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CARE] 부부가 함께 하는 노후 준비, 왜 필요한가?
입력 2012-12-27 11:10:40
수정 2012-12-27 11:10:40
은퇴 이후엔 경제적 여건 외에도 사회관계, 하루 시간 활용, 주 생활공간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난다. 노후 계획이 충분히 서지 않은 부부는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애 설계 차원에서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사람들이 늘 하는 인사가 있다. “결혼 준비는 잘 돼 가느냐”는 것. 여기서 결혼 준비란 당일에 치러야 할 결혼식 외에도 어디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지, 신혼집의 규모와 비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세간은 어떻게 장만할지, 자녀는 언제 몇 명까지 가질 것인지 등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데 필수적인 의사결정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예비부부들은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반면, 은퇴를 앞둔 부부들은 퇴직과 자녀 독립 이후의 인생 그림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 사회가 워낙 빠르게 고령화되는 바람에 부부의 노후 생활에 대한 문화적인 각본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탓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62.3세다. 2010년 현재 평균 기대수명이 80.8세이니 39년 만에 18.5세가 늘어난 셈이다. 환갑을 갓 넘어 죽던 시절에는 열심히 돈 벌고 자식 키워 좋은 집안에 시집, 장가보내면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후에도 부부가 함께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지도가 필요해진 것이다. 신혼생활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처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노후를 준비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1년에 한 번은 가계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노후 준비 전략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부부만의 노후 준비 워크숍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후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러한 측면에서 노후 준비는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애 설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직장을 나오고 나면 경제적인 상황 외에도 사회관계, 하루 시간 활용, 주 생활공간 등을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충분한 상의와 계획이 이뤄지지 않은 부부는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후 생활에 대한 계획과 의사결정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그에 맞는 재무 목표를 세우고 저축도 할 수 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부부가 따로 재무 관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부부간에 분리된 경제생활을 하다 보면, 가계에 수입과 자산이 어느 정도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균형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큰 그림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특히 부부가 비슷한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반대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남편이나 아내 한 사람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부부의 재무 의사결정 유형별로 노후 준비 수준을 분석했는데, 부부가 함께 가계의 재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부부공동형)이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집단(남편주도형)보다 은퇴 자금 저축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부부공동형 집단은 연령, 교육수준, 월 소득, 순자산 수준이 서로 동일한 아내주도형 집단보다도 가계 총저축액과 은퇴 자금 저축액이 많으며, 전반적인 노후 준비 수준 또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 하는 노후 준비 가장 효율적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아내에게 통장을 맡겨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말이 속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후 준비는 인생의 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부부간에 공통된 목표와 치밀한 전략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서로가 바라는 노후를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한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최근 은퇴기 전후의 부부 50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 3쌍 중 1쌍은 기대하는 은퇴 시기와 은퇴 후 원하는 생활방식이 현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복한 은퇴 생활은 부부 두 사람이 그리는 노후가 동상이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은퇴 후 삶에 있어 각자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은퇴 후에도 다른 일을 계속 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은지,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자녀들 가까이 살고 싶은지 등 두 사람 각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노후 준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가질 것을 권한다.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 등 다른 과업들로 바쁜 일상 속에서 노후를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해나가기란 쉽지 않다. 체계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후 준비를 위한 시간을 따로 떼 내어 다른 일들에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이러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좋은데, 노후 준비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경제적인 상황, 개인의 생활 여건과 우선순위 등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가계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노후 준비 전략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부부만의 노후 준비 워크숍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 더 오래 사는 아내를 배려하자.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길고 부부의 나이 차이가 평균 두세 살 정도이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 사망 후 10년을 홀로 살게 된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취업 기회나 임금 수준이 낮고, 자녀 출산 및 양육, 노부모 간병 등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다 보니 직장 근속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직업경력이 있는 여성이더라도 자산 축적과 노후 소득 확보에 있어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기간에 대한 비용만 준비한다고 해보자.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분명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10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남편보다 오래 살 아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아내가 홀로 사는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와 의료비, 간병비 등에 대한 설계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기혼남녀의 노후 준비 수준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가계 총저축액과 은퇴 자금의 저축 수준은 높아졌지만, 노후에 대비한 전반적인 재무 준비 상태(충분한 노후 생활자금 조달, 노후 생활 안정 보장을 위한 준비 등)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기로 접어들면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인생에 다른 우선순위들이 생기며 노후 준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혼 초기부터 노후 준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다. 