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집안의 자녀 경제 교육

WEALTH CARE

대대손손 부(富)를 이어온 가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그 안엔 남다른 경제교육관이 있다.

부모 스스로가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자녀의 롤 모델이 됐을 뿐 아니라, 자녀가 어릴 적부터 독립적인 경제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규모 있는 소비 방법을 가르쳤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것인지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자녀의 경제 능력을 계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용돈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 가문은 용돈 사용 가이드 라인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면 상을 주고 어기면 벌을 주면서 장부 관리 요령을 가르쳤다고 한다.

자녀가 ‘부(富)’를 누리며 사는 것을 마다할 부모는 없다. 부를 누리며 산다는 것은 부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게 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보다 자녀의 일시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 급급한 듯 보인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청소년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녀들은 용돈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용돈 사용 계획도 가끔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독립적인 경제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자녀의 경제 능력을 계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용돈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가(家)에서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록펠러는 ‘수입-지출=재산’이라는 기본 공식 아래 지출을 줄이는 습관을 들이는 한편, 체계적으로 용돈을 관리해나가는 법을 강조했다. 록펠러 2세는 용돈 사용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면 상을 주고 어기면 벌을 주면서 장부 관리 요령을 가르쳤다고 한다.

빌 게이츠도 자녀 경제 교육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자녀들에게 매주 1달러의 용돈밖에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그의 막내딸이 스키용품을 산 뒤 딸 명의의 체크카드로 계산을 했다. 카드에 적힌 ‘게이츠’라는 이름을 본 점원이 “빌 게이츠 씨와 혹시 친척이신가요”라고 물었다.

딸이 “아니요. 전 빌 게이츠 씨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인데요”라고 대답하자, 점원이 “그렇죠? 만약 게이츠 씨 친척이라면 더 비싸고 좋은 스키를 샀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게이츠는 이처럼 자녀가 어려서부터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모으고 그 한도 내에서 규모 있게 소비하도록 가르쳤다.

자녀들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워런 버핏의 교육 방법도 참고할 만하다. 버핏은 ‘부모의 돈은 자녀의 돈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자선단체에 재산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 자녀들과 이야기해왔다. 그는 늘 서재에서 무디스의 평가보고서 등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녀들에게 관련 자료를 읽고 투자를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 방법도 알려줬다.

버핏 역시 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주식중개인이던 그의 아버지는 버핏을 종종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로 데리고 가 견학을 시켰다고 한다. 또 그를 자주 사무실로 불러 주식과 채권 원본을 보여주고 자료 정리를 돕도록 했다.

홍콩의 부호 리카싱(李嘉誠) 역시 그 아들들이 일곱 살이 되던 해부터 회사 이사회를 참관하도록 했다. 그 자리에서 비즈니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얼마나 많은 회의를 거쳐 이뤄낼 수 있는 성과인지를 가르쳤다고 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에 따르면, ‘5세 자녀는 5000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판단할 능력이 있고, 7~8세 자녀는 저축과 투자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으며, 13~14세가 되면 조그마한 투자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고르고 거래 할 수 있다’고 한다. 리카싱은 유학 간 아들에게도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으며, 자전거로 통학하도록 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가르쳤다.



부모의 근면함이 자녀의 경제력으로

이처럼 대대로 부를 이어온 가계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것인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 스스로가 자녀의 롤 모델이 돼 근면, 성실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검소한 생활을 익히도록 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무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0대에 걸쳐 부를 이어 온 집안이 있다. 바로 경주 최씨 가문이다. 경주 최씨 역시 검약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집안 며느리들은 만석꾼 부잣집에 시집을 왔으면서도 3년 동안 비단옷 대신 무명옷을 입고 지냈다. 또 일부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경쟁자들보다 늘 앞서나가야 한다’, ‘시장을 독점해야 한다’는 가치를 추구해온 것과 달리 경주 최씨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했다.

대대로 부를 이어온 가계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것인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주 최씨 가문은 경제 관리 능력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에 입각해 원리와 원칙을 강조했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경주 최씨 가문의 비결은 이들의 독특한 자녀교육관에 있다. 경제 관리 능력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에 입각해 원리와 원칙을 강조한 것, 단순한 행동지침을 가르치기에 앞서 도덕 교육을 선행해 온 것 등이다. 이러한 최 씨의 교육 방식을 통해 그 자녀들은 ‘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조상의 지조를 바탕으로 부를 선(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대대로 전수해나간 것, 이것이 최 씨 가문이 오랫동안 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이다.




황신정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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