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1%, 그들만의 사교클럽] 가든 파티부터 세미나까지

‘프라이빗하면서 고급스런’ 사교 전문 공간

상위 1% 계층의 사교 모임은 어떤 곳에서 진행될까.

서울 시내엔 2~3년 전부터 이들을 겨냥한 사교 전문 클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라이빗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앞세운 이곳은 국내외 인사들의 세미나 모임, 부부 동반 모임 등이 열리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셜베뉴(social venue: 유럽의 대도시에서 상류층이 모여 파티·웨딩·전시·공연 등의 문화를 교류하는 트렌디한 공간)’라는 개념을 처음 국내에 도입한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라움’이다. 약 8만5950㎡(2만6000평) 부지의 4층 건물로, 가든 파티를 열 수 있는 2개 층의 정원과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 300석 규모의 홀, 식사 및 연회 공간, 스위트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명동 스테이트타워 최고층에 위치한 ‘더스테이트룸’ 역시 스테이트타워에 입주한 기업 임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사교 공간이다. 비즈니스 및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표방한 이곳은 독서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방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위트룸, 영화 감상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파와 양복점도 입점해 있다.

이들 공간은 대부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봉쇄한 뒤 회원들의 사교 모임 공간으로 운영된다. 회원 가입 금액은 4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이 많아도 무조건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3주 정도 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스테이트룸 관계자는 “회원 선발에 관해 명확한 기준은 밝힐 수 없지만 자산 규모 뿐 아니라 사회적 인지도, 학력 등을 두루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기업 임원, 법조계, 외국계 인사들이 대다수다. 정부 고위직 관계자들도 사교 모임을 통해 종종 얼굴을 비춘다. 이화여대 알프스 모임과 같은 동문 모임, 기업 임원들의 부부 동반 모임도 종종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곳에 오는 이들은 대다수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관비가 시간당 수십만 원에 달하지만 얼굴이 알려진 이들은 자신의 움직임이 일반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출입이 제한된 회원제 공간을 찾게 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사교 전문 클럽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지인들의 소개로 꾸준히 회원들이 모여든다.

모임의 성격은 다양하다. 점심시간에는 주로 비즈니스 오찬 모임이, 저녁에는 주로 사교 모임이 열린다. 사교 모임은 부부 동반으로 자주 열리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밸런타인데이 기념 모임’ 등의 이름으로 특별한 날마다 친한 이들과 모여 3~4시간 정도 공간을 대여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뷔페식 음식을 차려놓고 공연자를 따로 초청해 클래식 공연 등을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한 가지 특이점은 모임 속에 문화계 포럼을 하듯이 문화 관련 세미나 또는 예술 공연이 접목돼 있다는 것. 라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명인사들의 사교 모임 안에서는 음악, 예술, 문화가 소통의 키워드가 된다”며 “공연 후에도 아티스트의 설명과 질의응답, 만찬이 이어지는 게 트렌드”라는 말을 덧붙였다.





라움, 더스테이트룸과 같은 사교 전문 클럽이 상위 1% 계층의 사교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저명인사들의 모임 공간으로 자주 활용된다.

몇몇 클럽에선 관심 분야의 스터디 소모임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더스테이트룸에서는 ‘글쓰기’와 ‘그림’에 취미를 둔 이들의 사교 모임이 매주 한 차례씩 진행되고 있다. 15~20여 명이 하나의 모임을 이루는데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양한 계층의 회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갈뿐더러 세미나의 수준도 전문가들에 못지않다는 후문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자체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클럽도 생겨나고 있다. 라움은 세계 정상급의 아티스트 공연과 리셉션을 연계한 아트 & 컬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예술·문화 쪽에 관심을 둔 회원들의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움직임이 클럽을 통해 이뤄지기 보다는 이미 구성된 네트워크 안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라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회원들의 소모임 간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문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제공 라움, 더스테이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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