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를 밝히다 2013 TREND KEYWORD

ISSUE REPORT

‘다사다난(多事多難).’ 해마다 세밑·세초를 보내며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을까만 적어도 2012년이 절대 ‘다난’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문제는 2013년은 2012년보다 더한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모두를 불안케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예측 가능하다면 불안을 덜 수 있지 않을까. 2013년을 바라보는 각종 전망과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트렌드 키워드의 공통분모를 모아봤다.



불안과 불확실성은 2013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대부분은 경제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경제 불황은 대한민국 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 2%대 성장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았고,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위험 요소들로 인해 2013년 역시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은커녕 현 상황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 경제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여기에 오는 2월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에 대해서도 우려와 기대라는 엇갈리는 시각이 공존하면서 불확실성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어느 시대인들 불안하고 불확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불안을 먹고 불안을 낳으며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말처럼 우리 삶은 불안을 떨쳐냄과 동시에 새로운 불안을 맞고, 또다시 그 불안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Keword1
일상화된 ‘불안’의 해소

단순히 불황에서 비롯된 경제적 불안을 넘어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2012년에는 특히나 잦았던 흉악 범죄로 인해 한낮 대로변을 걷다가도 문득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세상도 불안의 한 요소다. 사이버 정보 유출로 나도 모르는 사이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사람들은 점점 예민해진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는 이를 두고 ‘날 선 사람들의 도시’라는 키워드를 내놓았다.

사회·경제적으로 체감하는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권력은 문제 해결에 무력하기만 하고, 이렇다 할 경제적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고슴도치처럼 바짝 날이 서게 된다는 것.

이처럼 일상화되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들이 더욱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불안과 불신이 넘치는 사회는 CCTV 판매의 폭발적 성장이라는 현상을 낳기도 했지만, 향후에는 보다 더 확실하게 불안을 해소해줄 방법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트렌드연구소가 내놓은 ‘2013년 10대 키워드’ 중 ‘프리 크라임(pre-crime)’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 ‘마이너리티’에 등장했던 프리 크라임은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지해 범죄자를 사전에 체포하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마음속으로부터 불안을 잠재우는 또 다른 방법으로 힐링과 디톡스를 들 수 있다. 사실 힐링은 2012년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힐링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이미 태동했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힐링 관련 산업이 2013에는 더 대규모로 확대되거나 저변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이 세계 평균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힐링 산업은 2013년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디톡스(detox)는 유해물질이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물질과 환경에서 오는 독성과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정화하고 보호하려는 해독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며 “가전, 식품, 화장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톡스 관련 상품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디지털 중독, 카페인 중독 등 다양한 분야의 디톡스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개인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이미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 운동은 각종 디지털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인식의 변화를 꾀하자는 운동이다.




Keyword2
빅 데이터 시대, 가치 있는 정보 찾기

빅 데이터(big data) 시대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발생한 정보 데이터량이 2.7제타바이트(ZB·1ZB=약 1조 바이트)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제는 이 빅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산업 전반에서는 빅 데이터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아예 업무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얼마 전 한 기업에서는 기존의 마케팅담당 직원들을 대거 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정보들을 수집, 분석해 제품 기획에서부터 홍보 마케팅에 이르는 전 분야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로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잠재적 소비자들의 심리를 SNS를 통해 미리 예측 가능하게 됐다는 점은 기업에는 상당히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정보는 넘치고 넘친다. 따라서 그중에 어떤 정보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또 하나, 각각 소비자 유형별로 맞춤 정보를 찾아서 제공해주는 것도 빅 데이터 시대에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다. 이른바 지능형 아카이브(intelligent archive)로 가공한 정보를 저장해 특정 목적을 지닌 사용자에게 품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보의 활용 측면이 아니라 이젠 정보의 저장 자체도 하나의 콘텐츠 사업이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뽑아내 제공해주는 ‘스마트 에이전트’의 등장도 예고되는 시점이다.




Keword3
고령화, 그리고 세대교체

본격적인 고령화가 시작됐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는 이미 본격화됐고,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생)도 은퇴라는 화두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고령화는 이제부터 시작해 향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거론될 화두다. 고령화와 관련한 키워드로 한국트렌드연구소 측은 ‘거품청년’을 들었다.

거품청년이란 40대 중반부터 60대까지의 남자들을 말한다. 겉으로는 건강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체력이나 심리적 측면 모두에서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로, 물리적으로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 은퇴 후에도 경제적 여건 때문에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동시에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 강해지면서 관련 산업의 꾸준한 확대를 견인하고 있기도 하다.

고령화와 더불어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 세력 중 하나인 30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기존 세대의 그것과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인 1970년대생을 뜻하는 이른바 ‘397세대’는 최대의 소비 계층으로 실용을 중시하면서도 가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일과 가정을 균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의 자녀교육관도 확연히 달라졌는데 ‘트렌드코리아 2013’에서는 이를 두고 ‘스칸디맘이 몰려온다’고 표현한다. ‘스칸디맘’은 북유럽식 자녀양육법을 추구하는 30대 젊은 엄마들로,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N세대로 자란 이들이다. 과도한 경쟁적 교육보다는 정서적 교감을 추구하고 자녀와의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이들의 등장으로 심플함, 모던함, 친환경성, 실용성, 평등함 등 북유럽적 가치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이미 통계적으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꼭 1인 가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점점 ‘개인화’ 돼간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더 큰 만족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 인간관계도 오프라인이 아닌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휴식과 소비 등의 형태도 개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keyword4
물질주의자의 무소유

공유 경제의 대두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2013년을 관통하는 저성장 기조로 인해 공유 경제의 가치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 것’을 갖는 게 아니라 얼마나 누리면서 사느냐 하는 것이다.

이른바 ‘물질주의자의 무소유’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더 빛을 발한다. 더구나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도 빌리거나, 나누거나, 함께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로의 변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Keyword5
증시 환경은 저성장·저위험·인플레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할 키워드도 전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내놓은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저성장·저위험·인플레’로 집약된다. 먼저, 저성장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불가피하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로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의 부채 축소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세계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이 저성장 국면은 단순히 2013년뿐만 아니라 향후 2~3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 완화 정책 기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금융 위기 이후 긴축 위주였던 주요국 정책이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분위기는 세계 경제뿐 아니라 증시 투자 심리에도 우호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것과 주요국의 선거가 끝났다는 점도 증시 위험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의 통화 완화 기조로 자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인플레가 위험 수위에 도달할 경우 통화 완화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2013년만 놓고 보면 인플레는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