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본 경제는 내내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시달렸다. 미국 UC버클리대의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안전통화 저주란 미국, 유럽의 잇따른 위기로 안전통화로 부각된 엔화가 강세를 보여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더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은 ‘디플레이션’이다.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주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이후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5∼0.8%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여도는 70년대 3.8%포인트, 80년대 4.0%포인트에서 1991∼2008년에는 0.6%포인트로 급락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내수 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도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 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취임 이후 노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제로(0)’ 금리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이 나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억제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주력했으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벗어나 오랜만에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 ‘제2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플라자 합의란 1990년대 중반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8엔까지 떨어지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선진국 7개국 간에 맺은 ‘달러 강세-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최근 들어 글로벌 환율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미국도 자국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 위기 극복 이후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비탄력적이어서 무역수지 개선의 전제조건인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과도한 달러 약세는 미국 내 자본 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를 급락시킬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평가지수(dollar parity index)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은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 등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도록 대외 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는 ‘이원적인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까지 오를 만큼 제2의 역플라자 합의 체제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안전통화 저주에 시달려 왔던 일본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두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현재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은 ‘디플레이션’이다.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주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이후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5∼0.8%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여도는 70년대 3.8%포인트, 80년대 4.0%포인트에서 1991∼2008년에는 0.6%포인트로 급락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내수 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도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 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취임 이후 노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제로(0)’ 금리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이 나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억제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주력했으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벗어나 오랜만에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 ‘제2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플라자 합의란 1990년대 중반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8엔까지 떨어지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선진국 7개국 간에 맺은 ‘달러 강세-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최근 들어 글로벌 환율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미국도 자국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 위기 극복 이후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비탄력적이어서 무역수지 개선의 전제조건인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과도한 달러 약세는 미국 내 자본 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를 급락시킬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평가지수(dollar parity index)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은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 등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도록 대외 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는 ‘이원적인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까지 오를 만큼 제2의 역플라자 합의 체제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안전통화 저주에 시달려 왔던 일본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두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