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하게, 더 고급스럽게…항공사, 프리미엄 서비스의 정점에 서다
입력 2013-08-26 13:50:06
수정 2013-08-26 13:50:06
항공사 퍼스트클래스 전쟁
가격에 따라 등급이 철저하게 나뉘는 비행기만큼 자본주의가 확실하게 침투한 공간이 또 있을까. 혹자는 최고의 환경에서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일등석을 가리켜 ‘욕망을 부추기는 자리’라고도 한다. 일등석은 단순히 비행기의 앞머리에 있는 좌석이 아니다. 항공사가 자부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가 응축돼 있는 곳이기에 감히 ‘일등’이라 이름 붙인다. 항공사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1000만 원 훌쩍 넘는 좌석, 이용객 “그만한 가치 있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말 그대로 일등좌석은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반석과 완전히 차별화된다. 전용 탑승 수속 카운터가 있어 티케팅을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고, 비행 전 라운지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기내의 차별화된 최고급 서비스를 누리는 것은 물론 취항지에 도착해 도시 간 이동 시 리무진이나 전용기 이용도 가능하다. 장거리 여행 가격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등 일반석에 비해 5~6배가량 비쌈에도 이용해본 사람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항공사의 최고급 좌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항공 코스모스위트나 아시아나항공 퍼스트스위트의 경우 유류세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뉴욕행이 1200만~1300만 원대, 로스앤젤레스(LA)나 프랑크프루트행은 1000만~ 11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항공기에 좌석 등급이 매겨진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간다. 당시 제트기가 상용화되던 시기로, 30명 이상이 타는 큰 여객기가 등장하면서 항공사는 좌석을 일등석과 일반석으로 구분했다. 1981년 호주 콴타스항공이 중간 단계인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도입하면서 지금의 3단계의 좌석 등급이 완성됐다.
세계 항공사 치열한 ‘공중전’, 부자 많은 중동 쪽 서비스 뛰어나
최근 들어 전 세계 항공업계의 일등석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상위층의 욕구와 수입원을 마련해야 하는 항공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이유다.
기내 시설이 눈에 띄게 달리진 것은 세계 최대의 여객기, 즉 ‘꿈의 비행기’라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A380이 등장한 후부터다. 2007년 10월, 싱가포르항공이 세계 최초로 A380에 승객을 태웠을 때 업계는 놀라운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행기 객실이 넓은 침실, 개인 사무실,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화무쌍하게 얼굴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일등석을 업그레이드한 코스모스위트, 퍼스트스위트를 각각 내놓으며 0.1%를 타깃으로 하는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일등석은 비싼 가격으로 개인 자산가 및 해외 출장을 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정치인 등 고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지난해에는 한 공기업 이사장이 회사 규정까지 바꿔가며 일등석만 타고 다닌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정부는 방만 경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장들이 일등석을 탈 수 없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텔 스위트룸 못지않은 시설에서 융숭한 대접까지 받을 수 있는 일등석에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자리’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하늘 위 객실부터 땅 위 라운지까지 일반석과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니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를 해서라도 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워낙 고가다 보니 기업 고객의 경우 해당 항공사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비행기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나 시설에 있어 국내 항공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실제 중동 쪽 항공사도 일등석 문화가 발달했다. 왕족이나 오일머니를 가진 큰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데다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아라비아 국가들의 환대 문화가 여기에도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 항공사와 공항 서비스 품질 평가기관인 스카이트랙스가 실시한 올해의 세계항공대상에서 카타르항공은 세계 최고 비즈니스클래스상을, 아랍에미리트연합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은 세계 최고 퍼스트클래스상을 수상했다.
비행기 좌석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나무 의자에서 침대칸까지 ‘진화에 진화’
여객기가 최초로 등장한 1910년대의 비행기 좌석은 지상에서 쓰던 나무 소재로 만든 바구니 같은 의자를 그대로 창가에 배치하는 정도였다. 1930년대에는 최초로 가벼운 금속 소재의 좌석이 탄생해 나무 의자를 대체했다. 1934년 아메리칸항공은 침대칸을 처음 도입했으며, 1949년 팬암항공은 저녁 시간에 유럽 구간을 운행하는 항공편에 받침 좌석을 처음 서비스했다. 오늘날과 가장 유사한 알루미늄 프레임의 좌석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좌석은 본격적으로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싱가포르항공이 180도 완전 평면으로 펼쳐지는 좌석을 747-400 기종 일등석에 선보였고, 같은 해에 버진애틀랜틱항공이 비디오 스크린이 장착된 좌석을 소개해 비행기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2년 뒤인 1991년에는 전 좌석에 스크린을 설치했다. 에어 뉴질랜드는 2010년 일반석 장거리 승객에게도 편안함을 선사하고자 777-300ER 기종이 연결된 3개의 일반 이코노미 좌석을 붙여 침대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스카이카우치(Sky Couch)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