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중국 주가 4년 만에 상승 추세로 전환

톰슨 로이터는 작년 말 세계 250여 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미국, 중국 등 17개국의 주가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중국 주가가 상반기 10.4%, 하반기 6.9%, 연간 합계 17.3% 상승해서 17개국 중 전망이 가장 밝았다.


중국 주가에 대한 밝은 전망의 이유로는 경기지표가 작년 3분기부터 ‘턴’하고 있는데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새로운 정권 초기의 의욕적인 투자, 정치적 불확실성의 제거 등을 꼽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지난 4년간 주가가 하락해왔고 특히 작년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상승 추세로의 반전 탄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듯이 작년 12월부터 반등 기미를 보이던 중국 증시는 올해 들어서는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며 상당히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월에만 7.2% 올라 24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대부분 올해 중국 주식을 밝게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기부양책이 기대만큼 강력하기 어려우며, 수급 측면에서 볼 때 시간문제일 뿐 공급 물량이 쏟아질 수밖에 없어 상승 장세가 계속 되기 어렵단 의견도 나온다.



회복세 지속, 소득 분배와 도시화 투자 계획이 올해 성장 주도

경기는 작년 3분기를 바닥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으며 수출과 내수가 동반 상승했다. 4분기엔 전년 대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7.9% 성장해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고, 내수 지표인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도 각기 10.3%, 15.2% 증가해서 확실한 회복세를 보여줬다.

이러한 회복 과정은 이전 중국의 경기 회복 과정과 다르다. 과거 회복 과정은 먼저 정부가 투자와 통화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그에 따라 고정 자산 투자가 늘면 각종 생산·소비지표가 반등하는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년 3분기부터 시작된 회복 과정은 정권교체기 등의 영향으로 정부 투자와 통화 확대 없이 생산지표의 반등이 먼저 나타났다.

따라서 금년 들어 신정부의 의욕적인 투자와 통화 확대가 본격화되면 경기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시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3월 초 전국인민대표회의 때 발표 가능성이 있는 소득 분배 정책과 도시화 계획의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다. 소득 분배 정책은 중산·서민층의 소비 증가에 기여할 것이고, 도시화 계획도 2020년까지 40조 위안(약 7000조 원) 투자하겠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소득 분배와 도시화 투자를 할 것인지, 금년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세부 계획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 의지는 올해 잡고 있는 재정적자율(재정적자/GDP)이 작년 1.6%에서 2.2%로 확대돼 있는 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년 성장률을 당초 예상 8% 전후보다 8.2~8.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정부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민생 안정인 만큼 물가 불안이 생긴다면 통화 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중국은 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 되면 통화를 늘리지 않았다. 작년 말 한파로 채소류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까지 올랐고, 이 추세 때문에 1분기에 3% 수준 가까이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물가가 3%를 상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통화 확대 강도는 하반기 들어 다소 약해질 전망이다.

한편 내수는 도시화 투자 등 정부 투자를 중심으로 상당히 활발할 것이지만, 수출은 유럽 경기가 침체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고 위안화 절상 때문에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이르다.



주식투자 심리 전환과 함께 신규 자금 유입도 확대 예상

중국 내 정치,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고 있고, 대외 여건도 강한 회복세는 아니더라도 호전되고 있어 주식투자 심리 개선도 빠를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4년간 주가가 하락해 왔으므로 투자 심리 전환은 그만큼 강한 것 같다.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입이 늘고 있고 주식시장의 신규 계좌 증가도 작년 12월부터 확실히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25.3%로 낮은 편이지만 보유 기간이 짧아 거래 대금은 기관보다 많다. 따라서 개인 자금과 개인 계좌의 빠른 증가세는 주가 상승을 더 빨리 가파르게 할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의 규제 완화와 개방 확대도 주식 수요 기반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의 중국 본토 주식 A주 투자 라이선스인 QFII의 인가 기준이 완화됐고 소버린펀드 등 외국의 장기성 펀드는 3개월 내 인가와 쿼터를 주는 특혜성 정책도 나왔다. 다만 현재 외국인이 차지하는 주식 비중은 1.8%로 워낙 낮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우리나라처럼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 내 정치,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고 있고, 대외 여건도 강한 회복세는 아니더라도 호전되고 있어 주식투자 심리 개선도 빠를 것이다.

부담 요인은 하반기 이후 공급 물량 증가와 통화 확대 제약

중국 경제가 다소의 높고 낮음은 있어도 8~9%대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는데 주가가 지난 4년간 하락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유를 분석해보면 경제나 기업 펀더멘털이 아니라 주식 수급의 문제다. 중국 기업은 원래 다 국영기업이다.

따라서 모든 국영기업이 민영화되면서 계속 거래소에 상장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난히 공급 물량이 많은 편이다. 주가 상승 기대로 중국 주식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는다 해도 주식 공급 물량이 워낙 많으면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도 과거 포스코, 한전 등 대형 기업들이 민영화되면서 상장될 때 경험했던 바다.

공급 물량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보면 알 수 있다. 주가는 빠졌지만 시가총액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복병은 공급 물량이다. 얼마나 공급 물량이 예정돼 있는지, 중국 정부가 어떻게 물량을 조절할 것인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중국 증권거래소 발표에 의하면 현재 상장예비심사 중이거나 대기 중인 기업수가 800여 개라 하고, 중국 국가자본관리위원회 소속의 거래 국영기업들이 아직 절반 이상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통화량은 작년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빠르게 늘었고, 이것이 경기 회복 확인 이후 작년 말부터 주가 상승을 견인한 요소 중 하나였다. 상반기까지 이러한 효과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물가 상승 부담 때문에 하반기에는 통화 확대에 다소 제약이 생길 공산이 있다.



상하이 지수 기준 2500~3000포인트, 금융·에너지·소재·IT업종 실적 개선 기대

전체적으로 기업이익 예상과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관점에서 상하이 지수를 볼 때 시장의 의견은 대략 2500~3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00포인트도 2009년 경기 회복 시 PER 10배 기준이어서 보수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상승 탄력이 붙으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간으로는 하반기엔 앞서 얘기한 대로 공급 물량, 통화 확대 제약 요인으로 부담이 있어 상반기에 좀 더 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종별로는 우량주의 실적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금융·에너지업종의 실적 개선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높고, 소재·정보기술(IT)업종의 순이익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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