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CARE] 한국의 50대, 여가생활 즐기며 사는가?

은퇴 이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여가생활이다. 행복한 은퇴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여가시간과 취미활동이다. 은퇴 이후 여가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올해 1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20대 이상 1994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노후생활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의 50대는 은퇴생활에서 여가, 취미활동의 비중을 가장 높게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생활, 현실과 욕구 사이 큰 차이 있어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50대는 여가, 취미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욕구도 큰 편이다. 또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대부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체활동 참여나 사회봉사와 같은 적극적인 여가활동의 참여도가 낮고, 주로 종교나 친목모임 위주의 단조롭고 소극적인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지향적 여가활동 선호

우리나라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가난 극복과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살면서 근검절약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세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감각적이고 쾌락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50대는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시간 절약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설사 여가시간이 주어져도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년기에 경험한 여가활동이 다음 생애단계의 여가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를 ‘여가력(餘暇歷)’이라고 하는데, 즉 우리나라 50대는 어린 시절의 여가 경험이 취약하기 때문에 노후에 다양하고 적극적인 여가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여가력이 그만큼 부족한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40대는 여행, 문화활동과 같은 감성충족형 여가활동을, 50대는 친목·종교모임과 같은 관계지향적 여가활동을 선호한다. 50대는 가족중심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자신이 맺는 관계의 ‘질(quality)’에 집중하는 성향이 더 뚜렷해진다. 그러다 보니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친목·종교모임에서 주로 만족을 느낀다. 중년기 이후 부모나 친구의 죽음, 중증 질환, 이혼과 같은 여러 가지 삶의 변화를 겪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종교나 나를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동료 집단 또는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커지는 것이다.

둘째, 20~40대가 매일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50대는 일주일에 채 한 번이 안 될 정도로 인터넷 활용도가 매우 저조하다. 아날로그 세대인 50대로서는 디지털 시대의 엄청나게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은 ‘사회적 관계 맺기’를 위한 중요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예술을 총망라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정년퇴직과 함께 일시적인 사회적 단절을 경험할 수 있는 50대는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50대를 위한 기본적인 컴퓨터,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스마트폰 활용법, SNS를 통한 정보 습득 및 사회적 네트워크 활성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사회봉사활동, 참여도는 낮고 만족도는 높아

셋째, 5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비록 참여 빈도수는 낮지만 봉사활동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20~40대보다 만족감이 컸다는 뜻이다. 미국의 50대 이상 중년층들은 비영리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50대가 사회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봉사활동은 내적인 자기만족뿐 아니라 사회공헌적 가치까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나라 50대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중 50대 은퇴자들은 건강 다음으로 ‘행복한 결혼과 가족생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나타났다.

특히 50대는 60대 이상 은퇴자들에 비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은퇴를 경험한 50대는 직장을 중심으로 연결됐던 사회적 네트워크로부터 단절되면서 자신의 삶의 목적과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평생직장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조직에 몸담고 싶어 한다. 그곳에서 조직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 자존감도 높아지고 생활에 활력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50대가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적인 여건이 취약하다.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 확대 등 50대 은퇴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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