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테크닉] 상속·증여의 기술 변화를 읽어라

세제 개편 후 상속·증여 어떻게?

미국 속담에 “인생살이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운명이 있으니, 그 하나는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세금과 죽음이라는 운명을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이야기다. 특히 세금과 죽음의 운명을 함축하고 있는 상속·증여세는 자산이 많을수록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자산가들이 혼란스러운 이때 상속·증여와 관련해 점검할 사항들을 살펴본다.



금융 자산

올해부터 상속·증여세법에 ‘차명계좌 증여 추정’이라는 규정이 생겨났다. 상속·증여세법에 차명계좌도 증여 대상 범위에 넣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상속·증여세법 45조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차명계좌 증여 추정의 시기와 방식을 바꿨다.

기존 세법은 증여 발생 시점을 ‘차명 자산 명의자가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로 한정했지만 개정 세법은 ‘차명 자산을 보유하는 시점’에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2012년까지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도 이 자금을 인출하지 않는 한 증여로 추정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차명계좌에 돈을 넣는 순간(미성년자는 1500만 원 이상) 증여로 본다는 얘기다.

특히 증여세의 경우 증여액의 50%까지 물 수 있을 만큼 과세 부담이 크다. 따라서 가족 명의 계좌로 소득을 분산해 놓은 자산가들은 최근 세무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해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원금 보장이나 절세 혜택을 보려고 통장 명의를 부모, 자녀 등 가족 이름으로 해오는 관행이 있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현행법상 5000만 원까지다 보니 자신이 갖고 있는 금융 자산을 가족 명의로 5000만 원 이하씩 분산해 예금 계좌에 넣어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입증할 자신이 없다면 차명계좌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증여세를 물지 않기 위한 입증 책임이 과세당국에서 납세자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금 소유자 자신의 이름으로 여러 계좌에 분산하는 게 달라진 제도에 적응하는 기본이다. 세법상 미성년 자녀는 10년 이내에 1500만 원까지, 성년 자녀는 3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업 승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중소기업을 다음 세대로 물려줄 때 부과되는 증여세와 상속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현재 상속세는 300억 원 한도에서 70%까지 공제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를 500억 원 한도, 100% 감면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기업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증여세의 경우 과세특례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은 30억 원이 넘을 경우 최고 세율 50%를 적용 받는다.

가업 승계 상속·증여세법에는 다양한 특례 규정이 있지만 그 조건들이 현실에서 너무 가혹한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공제를 받으려면 특례 규정상 소유·경영·고용 유지 등의 조건이 따르는데 가업의 피승계자가 반드시 소유와 경영을 약 10년간 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업을 승계한 경우 특례 공제를 받았다면 회사를 키우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변하는 경영 상황에 따라 업종을 전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 해 40만 명이 사망한다면 상속세를 내는 수는 4000명이고 이 중 여러 공제 특례 규정을 적용 받는 이는 1%인 40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2012년까지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도 이 자금을 인출하지 않는 한 증여로 추정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차명계좌에 돈을 넣는 순간(미성년자는 1500만 원 이상) 증여로 본다.

부동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증여세는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매기므로 절대 가격이 낮은 요즘 증여하는 게 일단 유리하다. 집을 팔자니 안 팔리고, 그대로 갖고 있자니 언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되살아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차라리 증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상속재산가액이 많을수록 구간별로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과표가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일 땐 30% 세율이 적용되지만, 30억 원을 초과하면 50%로 대폭 높아진다. 따라서 절세 측면에서 보면 가능한 한 재산을 분할해서 조금씩 여러 번 증여하는 편이 유리하다.

한마디로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증여해 두는 것이다. 다만 소유자가 증여 시점으로부터 10년 안에 사망해서 상속이 시작될 경우엔 이미 증여한 재산도 상속 자산에 합산된다.





전문가 TIP
금융 자산 상속·증여

1 금융 자산을 상속할 때 금융 재산 상속 공제를 적용할 수 있다. 순금융 재산가액이 2000만 원 이하면 그에 해당하는 가액이 공제 가능하다. 2000만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2000만 원이 공제 가능하며,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순금융 재산가액의 20% 공제가 가능하고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대 2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2 펀드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시가 하락해 취득 시점보다 기준 가격이 하락하면 기준 가격 하락 시점에 증여 재산가액을 계산해 증여세 절세에 도움이 된다.

3 자녀에게 정기금(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금전의 급부를 받을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증여하는 경우, 현재 시점에 현금성 자산을 모두 증여할 때 정기금 평가를 받아 증여 재산가액을 계산하는 것이 증여세 절세에 도움이 된다.

4 증여자(부모)-수증자(자녀)를 동일시해 금융 자산을 10년 이내 분산 증여하면 모두 합산되므로 최소 10년 단위를 초과해 증여해야 누진세율 체계로 인한 불이익을 절감할 수 있다.

5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금전을 증여할 때 세대 생략 할증 과세로 30%가 할증된다.



가업 승계

1 가업 승계는 최소한 부모가 가업을 10년 이상 영위해야 해 부모의 나이 요건이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2 피상속인의 지분이 특수관계인과 합해 50% 이상(상장 법인이면 30% 이상)이어야 한다.

3 피상속인이 가업 영위 기간 중 60% 이상의 기간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4 2012년 세법 개정으로 가업 상속 공제 적용 시 가업 상속 재산가액의 70%를 공제하고,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은 100억 원, 15년 이상 기업은 150억 원, 20년 이상 기업은 300억 원을 한도로 가업 상속 공제가 적용된다.

5 법인 주식을 가업 상속 공제 받을 때 주식가액에서 비사업용 자산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차감한 후 상속 공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2012년 개정됐다.

6 사후관리 규정으로 상속인이 가업 상속 공제를 받은 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 10%) 이상을 처분할 때 상속세 및 가산세도 추징된다.

7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은 상속 후 10년간 고용 평균 1.2배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그 외 기업은 1.0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부동산 상속·증여

1 과다한 상속세가 예상된다면 사전 증여가 필요하다. 사전 증여돼야 할 재산은 미래 가치가 상승할 자산이거나 현재를 기준으로 환금 가치에 비해 세법상의 평가를 낮게 받을 수 있는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절세상 유리하다.

2 상속 이전에 증여세를 납부하고 사전 증여하는 것인 만큼, 미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증여해야 사전 증여의 효과가 있다.

3 수익성이 양호한 부동산을 증여해 매월 일정 수익을 확보해 줌으로써 증여받은 자녀에게 매월 일정 소득이 발생해 자녀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4 따라서 부동산과 관련한 증여 설계를 할 때에는 세제상 요건을 고려하기 이전에 보유 부동산 물건의 미래 가치, 현재 시가와 공시 가격과의 차이, 수익형 부동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도움말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및 PB본부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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