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올해의 금융 투자 히트 상품들, 내년에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금리+알파(α)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인기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금융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예전 같았으면 연 10% 이상 고수익을 노렸을 투자자들이 요즘에는 ‘예금금리+α’ 정도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품이 나오면 언제든 대환영이라는 분위기다.

의견이 갈리기는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금리+α 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인기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금융 투자 상품들이 내년에도 그 인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만약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G2(미국·중국)의 경기 상승 기조가 이어져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안정성 높은 상품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 한해 인기를 모았던 금융 투자 상품을 소개하고 인기 요인을 분석해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전망해봤다.

올 한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해외 채권형 펀드이지만, 앞으로는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첫째,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올 상반기 최대 히트 상품으로 동양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ELS는 25조9469억 원이 발행돼 그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LS의 인기 요인은 높은 안정성에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ELS는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스피200 지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ECI) 등 기초자산이 2개로 이뤄진 ELS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초자산을 3개로 늘려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된 ‘트라이앵글 ELS’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히는 ELS이지만, 가입 당시 정해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투자 기간이 최장 3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하반기 들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자 ELS의 발행 규모가 급감한 데에는 수익 실현의 기회를 놓친 ELS가 늘어나면서 ELS에 들어가 있는 자금이 재투자에 사용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발행 규모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많은 금융 투자 상품 중 최고점을 받을 만한 상품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둘째, 해외 채권형 펀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신한봉쥬르차이나’, ‘미래에셋인사이트’ 등이 큰 폭의 손실을 본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9일 기준 548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26조7939억 원으로, 올 들어 15.76% (5조152억 원) 감소했다.

반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올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61개 해외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5조3831억 원으로, 올해 증가율 65.24%(2조1254억 원)에 달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가 이렇게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높은 수익률이 영향을 미쳤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85%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3.50%)을 크게 앞서고 있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설정액 100억 원 이상 해외 채권형 펀드 가운데 ‘피델리티이머징마켓자’가 18.30%의 수익률을 올려 1위에 올랐으며, ‘피델리티아시아하일드자’(17.49%), ‘JP모간월지급식이머징마켓’(17.30%) 등이 뒤를 이었다.

올 상반기 최대 히트 상품은 ELS로 발행 규모가 25조9469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한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해외 채권형 펀드이지만, 앞으로는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하락해 앞으로는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상장지수펀드(ETF) 및 ETF 랩어카운트(ETF랩)다. 올해는 한국의 첫 ETF인 ‘코덱스(KODEX)200’과 ‘코세프(KOSEF)200’이 증시에 상장된 지 10년이 된 해였다. 단순히 ‘10년이 된 해’에 머물렀던 게 아니라 올 한해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순자산 총액은 13조4745억 원으로 올 들어 26.24%(3조45367억 원) 증가했다.

시장이 이처럼 성장한 데에는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 영향을 미쳤다. 증시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한 ETF는 운용보수 등 거래비용이 일반 펀드에 비해 낮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ETF가 포함돼 있는 에프앤가이드의 ‘인덱스주식기타’ 유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4.65%를 나타내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보다 나은 성과를 나타냈다.

ETF가 인기를 모으자 시장 흐름에 맞춰 ETF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ETF랩도 덩달아 인기를 모았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 보내는 신호에 맞춰 ETF의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대우증권의 ‘폴리원랩’은 ‘베이직 적립형’의 수익률이 연초 이후 9.37%를 나타냈다. 계좌수도 올해 3248개가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ETF 시장이 갈수록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KODEX레버리지’와 ‘K ODEX인버스’ 같은 파생상품형 ETF에만 집중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9월 ‘차별성 없는 ETF의 신규 상장을 억제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ETF 시장의 건전화 등을 위한 종합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넷째, 중소형주 펀드다. 올 상반기에 ELS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중소형주 펀드가 있었다.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진 지난 8월부터 중소형주 펀드는 수익률 측면에서 다른 유형을 압도했다.

8월 이후 성과가 반영된 ‘액티브주식중소형’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2.84%로, 전체 평균(0.80%)을 크게 앞서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4.09%로 전체 평균보다 나은 성과다.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1~3위는 ‘KB중소형주포커스자’(33.44%), ‘삼성중소형FOCUS1’(24.72%), ‘한국밸류10년1(모)’(17.43%)로 세 상품 모두 중소형주 펀드들이다. 올해 중소형주 펀드의 성과가 이처럼 좋았던 것은 보통 중소형주 펀드의 편입 비중이 높은 필수소비재 업종 내 주요 종목이 연중 내내 고공행진을 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 고공행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이준혁 유리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양호한 수익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중소형주의 주가가 고점의 80% 정도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 이제는 분할매도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다섯째, 절세형 상품이다. 즉시연금, 물가연동국채, 브라질 국채, 월지급식 ELS 및 파생결합증권(DLS), 연금저축 펀드 등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절세형 상품이다. 이들은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계기가 됐던 게 지난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이다.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금융 투자 상품 등에 주어졌던 절세 혜택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점이 핵심으로 꼽힌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screa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