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반짝 ‘취득세 감면효과’인가 ‘바닥 다지기’ 인가

지난 10월부터 주택 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호전되면서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일고 있다. 정부도 주택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닥을 쳤는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도 있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자산가들은 저평가된 매물을 사들이며 자산 증식의 씨앗을 심어놓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나타난 부동산 경기 회복의 몇 가지 징후를 살펴본다.


징후 1. 경매 시장 활기

경매 시장은 흔히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한동안 매물이 넘쳐나도 사려는 사람이 없던 경매 시장이 최근 활기를 찾고 있다. 경매 법정마다 사람들이 몰린다. 경매 시장의 회복은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로 입증이 된다.

지난 8월 72.4%까지 떨어졌던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석 달 연속 상승세로 돌아서 11월 75.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낙찰가율 상승을 부동산 경기 반등의 전조현상으로 본다. 실제로 주택 시장이 활황기였던 2006~2007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를 넘은 바 있다.

물건에 대한 평균 응찰자도 지난 8월 4.8명에서 10월 5.6명로 15% 정도 늘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경매건수 역시 8월 2593건에서 지난달 2854건으로 10%, 낙찰건수는 853건에서 1065건으로 20% 늘면서 시장이 점차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분양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인 중대형 아파트도 여러 번 유찰되면서 시세의 반값으로 나오자 응찰이 몰려 속속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수도권 경매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시점은 정부의 9·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다.

특히 최근 경매 시장이 과거와 다른 점은 아파트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의 경매에 많은 자산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매에 나온 상가,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은 인기가 많아 경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경매를 통해 수익형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 원룸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상가, 오피스텔을 경매로 마련한 경우 요즘 보기 힘든 수익률 8~9%도 거둘 수 있다.

더불어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도 대거 경매 시장에 나오면서 자산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불황이 길어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해 채권은행에 넘어간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등이 대거 매물로 나와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2004년 입주 이후 지난해까지 법원 경매로 처분된 적이 없지만 올해 들어서만 4채나 경매로 나왔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억 원 이상의 서울 지역 경매 주택 수는 지난해 302건에서 올해 391건으로 급증했다.



징후 2. 급매물 소진

강남구에서는 10월에만 244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루어졌다. 9월 97건에 비하며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강동구 역시 9월엔 97건만 거래됐지만 10월엔 219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경기 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9월 동안 일주일 평균 1600건이 거래됐지만 10월 들어 2300건으로 43.8%나 증가했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수요층이 전세금 인상을 견딜 수 없어 매매로 전환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9·10 세금 감면 조치가 기폭제가 돼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 중심으로 속속 매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급매물이 소진되는 기세는 11월 들어 다소 꺾였다. 급매물이 소진되자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속속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슬그머니 올렸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자 수요자들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

한편, 지난 11월 13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되면서 재개발 부동산이 탄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소득세 감면 조치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집값 바닥론과 함께 대기 수요자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에서 매도·매수자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꼽힌다.



징후 3. 건설사 분양 활기

10월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착공 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0, 11월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신규 분양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과거 전성기의 부동산 시장을 보는 듯하다. 미분양을 보유한 건설사들도 현재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을 계기로 분양가 할인을 내걸고 파격적인 미분양 소진에 나섰다.

그동안 미분양 적체로 몸살을 앓았던 수도권의 아파트 건설사들도 숨통이 트이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화건설이 경기 용인시에 분양 중인 ‘죽전 보정역 한화꿈에그린’은 중대형으로 구성돼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거래가 하루 3~4건씩 이뤄지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건설사들의 미분양 소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재개발 아파트도 이런 분위기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 왕십리의 재개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분양가를 3.3㎡에 200만 원 할인하면서 약 20일 동안 200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건설사들이 빠르게 미분양 아파트를 소진하면서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주택경기실사지수(HBSI)는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HBSI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 건설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현황과 전망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수치화한 지표다. 지난 8월 서울 지수는 17에 불과했으나 11월 50으로 급증했고 수도권 역시 같은 기간 14.9에서 44.9로 증가해 부동산 바닥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편 오랜만에 분양 시장에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도 다시 등장했다. 지난 11월 2일 부산 명지 국제신도시에 처음으로 공급되는 ‘에일린의 뜰’ 모델하우스 앞에는 떴다방의 직원이 명함을 뿌리며 예비 청약자 잡기에 나섰다. 송도, 시흥 배곧 등의 모델하우스에도 수만 명이 몰려 개관 몇 시간 전부터 긴 줄을 늘어서는 등 장관을 연출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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