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전 준비에서 승인, 관리·운영까지 ‘쉽지 않네’

재단 설립 A to Z

재단이 활성화된 해외 선진국들이 ‘신고제’인 것과 달리 국내에서 재단을 설립하려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허가를 받기까지의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
실제로 좋은 취지로 재단을 설립하고자 했다가도 이 절차에 가로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재단 설립 관련 절차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설립 준비 단계와 설립 단계, 출범 후 관리·운영 단계다. 재단은 관리를 위한 형식적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신탁에 의한 것, 법인조직에 의한 것, 권리능력(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 즉 법인격)이 없는 재단으로 관리되는 것 등 세 가지로 나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법인 형태가 많다. 또 하나, 재단법인이라고 해도 공익 재단과 공익성 재단으로 나뉘는데, 공익 재단법인은 바로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하고 공익성 법인은 법인 설립 후 다시 지정기부금 단체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공익(비영리) 재단법인이라는 전제하에 설립 절차는 크게 다음과 같다.


설립자의 철학 및 가치관의 정립
재단을 왜 설립하려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으며 본인의 철학은 무엇인지를 먼저 확고히 해야 한다. 재단은 설립 주체의 가치관과 철학에 의해 사업 내용이 정해지고 향후 관리나 운영 부분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고 싶다거나,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목표 의식이 아닌 재단이 하나의 생명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단은 그저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퍼주기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의 비영리 사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선 전문가들은 ‘죽기 전에 하는 기부가 최악’이라는 말까지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청산형 단순 기부가 많은 것이 사실. 언론에서 흔히 접하는 ‘혼자 산 할머니가 한평생 삯바느질을 하며 모은 사재를 못 배운 게 한이 돼 죽기 전 몽땅 대학에 기부했다’는 식의 미담 기사가 그 예다. 물론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것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사재가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알 수 없고 본인이 목적한 대로 쓰일 수 없다면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재단법인 설립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목적 사업 및 종류 확정
민법상 재단법인은 학술, 종교, 자선(慈善), 기예(技藝), 사교(社交),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이 대부분이지만 공익에 한하지 않고 비영리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면 설립이 가능하다. 설립하고자 하는 재단이 이 중 어떤 사업을 목적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재단법인의 허가 과정에서 어떤 부서가 주무관청이 될지 정하는 배경이 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부부처는 비영리 재단법인, 공익 재단법인 등에 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데, 재단의 주목적 사업이 무엇인지에 따라 허가 및 관리를 하는 주무부서가 달라진다. 물론 두 가지 이상의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라 해도 사업 비중이 70% 이상이 되는 주된 사업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가령, 복지와 장학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이라 해도 두 사업의 비중을 결정해야 하는 식이다.


물적·인적 자원의 마련
목적 사업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집짓기’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물적 자산은 어떤 형태로 어떻게 출연할 것인지, 규모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인적 자원의 경우도 법인을 움직이는 임원과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물적 자원 먼저 물적 자원은 돈의 문제다. 재단법인 설립과 관련해 최소 출연금이 얼마 이상이라고 규정된 바는 없지만, 사실상 출연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는 출범 후 운영 부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재단법인은 설립 시 출연한 기본 재산과 기부 등을 보통 재산으로 보유하면서 이를 통한 과실금 등으로 목적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보통 재산이 많을수록 과실금이 많아져 원활하게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하는 자산은 현금, 부동산, 채권, 특허권 등 돈으로 환산 가능한 모든 형태가 가능하며, 평가 방법은 형태에 따라 각각 다르다. 다만 설립자가 생전 처분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할 때는 출연 재산은 법인이 성립된 때에, 유언에 따라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 출연 재산이 법인에 귀속되나, 부동산은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비로소 법인에 귀속된다.





재단은 그저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퍼주기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의 비영리 사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인적 자원 인적 자원은 임원에 관한 부분으로, 임원은 이사와 감사로 구성된다. 이사는 5명 이상 15명 이내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재단법인 운영의 영속성을 위한 것이다. 물론 사유서를 제출하면 15명 이상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5명의 이사를 꾸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 이사 중 특수 관계인은 20% 이내이고 나머지는 비특수 관계인이어야 하는데 설립자와 뜻이 맞는 이사들을 구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심이 없으면서도 어느 정도 커리어가 있어야 하니, 어떤 의미에선 이 절차가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그 외 인적 자원으로는 감사 2명과 사무국 운영 직원 등인데, 감사는 두지 않을 수도 있고 직원 수도 재단법인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설립자(재산 출연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발기인 대회에서 정관을 만들거나 임원 선임에 대해 결정하며, 재산 출연자가 1인인 경우에는 개최하지 않아도 된다.


신청 및 허가, 설립 등기
모든 요건이 갖춰졌으면 주무관청에 구비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관련 서류와 허가신청서는 해당부서 홈페이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인 형태별로 근거 법령과 구비 서류가 다소 차이가 있고,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아도 주무관청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류가 있는 등 실제 허가가 나기까지 실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한 게 사실. 보통은 허가 신청을 한 후 2주 내에 결과를 통보받도록 돼 있으나, 이 과정에서 수없이 ‘조정’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주무관청은 법인의 활동 영역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된다. 허가 신청을 받은 각 주무관청은 법인 설립의 필요성, 법인의 목적과 사업의 실현 가능성, 법인 명칭의 유사성, 재정적 기초의 확보 가능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허가’가 났다면 설립 등기를 하고 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후 주무관청에 법인 설립 결과를 보고하고 나면 실질 운영에 들어간다.




관리 및 운영
목적 사업 관리, 임원 관리, 수익 사업 관리, 회계 관리 등 실질적 운영에 관한 관리를 해야 한다. 이 부분에 관해 주무관청에서는 끊임없이 관리 감독하게 되며, 지적 사항이 있을 경우 경중에 따라 행정상 처분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운영을 위한 과실금, 수익 등을 어떻게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설립자가 매년 일정 금액을 더 출연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공익을 위한 수익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수익 사업의 경우도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가령 문화재단의 경우 전시 공간을 대여하고 입장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그것을 통해 일정 부분 운영하는 식이다.

만일 존립 기간의 만료나 기타 정관에 정한 해산 사유가 발생하거나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 불능, 설립 허가의 취소 등 이유가 발생하면 재단은 법에 따라 해산된다. 해산하면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경우 청산 목적의 범위 내에서 청산 법인으로 존속하며, 청산이 완료돼 청산 종료의 등기를 함으로써 소멸한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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