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중국의 개인 소비가 소득 격차와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방 소비 시장만큼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소비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도시화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급성장하는 지방 소비 시장의 현실과 이에 따른 기업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중국 각 지방을 방문해보면 4~5년 전에 비해 도로 포장과 정비가 크게 좋아졌고 지역 주민의 생활수준도 향상됐음을 실감하게 된다. 통계지표를 봐도 중국 지방 소비 시장의 여건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8년 10월 1인당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어느 지방의 성(省)급 도시냐에 따라 1000달러대, 2000달러대, 3000달러 이상으로 다양했으나, 2010년에는 대부분의 성급 도시 GDP가 3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글로벌 금융 위기 대책으로 특히 지방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 지방의 소비 잠재력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2000달러 이상이 되면 도시에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자동차 보급이 늘며, 3000달러 이상이 되면 편의점이 생기고 외국 기업의 고부가가치 상품 소비가 활발해진다고 하니, 중국 소비 시장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확대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도시별 소득 격차 크게 줄어
중국의 도시는 연안 대도시, 연안 도시, 개발이 늦은 지방 성급 도시와 지방 도시 등 4개로 구분된다. 아무래도 개발과 도시화가 빨랐던 연안 대도시와 연안 도시의 소득이 높기 마련인데, 최근 늦게 개발된 지방에 대한 도시화 투자가 커지면서 지금은 지방 성급 도시의 세대 평균 수입이 거의 연안 도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지방 성급 도시의 세대 평균 수입이 7만5000위안(약 1500만 원)으로 연안 도시의 7만7500위안(약 1650만 원)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추격해왔다. 예컨대 우한(武漢), 청두(成都), 시안(西安), 하얼빈(哈爾濱) 등 내륙 및 동북 성급 도시의 소득은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등 연안 도시와 거의 비슷해졌다. 지방 성급 도시뿐만 아니다. 소득증가율로 보면 가장 후발 주자인 지방 도시가 가장 빠르다. 지방 도시의 2010년 1인당 GDP는 2만6279위안으로 지방 성급 도시의 3년 전 수준이지만 도시화 진전으로 소득증가율이 더 빨라질 경우 4~5년 후면 지방 성급 도시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방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연안 도시를 쫓아가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지만, 지방의 소비 패턴이나 행태가 이미 연안 도시와 거의 같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연안 대도시든 지방 도시든 모두 쇼핑몰이나 가전양판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확산되면서 집단적인 유사 소비 행태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한, 난징(南京) 등 내륙 지방 도시에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도 볼 수 없는 25만~35만 ㎡의 대형 쇼핑몰이 등장하고 있다.
또 소비 행태가 도시 종류를 불문하고 유사해진 데는 지방의 빠른 소득 증가, 구매 경로 이외에 도시 간의 정보 격차가 크게 줄어든 점도 주요인의 하나다. 특히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보급됨으로써 지역에 의한 정보 격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럼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지방 소비 시장은 계속 순조로이 확대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도시화 투자 규모와 속도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정부에 의하면 현재 도시화율(도시인구/ 총인구)은 51%로 이를 2020년까지 60%로 높이기 위해 4조 위안(약 800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방 소비 시장의 성장 속도는 연안 대도시보다 훨씬 빠를 전망이다.
지방 소비 시장 공략을 위한 경영 전략
중국 지방 소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중국 내 기업의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어서 중국 진출 기업에 있어 어떻게 경쟁 우위를 마련할 것인지 전략 수립이 중요해지고 있다. 성공적인 외국 기업의 대표적 전략을 몇 가지 살펴본다.
첫째, 순차적 진출보다 동시다발적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이전엔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브랜드 기반을 구축한 후 점차 다음 도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금은 브랜드가 스마트폰, 웨이보 등을 통해 지방 곳곳에까지 퍼져가므로 차례로 진출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는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전국의 지방 시장이 동시에 커지고 있으므로 대도시든 지방이든 복수의 전략적 거점들을 정한 뒤 동시에 브랜드, 고객,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둘째, 지역별이 아닌 고객 계층별 마케팅 전략 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대만계, 홍콩계 기업들은 연안 지역과 내륙의 지역적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못한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고객 계층의 특성 차이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중국은 한 도시 내에서도 계층별 소득 격차가 상위 10%가 하위 10%의 8.6배일 정도로 크게 나는 데다 농·민·공이라는 사실상 도시민이 아닌 계층도 있어 지역적 동질성이 약하다. 따라서 도시 지역별이 아닌 복수의 여러 도시의 유사 고객 계층별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시장 개척에 훨씬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목표 고객 계층은 세대 연수입이 가장 높은 소위 빠링허우(1980년대생)라는 30대 전·후반이다. 중국은 우리와 많이 달라서 1980년대 초 개방 이후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의 소득이 높고 고액 소비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또 중국은 ‘1가구 1자녀 정책’이어서 자녀 사랑이 남다르다. 따라서 이에 착안해서 아이들을 목표 고객으로 성공한 대만의 왕왕(旺旺)이란 기업도 있다. 이 기업은 센베이과자를 대량 생산하는데 계약 차질로 반품해야 할 센베이를 오히려 후난성(湖南省) 소학교 아동들에게 대량 무료 배급함으로써 아이들 사이에 높은 지명도를 얻었다. 왕왕은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20년 가까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다양한 수단을 통한 브랜드 구축이다. 고객층에 맞는 각각의 브랜드를 구축하되 구축 수단은 가급적 다양화하는 것이 좋다. TV, 라디오 등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도 좋지만 이것만으로는 효과적인 목표 달성이 어렵다. 앞서 얘기했듯이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화, 특히 인터넷, 웨이보의 전파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이들의 적극적 활용이 중요하다. 대형 쇼핑몰에 인파가 많이 몰리는 점을 감안해서 유통 채널을 이용한 브랜드 구축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 중국 문화가 다르고, 중국과 외국 기업 본사의 관행 (practice)이 달라 중국인 채용 관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가급적 업무를 표준화, 매뉴얼화한다든지 명확한 신상필벌 기준으로 인력관리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중국 지방 시장의 확대 속도가 빠르므로 스피드 경영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포인트다. 영업 판매 현장과 본부의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휴대전화, 웨이보 등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고 중국에 총괄 회사를 설립하는 외국 기업도 늘고 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