성격 기관투자가들의 10% 이상 보유 지분 즉시 공시 의무가 면제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특정 종목에 10% 이상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트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10%룰’ 족쇄에서 벗어나자마자 6종목의 지분율을 10% 넘게 끌어올렸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종목 수급에 긍정적이다”라고 전망했다.


지분 9% 이상 종목 수급 개선 가능성 높아
10%룰 해제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자문기구인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국내 주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대폭 강화하고 투자 기업 경영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과 관련한 주요 프로젝트에 연기금이 개입을 확대하는 연금사회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 등에 대해선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 20곳 중 국민연금이 1대 혹은 2대 주주인 곳은 무려 12곳. 주식시장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월 29일 발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선 국민연금의 특정 종목 지분율이 10%가 넘더라도 매매한 날의 다음 분기 첫째 달(4·7·10·1월) 10일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민연금은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9월 들어 11일까지 국민연금은 만도(10.6%·이하 보통주 지분율 기준), SKC(10.24%), LS(10.18%), 삼성물산(10.14%), 한솔CSN(10.13%), 이수페타시스(10.08%) 등의 지분율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은 9월 중에 이 종목들의 주식을 사고팔더라도 10월 10일까지만 매매 내역을 알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10%룰’에 묶여 국민연금이 투자를 늘리지 못했던 주식들의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73조3000억 원에서 지난 5월 말 76조2000억 원으로 4조 원 가까이 늘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주식 투자 규모를 올해 말 87조1000억 원, 내년 말 96조40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투자금의 재투자를 제외한 신규 자금만 고려하더라도 올해 6조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새로 매입해야 한다.

9월 11일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 248개 가운데 지분율 9~10% 사이인 종목은 43개다. 43개 종목 가운데 절반가량은 올해 2%포인트 이상 지분율이 높아졌다. 유비벨록스, 동아에스티 등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올 상반기 중소형주 상승장에서 위탁운용사들이 지분을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10%룰’이 완화되면 그만큼 위탁운용사들이 재량에 따라 매매할 여지가 커진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한일이화, 세종공업 등 자동차부품주와 KH바텍, 유니퀘스트 등 정보기술(IT) 부품주들에 대한 지분율 증가가 두드러진다”며 “자동차·IT 관련주들이 수급상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당률이 높은 종목에 국민연금의 손길이 닿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식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아직까지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이 바뀌지 않아 중소형주보단 대형주가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LG전자,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들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매입 규모가 늘겠지만, 중소형주는 일부 종목이 수급 요인으로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IT 관련주 혜택”
하지만 국민연금의 상장사 주식투자 확대 움직임은 기업들엔 ‘양날의 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상장사는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 두 곳을 제외한 18개다.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인 곳은 삼성전자(7.43%), 포스코(6.14%), 신한금융지주(7.28%), 네이버(8.91%), KB금융지주(8.92%) 등 5곳이다. 현대차(6.99%), 현대모비스(7.17%), 기아차(6.01%), SK하이닉스(9.41%), LG화학(7.69%), SK이노베이션(8.59%), LG전자(9%), LG디스플레이(6.1%) 등 8개사는 국민연금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대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들을 떨어뜨리는 등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가 2009년 132건에서 작년 436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론 벌써 277건이다. 지난 4월엔 한라그룹의 계열사인 만도가 부실기업인 한라건설을 우회 지원에 나서자 소송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밝혀 한라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8명이 사실상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형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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