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TFT코리아 대표 “어메이징한 변화, 그 한가운데”

Noblesse Oblige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너지.
이지현 TFT코리아 대표는 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착한 소비를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TFT도 그 일환이다.
세상을 바꿀 따뜻한 기운은 이제 막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루 3시간 취침. 물리적 고단함을 보상해주는 건 정서적 풍요다. 본업만으로도 충분히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인데, 여기에 100% 자원봉사 개념으로 임하고 있는 테이블포투(Table For Two·TFT) 코리아 대표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TFT코리아의 존재가 조금씩 세상 밖으로 알려지고, 동참하겠다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늘어나면서 기분 좋은 일과들이 많아졌다.

비영리 기업인 TFT는 2007년 일본에서 시작돼 8개 나라로 퍼져나갔다. TFT는 선진국 사람들이 조금 덜 먹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약간의 돈을 기부해 아프리카 아이들의 끼니를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나, 식당에서 먹는 밥의 양을 줄이는 대신 해당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정 금액의 돈을 기부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먹고 싶은 걸 못 먹어가면서 하는 기부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살면서 남도 잘 먹게 해주자는 것이 TFT의 발상인 것이다. 더구나 원조만 받던 아시아에서 다른 나라의 학교 급식을 제공한다는 게 큰 의미다.



300원이면 아프리카에선 한 사람의 끼니 해결

이지현 대표가 TFT코리아를 맡게 된 건 친구인 TFT 창립자들의 제안 때문. TFT코리아는 지난해 1월 출범했지만 시장조사 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TFT코리아와 제휴를 맺은 기업 등에서는 적게 먹고 기부하겠다는 손님이 있으면 1인당 300원을 TFT코리아에 보낸다.

통신설비업체인 쏠리드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구내식당을 통해 기부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이동 점포에서 통장을 개설할 때마다 300원씩 보내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두커피 수입 업체인 EMI는 TFT 커피를 기획 상품으로 출시해 한 박스가 팔리면 300원씩 기부했다.

지난가을에는 ‘TFT 짝’을 진행하기도 했다. TFT코리아가 남녀 20명씩의 만남을 주선하고 참가비를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무슨 일이든 재밌어야 한다는 이 대표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기부 아이디어’였던 것. 그 밖에도 대기업과의 제휴 등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들이 많다.

“제휴를 진행하면서 감동받을 때가 많아요. 첫 제휴사인 쏠리드 때도 감동이었지만, 한국연구재단은 올 초 조선일보와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TFT 점심을 제공한 게 짧게 기사화됐는데 그걸 보고 물어물어 먼저 연락을 해왔죠.

더 감사했던 건 구내식당이 뷔페식으로 운영돼 TFT 점심을 하기 힘든 상황인데, 한 달에 한 번 별도로 TFT 식단을 마련해줄 정도로 열정을 보여주셨어요. 구내식당 식사로는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신한은행도 먼저 방법을 찾아 이동 점포 통장 개설이라는 아이디어를 보내왔고요. 서로 안테나가 통하면 정말 어메이징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1인당 300원이라고 해봐야 100끼니에 3만 원. 혹자는 국내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는데 굳이 아프리카냐고 묻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3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작은 돈이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는 가치인 것.

내가 속한 세계는 굉장히 크고, 우리는 세계와 연관돼 있잖아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죠. 좋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서 급식 활동을 하는 한국 분을 만났는데 그분 얘기가 우리나라 돈 1000원이면 20명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나라에서는 5센트짜리 밥 한 끼를 먹으러 몇 킬로미터를 걸어오는 거지요.”

감사하게도 TFT코리아를 비롯해 글로벌 TFT의 성과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에 제공하는 학교급식이 1만5000끼를 넘어섰고, 그 수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TFT코리아의 성과 뒤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딸이자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이지현 대표의 ‘이름값’도 분명 있었을 터다.

