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벤자, 미국인 취향에 맞춘 일본CUV, 한국인의 평가는?

벤자는 한국에 출시되기 전에 미국에서만 판매되던 모델이었다. 이는 도요타의 고향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벤자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 켄터키공장에서 전량 생산하는 벤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혜택을 십분 활용하려는 한국토요타가 전략적으로 국내에 출시한 모델이다.



벤자는 미국 시장에 맞게끔 널찍하고 큼직하다. 도요타 벤자를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일반 세단의 느낌이 강했다. 거기에 해치백을 더한 모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승을 위해 차를 받았을 때 벤자의 덩치에 놀랐다. 길이 480cm, 폭 191cm, 높이 160cm로 우리가 익숙한 싼타페의 크기(469×188×168cm)에 비해 길이와 높이가 약 10cm씩 더 컸다.

그 덕분에 실내도 넓고 여유 있다. 한편, 도요타 측은 미국의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비해서는 높이를 낮춰 세단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벤자는 크로스오버차량(CUV)으로 여러 용도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가족끼리 나들이하는 데는 최적인 모델이다. 넓은 내부와 주행 중 안정성은 가족 여러 명을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으며, 더불어 넓은 트렁크 공간은 캠핑 장비 등 많은 짐을 싣기에 충분하다.

외관 디자인을 살펴보면, 일본 차답지 않게 선과 비율이 대담하고 굵직굵직하다. 역시 미국인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역동적인 상·하단 그릴의 조화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부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넓고 쾌적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벤자 내부는 운전석 공간과 동반석 공간이 서로 중복되는 ‘60대60 공간 구성(운전자와 동반석 승차자 둘 다 자신의 탑승 위치에서 60%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처럼 느껴짐)’이라는 독창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했다. 뒷좌석의 경우 등받이 각도를 좌석에 따라 각자 조절할 수 있고 뒷좌석의 높이가 앞좌석보다 높게 설계돼 있어 뒷좌석 탑승자의 시야가 탁 트여 있다.


주행 성능에 있어서는 안정감과 정숙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시승을 위해 차를 받은 날은 2012년 12월 7일, 전국에 폭설과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그래서 노면 사정이 좋지 않아 급회전, 급가속, 급브레이킹 등 무리한 성능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경부고속도로상에서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며 벤자가 얼마나 정숙하고 편안한지를 만끽했다.

가족을 가득 태우고 운전할 때에는 벤자에 적용된 액티브 토크 컨트롤(ATC·Active Torque Control) AWD 시스템이 빛을 발한다. 이는 전륜과 후륜 토크 배분을 최적화, 모든 도로 표면에서 안정적인 가속과 부드러운 코너링을 보장한다. 또한 일반적인 SUV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게 유지되도록 설계돼 더욱 커진 휠과 타이어와 함께 역동적인 핸들링을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연비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모델밖에 없다. 따라서 복합연비가 리터당 9.9km다. 가솔린 엔진 SUV치고는 나쁜 편은 아니지만, SUV는 디젤 모델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은 인원과 짐을 싣고 자주 장거리 여행 가기에는 기름값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다.

가격 4700만 원(XLE)

연비 리터당 9.9km(복합)

제원 2.7L 직렬 4기통 엔진, 184마력, 최대 토크 25.2kg·m

경쟁 차종 혼다 크로스투어, 닛산 무라노, 포드 익스플로러, 현대 베라크루즈,

머니의 평가
디자인 ★★★☆☆ 연비 ★★★☆☆ 주행 성능 ★★★★☆
편의성 ★★★★☆ 정숙성 ★★★★★ 안정성 ★★★★★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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