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PEOPLE] 구수한 삼계탕, 청와대 문턱을 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삼계탕 사랑은 유별나다.
국가원수가 된 후에도 삼계탕집 회동은 물론 청와대로 배달시켜 먹을 정도로 열혈 마니아였다. 한 그릇 영계(靈溪)의 무엇이 그토록 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노통’은 떠났지만, 여름이 오면 그의 추억이 서린 삼계탕집 앞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국가원수 가운데서도 서민적인 이미지로 인식된다. 역사의 기록 곳곳에 푸근하고 소탈한 고인의 모습이 남아 있다. 이는 식습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는데, 그가 일류 호텔 셰프들이 만든 청와대 만찬보다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었다. 노 대통령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푹 고아 야들야들한 ‘닭다리’를 뜯었다. 청와대 근처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은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 시절부터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았던 단골집.

삼계탕 회동도 심심찮게 열렸다. 취임 첫해인 2003년 6월 전달 방미(訪美) 길에 동행한 대기업 총수 26명을 토속촌으로 불러 식사하며 재계 인사들과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 요리사에게 ‘그 집’의 삼계탕 요리 비법을 배워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삼계탕집 주인이 비법을 전수하지 않는 바람에 계획은 무산됐지만, 이후 수시로 유명 전문점의 삼계탕이 청와대 문턱을 넘었다고 전해진다. ‘궁여지책’으로 맛있는 삼계탕을 배달시켜 먹었던 것이다. ‘토속촌’은 훗날 노통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빚어졌으니 이래저래 삼계탕은 그와 인연이 깊은 음식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삼계탕 회동.

삼계탕은 영계의 뱃속에 찹쌀, 마늘, 대추, 밤, 인삼 등을 넣고 푹 삶아 먹는 보양식으로, 축축 처지는 무더위에도 삼계탕 한 그릇이면 금세 기력이 회복된다. 필수지방산 함량이 육류 중 가장 높고 불포화지방산 중에서도 성인병을 예방하고 피부 노화 방지에 좋은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 선비들도 무더위에는 삼계탕을 나눠먹으며 ‘복달임’을 한 뒤 시를 읊거나 장기를 두는 등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한식 세계화 열풍에 요즘에는 삼계탕도 한류 스타가 됐다.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양이 3000톤에 달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본인은 담백한 삼계탕을, 중국인은 해물 넣은 얼큰한 삼계탕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아마 견과류를 갈아 넣은 그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에 반하지 않았을까 싶다. “맞습니다. 맞고요!”







여기서 맛보자!




토속촌 녹말을 풀어낸 듯 걸쭉한 국물 맛이 별미. 찹쌀, 검은깨 등 30여 가지 곡물을 갈아 넣어 고소하고 진하다. 02-737-7444

고려삼계탕 영계에 4년근 금산 인삼과 오가피, 황기 등을 넣어 푹 끓여낸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02-752-9376

수림 여의도 대나무삼계탕의 원조. 왕대나무를 배처럼 깎아 불에 달군 돌을 깔고 그 위에 닭, 인삼, 전복, 낙지를 얹어 퓨전 삼계탕을 만든다. 02-761-9912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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