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백미, 사격]‘클레이 사격’ 날아가는 표적 맞추는 순간,스트레스도 ‘산산조각’
입력 2013-05-24 09:09:37
수정 2013-05-24 09:09:37
JUST SHOOT YOUR STRESS
사냥과 가장 흡사한 것이 클레이 사격이다. 날아오르는 피전을 향해 총을 쏘면 격발의 재미와 더불어 표적을 산산조각 내는 짜릿함이 더해진다. 특히 여성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레이 사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클레이 사격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격은 정적인 스포츠라고만 할 수 없다. 바로 클레이 사격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냥에서 새가 날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피전(점토으로 빚어진 원반)을 산산조각 내는 게 클레이 사격의 미션이다. 올림픽 종목에도 속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성적이 좋지 않아 아마 올림픽 중계 때 시청한 적이 많지 않을 것이다.
클레이 사격은 동호회 활동이 꽤 활발하고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종합사격장만 하더라도 동호회 10개가 조직돼 있으며, 주말마다 50~60명이 모여 열기가 뜨겁다. 클레이 사격을 즐기는 동호인 중에서는 교수, 의사 등 전문직이 꽤 많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실제 사격장에 갔을 때 주차장에 마이바흐 등 고급 외제차들이 꽤 눈에 띄었다.
연예인 중에서도 탤런트 송재호는 생활체육선수로 서울시 대표까지 했으며 탤런트 연정훈도 자주 클레이 사격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동호인들이 실제 생활체육선수로 등록하고 총을 구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이들이 동호회의 절반 이상이다. 또한 총을 구입한 동호인 중 절반 정도는 겨울철에 전국 각지에서 사냥을 즐긴다.
클레이 사격용 엽총의 가격은 페라치(Perazzi) MX8의 경우 1000만 원 정도. 동호인 중에는 금박으로 된 시가 5000만 원짜리 총을 소유한 이도 있다고 한다. 단, 총은 사격장 무기고에 보관하거나 집 근처 파출소 무기고에 놔둬야 한다.
날아가는 원반을 맞춘다는 게 생각 같아서는 상당히 힘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클레이 사격용 총알은 산탄이기 때문이다. 클레이 사격용 총알에는 320개의 구슬이 들어 있어 어느 정도 날고 있는 피전의 동선에 잘 맞춰 격발한다면 부서뜨리는 데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클레이 사격은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사격 자세와 안전 수칙 등 간단한 교육만 받고 사격이 조금 익숙해지면 날아가는 피전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클레이 사격은 트랩(trap)과 스키트(skeet)로 나뉜다. 트랩은 원거리 사격으로 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표적을 맞추는 종목이고, 스키트는 근거리 사격으로 좌우에서 번갈아 또는 동시에 날아오르는 표적을 맞추는 것이다. 초보자들은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아메리칸 트랩을 많이 한다. 트랩 경기의 일종으로 비행 속도가 느리고 각도가 작아 비교적 쉽게 맞출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클레이 사격에 도전하기 위해 경기도종합사격장을 찾았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해 서울에서는 약 1시간 반 정도 운전해 갈 수 있다. 클레이 사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사격장에 들어섰다. 특별한 장비는 필요 없고 어깨에 견착했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패치가 붙은 조끼를 입고 귀마개를 쓴 후 클레이 사격 레슨에 임했다. 다른 실내 사격과는 달리 탁 트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전방에는 산산조각 나 있는 오렌지색 피전 조각들이 즐비하다.
클레이 사격용 총은 무게 3.8kg에 총열이 30인치 정도로 긴 엽총이다. 약간 무겁다고 느낄 정도다. 엽탄 2발을 장전할 수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40m, 최대 사거리는 190m라고 한다. 피전은 지름이 11cm로 손바닥 크기다. 아메리칸 트립의 경우 시속 40km로 포물선을 그리며 45m까지 날아간다.
정성덕 경기도종합사격장 코치로부터 배운 사격 자세 5단계를 연습한 후 총에 장전하고 사격에 임했다. 피전이 방출될 곳에 조준을 마치고 격발 준비가 됐을 때 ‘아’ 혹은 ‘고’를 외치면 옆의 관리자가 버튼을 눌러 피전을 발사한다.
날아가는 포물선을 따라 총구를 움직이며 느낌에 따라 방아쇠를 당긴다. 2발이 장전돼 있으므로 첫발을 못 맞추더라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재발할 수 있다. 정 코치는 “피전이 떠올라 최고 정점에 오르는 구간이 가장 좋은 격발 타이밍”이라고 알려줬다.
떨어지고 있을 때는 거리도 멀고 조준하기도 힘들어 맞추기 힘들다. 기자는 처음에는 감이 없어 영 맞추지 못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날아오르는 피전을 산산조각 냈다. 본인도 어떻게 맞췄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시도한 격발 중 약 50%의 적중률을 보이자 ‘사격을 제대로 한번 배워볼까’란 열망이 솟구쳐 올랐다.
경기도종합사격장에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사격장 외에 실제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좌우로 날아오르는 스키트의 경우 더욱 역동적이다. 이용 요금은 기본적으로 25발 쏘는 데 2만 원 정도가 든다. 연회비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싸게 즐길 수 있다.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