SBS 보도국 기자로 8시 주말뉴스 앵커를 지냈고, 최초의 청와대 외신대변인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과 공보관을 거쳐 아리랑 TV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던 그다. 무슨 일을 하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지만 그는 “착한 일을 하는 것처럼 그런 이미지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다만 TFT코리아에 쏟아지는 성원을 보면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여름부터 우리와 함께 일할 자원봉사자를 받았는데 대학생 등 많은 젊은이들이 나서줬어요. 그들이 일하는 걸 보니 우리가 잘 돼서 고용 창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가 잘되려면 우리 같은 기업이 잘돼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이 많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회사와 집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세계는 굉장히 크고, 우리는 세계와 연관돼 있잖아요. 전 세계 누구라도 6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죠. 좋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해요.”



세계가 바뀌려면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

그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또 다른 프로젝트들도 그의 활동 범위 안에 존재한다. 일종의 재능 기부로, 결과적으로는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일이다. 이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따뜻한 기운을 미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을 도모하게 된 건 한국 사회에서 공적인 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바탕에는 역시나 한국 사회에서 공적인 일을 한 부모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직장에 속해있을 때도 공적인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지만, 몇 해 전부터는 보다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줄리안리컴퍼니는 이 모든 일들을 꾸려가는 회사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40대 이전에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 세계 리더들을 모은 세계 글로벌 포럼의 영 리더 1기 출신인 이 대표는 자신을 포함해 6개국에서 모인 6명의 리더들과 함께 한 가지 가치를 공유하게 됐다. 당시는 세계 경제 위기가 터진 후로 세계는 혼란스러웠고 각 기관들은 붕괴되는 시점이었는데, 이 6명의 리더는 세계가 바뀌려면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 공공기관에 갈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어요. 그때부터 서로 각자의 나라에서 e메일을 주고받았고, 매주 수요일에는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죠. 시차도 각각 달라 누군가는 새벽에, 누군가는 밤중에 해야 했지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2년 동안 통화를 했을 만큼 열심이었어요.

누가 월급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텐데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적극적이었죠. 우리는 전 세계 800명이 넘는 영 글로벌 리더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공적인 일에 기여할 수 있겠는지, 왜 안하는 것인지 등등을 설문했고, 그 의견들을 취합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를 열기로 했어요.”


그게 바로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서 비공개로 열린 ‘공공분야 지도자 포럼’이었다. 전 세계 35개국 70명의 젊은 리더들을 모아놓고 공적인 일에 기여하고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이틀간 클래스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리더 3명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공적인 일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른바 ‘한·중·일 젊은 리더의 모임’으로 역시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 나라의 리더들이 주말을 함께 보내며 소통하는 것이었다. 2010년 10월 첫 번째 모임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젊은 리더들이 모였고, 이후 그의 바람대로 ‘한·중·일’ 3국으로 확대돼 지난 10월 말 제주도에서 열린 모임까지 총 네 차례 만남을 가졌다.

아시아에 힘과 돈이 모이는 등 아시아가 중요한 시장이 됐지만, 영토분쟁이니 역사문제 등은 공식적 채널로 ‘나라 간’ 말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계획한 이 프로젝트 역시 국적을 불문,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며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공식적인 소통은 솔직히 한계가 있잖아요.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공식적 채널로는 얼마든지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죠. 그러려면 두터운 관계를 맺어야 하고, 젊어서부터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이끌어갈 시점엔 정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는 거죠.

처음엔 1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난 제주도 모임에선 멤버가 30명으로 늘었어요. 벌써 네 번째 모임을 가졌지만, 이 사람들이 밖에 나가면 다들 잘난 사람들이라 사적인 이야기는 안 할 것 같은데도 오히려 자신을 완전히 오픈해요. 제주도 모임에서도 누군가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 서로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갔죠. 참여하면서 다들 정말 많은 걸 얻어가고 있어요.”

그런가 하면 지난 9월에는 TFT를 발판으로 젊은 사람들이 비영리 비즈니스 모델을 실전에 적용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 모든 일들이 이 대표의 재능 기부이자, 동시에 재능 기부의 장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대표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준비되고 있고 진행되고 있다.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나의 과제는 모든 일의 스케일을 키우는 겁니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따뜻한 기운이 미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글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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