무엇보다 노후 자금은 시간의 힘을 이용한 복리효과를 충분히 누릴수록 유리하다. 신혼 때부터 부부가 자산 상황과 저축 계좌, 보험, 연금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질병, 사망 등과 같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사람들이 늘 하는 인사가 있다. “결혼 준비는 잘 돼 가느냐”는 것. 여기서 결혼 준비란 당일에 치러야 할 결혼식 외에도 어디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지, 신혼집의 규모와 비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세간은 어떻게 장만할지, 자녀는 언제 몇 명까지 가질 것인지 등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데 필수적인 의사결정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예비부부들은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반면, 은퇴를 앞둔 부부들은 퇴직과 자녀 독립 이후의 인생 그림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 사회가 워낙 빠르게 고령화되는 바람에 부부의 노후 생활에 대한 문화적인 각본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탓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62.3세다. 2010년 현재 평균 기대수명이 80.8세이니 39년 만에 18.5세가 늘어난 셈이다. 환갑을 갓 넘어 죽던 시절에는 열심히 돈 벌고 자식 키워 좋은 집안에 시집, 장가보내면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후에도 부부가 함께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지도가 필요해진 것이다. 신혼생활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처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노후를 준비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1년에 한 번은 가계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노후 준비 전략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부부만의 노후 준비 워크숍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후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러한 측면에서 노후 준비는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애 설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직장을 나오고 나면 경제적인 상황 외에도 사회관계, 하루 시간 활용, 주 생활공간 등을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충분한 상의와 계획이 이뤄지지 않은 부부는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후 생활에 대한 계획과 의사결정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그에 맞는 재무 목표를 세우고 저축도 할 수 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부부가 따로 재무 관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부부간에 분리된 경제생활을 하다 보면, 가계에 수입과 자산이 어느 정도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균형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큰 그림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특히 부부가 비슷한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반대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남편이나 아내 한 사람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부부의 재무 의사결정 유형별로 노후 준비 수준을 분석했는데, 부부가 함께 가계의 재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부부공동형)이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집단(남편주도형)보다 은퇴 자금 저축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부부공동형 집단은 연령, 교육수준, 월 소득, 순자산 수준이 서로 동일한 아내주도형 집단보다도 가계 총저축액과 은퇴 자금 저축액이 많으며, 전반적인 노후 준비 수준 또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 하는 노후 준비 가장 효율적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아내에게 통장을 맡겨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말이 속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후 준비는 인생의 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부부간에 공통된 목표와 치밀한 전략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서로가 바라는 노후를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한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최근 은퇴기 전후의 부부 50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 3쌍 중 1쌍은 기대하는 은퇴 시기와 은퇴 후 원하는 생활방식이 현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복한 은퇴 생활은 부부 두 사람이 그리는 노후가 동상이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은퇴 후 삶에 있어 각자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은퇴 후에도 다른 일을 계속 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은지,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자녀들 가까이 살고 싶은지 등 두 사람 각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노후 준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가질 것을 권한다.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 등 다른 과업들로 바쁜 일상 속에서 노후를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해나가기란 쉽지 않다. 체계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후 준비를 위한 시간을 따로 떼 내어 다른 일들에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이러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좋은데, 노후 준비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경제적인 상황, 개인의 생활 여건과 우선순위 등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가계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노후 준비 전략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부부만의 노후 준비 워크숍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 더 오래 사는 아내를 배려하자.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길고 부부의 나이 차이가 평균 두세 살 정도이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 사망 후 10년을 홀로 살게 된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취업 기회나 임금 수준이 낮고, 자녀 출산 및 양육, 노부모 간병 등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다 보니 직장 근속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직업경력이 있는 여성이더라도 자산 축적과 노후 소득 확보에 있어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기간에 대한 비용만 준비한다고 해보자.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분명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10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남편보다 오래 살 아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아내가 홀로 사는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와 의료비, 간병비 등에 대한 설계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기혼남녀의 노후 준비 수준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가계 총저축액과 은퇴 자금의 저축 수준은 높아졌지만, 노후에 대비한 전반적인 재무 준비 상태(충분한 노후 생활자금 조달, 노후 생활 안정 보장을 위한 준비 등)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기로 접어들면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인생에 다른 우선순위들이 생기며 노후 준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혼 초기부터 노후 준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다. 무엇보다 노후 자금은 시간의 힘을 이용한 복리효과를 충분히 누릴수록 유리하다. 신혼 때부터 부부가 자산 상황과 저축 계좌, 보험, 연금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질병, 사망 등과 같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