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해외: 지중해안 절벽 마을의 낭만 속으로… 이탈리아 포지타노

스테이케이션

절벽에 지어진 작은 마을, 비현실적인 풍경이 일상이 돼버리는 시간, 지중해의 햇살과 절벽의 낭만이 만들어내는 마법 속에 슬며시 걸려들면 오래된 골목길 그 어디쯤에서 내가 몰랐던 생경한 나를 만난다. 골목길과 지중해변을 산책하듯 거닐다 보면 여행은 어느덧 일상이 된다.


아말피 해안의 심장 포지타노 전경

아말피 해안(The Amalfi Coast)의 절경은 포지타노(Positano)에서 그 절정을 맞는다. 포지타노는 지중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낳은 작은 해안 마을. 아슬아슬하게 지은 알록달록한 집들 사이로 길은 미로처럼 또 사랑처럼 구불구불 얽혀 있다.

흔히 그리스 산토리니와 비교되는 포지타노는 그 환상적인 경관으로 인해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 배우 등 저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50곳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로 여행자의 주관적인 느낌은 객관적으로도 증명된다.

이탈리아 남부 서쪽의 포지타노에서 프레이아노, 라벨로, 체타라, 그리고 동쪽의 비에트리 술 마레이까지 이르는 장대한 지중해안 아말피, 소렌토부터 시작되는 아말피 해안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포지타노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중부의 로마에서 남부의 나폴리까지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구불구불한 지중해의 해안도로를 아슬아슬 달린 후에야 너무도 비현실적인 이 그림 같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나폴리를 거치고 소렌토를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는 만만찮은 여정 때문에 일단 이곳을 선택한 여행자의 휴가를 한결 더 한가롭게 만들어준다.

눈을 비벼 다시 크게 뜰 만큼 그림같이 지어진 집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난다. 화창하다 못해 눈이 시린 남부의 햇살, 그 햇살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해변의 몽돌, 거칠고 또 때론 부드러운 물살이 절벽을 부수고 또 부숴 만들어졌을 해안의 몽돌들은 파도에 쓸려 거칠게 서로의 몸을 비벼댄다. 아말피 해안에 서면 누구라도 부둥켜안고 서로의 숨결을 부비고 싶어진다.

폭 1m를 간신히 넘는 가파른 경사의 골목길은 선물 같은 미로다

낭만적인 마을이니 어김없이 사랑의 증표가 있다.

골목 옆으로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비현실적인 삶에 기웃거려 보는 시간

포지타노의 골목길을 걷는 것은 보물섬을 탐험하는 일과 비슷하다. 혹은 보란 듯 선물이 기다리는 미로 찾기다. 기대 없던 여행자에게도 어김없이 색다른 의미를 주는 의외의 선물이다. 폭 1m를 간신히 넘는 가파른 경사의 골목들은 거미줄처럼 엉켜 탐험가의 피를 가진 여행자를 흥분시킨다. 골목에는 잠시 쉬어가라는 듯 벤치가 놓여 있고, 작은 화단이 있고, 이름 없는 카페와 작은 바, 유난하지 않은 소박한 갤러리,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남부 사람들의 체취가 있다.

아침 산책을 나선다. 우리와는 다른 밥 짓는 냄새와 빨래 너는 풍경, 파자마를 입은 채 화단에 물을 주고 담배 한 모금 곁들인 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달게 마시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더 가까이 들어가고 싶은 여행자, 운이 좋다면 파이 한 조각이나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는 일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생존과 성공을 위한 투쟁에서 잠시 비켜선 곳에서 전에 만나보지 못했고 가깝지도 않았던 부류의 사람들 삶에 기웃거려 보는 시간이다.

오후엔 지중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테라스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혹은 공상을 한다. 책 읽을 시간은 충분하다. 공상을 할 시간도 더없이 넉넉하다. 내가 알지 못했고 관심 갖지 않아서 놓치고 만 것들, 무시로 나를 스쳐 지나가버린 세상의 변방에 대해 한번쯤 눈길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들이 삶을 전처럼 보지 않게 하고 삶에 대해 새삼 무수한 의문을 만들어낸다. 차마 의문을 품을 시간도 없이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서야 삶의 기묘한 흐름들과 그 무한한 신비에 온전히 내 전부를 내어줄 수 있다.

미로 같은 작은 골목 탐험에 싫증이 났다면 버스가 다니는 전망 좋은 해안도로를 따라 해변으로 걸어볼까. 호텔과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 윗동네에서 해변 아랫동네까지는 쉬엄쉬엄 걸으면 1~2시간, 버스를 타면 10분쯤 걸리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이다. 마주 오는 자동차 두 대가 겨우 통과할 만한 넓지 않은 주 도로. 수시로 오가는 차들을 요령껏 피해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해도 늘 해안을 끼고 돌기 때문에 포지타노의 비경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한겨울에도 한낮에는 영상 20~25도의 기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론 스웨터를 입어도, 한낮엔 반팔만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절벽에서 바라본 해안.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그림같이 지어진 집들.

길옆으로는 옷가게를 비롯해 액세서리, 접시,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쇼핑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비교적 여행객의 발길이 뜸한 중턱에는 저렴하고 독특한 물건이 많다. 작은 가게에서는 가격을 깎는 재미도 고만고만하니 흥미롭다.

그러나 역시 포지타노를 누리는 가장 현명하고 특별한 방법은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바보가 돼보는 것’이다. 그것 이상 포지타노를 알차게 누리는 방법은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한없이 게을러지는 것으로 충분한 곳이 바로 포지타노에서의 일상이다. 굳이 가야 할 곳도 해야 할 일도 없을뿐더러 ‘넋 놓고’ 있어도, 아니 그래야만 제대로 된 포지타노 여행의 알맹이를 누릴 수 있다. 지금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와의 밀월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포지타노는 이미 당신의 것이다.




tip 맛있게 머물기

포지타노 호텔 예약은 www.holidaycityeurope.com/positanohotels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장기로 머물 경우엔 한 호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3~4일, 혹은 일주일 단위로 저마다 이색적인 콘셉트와 색다른 풍경을 간직한 다양한 부티크호텔에서 머물러 볼 것을 권한다.

다 콘스탄티노(Da Costantino) 레스토랑은 음식 맛도 훌륭하지만 그 전망만으로도 허기진 배와 가슴이 채워진다. 포지타노의 언덕 꼭대기 에 위치해 있다. 피자와 파스타 중심의 메뉴이며 가격대도 합리적이다.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몇 시간이고 오래 머물러도 좋다.


www.dacostantino.it
글·사진 이송이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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