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Column]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언

정부와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의료관광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병원 내 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필자의 병원이 서울 명동에 있다 보니 외국인 환자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근처에 외국인이 근무하는 회사도 많고 큰 호텔도 많다 보니 투숙객도 간혹 온다. 어쩌다 가이드 손에 이끌려 오는 외국인도 있다. 어딘가 아파서 치료 목적으로 혹은 특별한 수술을 하고자 찾아오기도 한다. 발기부전 수술을 하러 오기도 하고 성기확대수술, 조루수술, 포경수술 심지어는 정관수술까지 받으러 온다.

이 경우 영어가 가능하거나 통역을 동반한 환자는 큰 무리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 잠시 들른 경우에는 영어권 환자 이외에는 정확한 의사 전달에 문제가 있다. 이 경우 한자는 한자문화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의사소통 수단이다.

대만인이나 일본인은 한자를 쓰면 알아보고 오히려 반가워하면서 필담을 나눈다. 아쉬운 점은 필자의 한자 실력이 그들보다 못하다 보니 본인이 한자 몇 글자나마 간신히 끄적거리면 상대는 일필휘지로 써내려간다는 점이다. 이럴 때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진료보다 접수 및 간호사들이었다. 환자를 검사실, 진찰실, 주사실, 수술실, 회복실, 병실 등으로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동안 한두 마디라도 말을 해 긴장을 풀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는 만국 공용어는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다. 그런데 그 보디랭귀지가 안 되는 것이다. 명동의 노점상들은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적어도 4개국 언어는 할 줄 안다. 관광객과 어울려 뭔가 이야기를 하며 함께 한바탕 웃고는 물건을 판다. 가만히 들으면 반은 한국말인데도 서로 잘 알아듣는다. 반은 보디랭귀지로 해결하는 것이다.

필자의 병원에서는 그런 연유로 간호사들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기본적인 회화를 외워 해당국 환자가 오면 전담해서 진료 안내를 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서로 재미있어 하며 열심히 한다. 처음에는 얼굴 마주치기조차 두려워하더니 이제는 제법 한두 마디 인사를 나누고 소변을 받으라고 검사 컵을 준다.

얼마 전에도 옆 호텔에 묵고 있던 일본 남성이 병원을 찾았다. 포피에 염증이 자주 재발해 아프다는 그에게 염증 치료를 해주며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 포경수술을 권했다. 포경수술비를 듣던 그가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한 포경수술비에 놀란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데 지장이 없고 시간이 지나 목욕을 하면 실은 녹아서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에 흔쾌히 수술을 했다.

‘이따이?’ ‘이따이 나이데스.’ 남성들이 수술대 위에 올라가기를 꺼려하는 건 전 세계가 공통적인 것 같다. 수술대에 올라가며 그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에 간호사가 웃으며 “전혀 아프지 않다”는 몸짓을 해줬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가 가이드와 함께 병원을 찾아 왔다. 오후 2시 비행기로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정관수술도 해달라는 것이다.

수술비도 싸고 전혀 아프지 않은 걸 보니 선생님 실력도 좋은 것 같아 정관수술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관광을 하러 왔다가 포경수술에 정관수술까지 받고 돌아가는 것이다. 며칠 뒤 일본으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이 날아왔다.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었다며 신세를 많이 졌다는 감사의 내용이었다.

의료관광은 최근 의료계의 화두 중 하나다. 일부러 의료관광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 내 이들을 맞이할 준비와 가이드의 역할에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러스트 서용남
이윤수 명동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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