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fessional
‘이 세상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사랑의 다리를 놓는 회사’.
이 멋진 기업 철학은 오롯이 조에스더 대표로부터 비롯됐다.
‘상처 난 관계’를 치료하는 그는 세상에 아름다운 변화들을 일으키는 중이다.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다. 사랑을 줄 수 있으려면 먼저 당신에게 사랑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사랑을 가르치려면 먼저 당신이 사랑을 이해해야 한다.”
대학시절 읽은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Living, Loving & Learning)’라는 책은 그의 삶에 이정표가 됐다. 그날로부터 훗날의 얘기지만 ‘엘(L)컴퍼니’라는 회사명도 ‘Living, Loving & Learning’의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을 정도. 조에스더 엘컴퍼니 대표의 표현대로 하면,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교육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엘컴퍼니는 ‘인생에 가장 바람직한 질문’으로부터 탄생한 회사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그 ‘질문’이 생겨난 데는 대학 등록금 마련부터 시작해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도록 한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 있었다.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가 누군가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졸업 후 YBM 교육팀에 들어가 교사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되더군요. 회사에서도 붙잡았고, 가장 ‘몸값’이 좋을 때였는데도 과감히 그만뒀어요. 제가 회사를 해고한 거예요(웃음). 아무것도 몰랐고 계획도 없이 무작정 나왔는데 우연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 강사로 크기 시작했죠.”
당시 조 대표의 전문 분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객과 직원, 상사와 직원 등 ‘관계’ 코칭을 주로 했다.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TV 등 방송 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인기와 돈, 두 마리 토끼도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앞에서 말한 ‘바람직한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강사를 하려고 태어났나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숱한 고민 끝에 내 인생의 미션과 비전이 줄을 서게 됐어요. 결론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거였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모든 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모으는 과정과 수단이 돼야 하고요.”
2009년 설립된 엘컴퍼니는 그러한 목적으로 탄생한 회사다. 더 큰 영향력을 위해서는 개인 혼자보다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했던 것. 선한 목표 때문인지 회사는 성장 속도가 빨랐다. 굴지의 대형 병원들과 대학, 기업, 공공기관들이 강의와 컨설팅을 의뢰해오면서 클라이언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엘컴퍼니는 특히 의료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의료커뮤니케이션은 의사와 환자, 병원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 간의 관계 등 다양한 터치 포인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우리나라에는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5000개가 넘는 의사들의 진료 영상을 토대로 대화와 관계의 스킬을 컨설팅하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죠.”
더구나 그가 컨설팅하는 대상이 사람과 사람 그 접점에 위치해 있는 이들이다 보니 감동과 보람은 더욱 크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면 훗날 그 의사들이 만나게 될 환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수백, 수천 명 혹은 그 이상의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 물론 단 몇 시간의 강의가 사람을 바뀌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역시 모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 그로 인해 관계의 재정립이라는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더 많은 관계들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일
청중들로 하여금 그러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도 역시 조 대표의 경쟁력이다. 스타 강사라는 타이틀을 단 전문가도 많고 컨설팅을 하는 기업은 더더욱 많은 요즘,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면서도 승승장구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그는 이 지점에서도 ‘질문’을 거론했다.
“가끔 클라이언트들이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요.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저의 좋은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질문이에요.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참 많이 하면서 살아요. 그 질문들이 바로 저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힘이죠.”
사랑을 줄 수 있으려면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을 변화시키려면 자신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3년째 받고 있는 심리 상담 역시 맥락이 닿아 있다.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제가 좋은 관계를 형성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저부터가 건강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는 스스로도 많이 건강해졌고, 하는 일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모든 관계의 문제에는 심리가 작용을 하거든요. 따라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죠.”
심리 공부만이 아니다. 학습자의 눈높이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있고, 트렌드를 앞서가기 위해 책을 통한 간접 경험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과 사생활의 분리는 남의 얘기. 다행히 남편의 외조와 직원들의 격려가 어려운 고비마다 큰 힘이 됐다. 지금도 수익사업과 사회사업을 따로 구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일대일 관계 코칭을 하는 등 재능 기부를 하고 있지만 조 대표의 꿈은 더 많은 관계들을 가슴으로 껴안는 일이다.
“선한 영향력을 쌓은 후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어요. 제 나이 마흔부터 꼭 대학생 한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어 꾸준히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요. 탈북 여성에게도 관심이 많아요. 내년부터 특강을 하는데 탈북자를 위한 모금 사업의 일환이죠. 다문화 가정의 여성에게도 관심이 많고…. 다양한, 참 많은 관계 속에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돼가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쯤에서 ‘에스더’라는 그의 이름이 새삼 와 닿았다. 구약성서에서 신실한 믿음과 용기로 나라를 구한 그 이름처럼, 그는 상처투성이인 관계들을 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