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동호회 운영자 ‘샤크’ 한동준 씨의 캠핑카 예찬

Camping Car Trend

국내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 캠핑카 튜닝에서 제작까지 하는 동호회가 있다. 이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남자 ‘샤크’ 한동준 씨를 만났다. 캠핑카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만들어내는 그의 사연이다.


요새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엔 개인의 취미생활도 혼자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즐기는 재미를 두 배로 만드는 모임이 생기기 마련. 혹시나 캠핑카도 동호회가 있을까 하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그중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한 동호회에 취재를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성사된 인터뷰 장소는 경기도 평택 인근의 한 공방. 현장에 도착하니 넓은 마당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캠핑카들이 눈에 띄었다.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한쪽에는 ‘미완성’의 캠핑카도 보인다. 이곳에서 작업복 차림의 한동준 씨를 만났다.

전기부품도매업을 하는 그는 ‘샤크’라는 아이디로 2009년부터 캠핑카 동호회 ‘캠핑카자작’을 운영하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방문하는 이들의 휴식을 위해 한쪽에 마련된 대형 캠핑 트레일러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기보다 널찍하고 고급스러운 캠핑 트레일러 내부에서 인터뷰가 이어졌다.



10년을 이어온 캠핑카 사랑

한 씨는 이곳을 동호회원들을 위한 공방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동호회원들은 자신의 캠핑카를 튜닝하거나 부품을 구하고, 심지어 새로 캠핑카를 만들기까지 한다. 일종의 ‘어른 놀이터’인 셈이다. 단순히 함께 캠핑을 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동호회에 굳이 공방까지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 씨의 대답을 들어 보니 여기에는 캠핑카 마니아들 나름의 애환이 담겨 있다.

“캠핑카가 워낙 비싸다 보니 튜닝을 통해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시작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캠핑카 부품은 대부분이 수입입니다. 파손되거나 튜닝을 하고 싶어도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마니아들이 모여 서로 부품을 구해주기 시작한 거죠. 부품을 들여와서 수리하거나 튜닝할 공구와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방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고요.”

한 씨는 동호회 운영자로서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캠핑카 부품의 수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고비를 조금씩 받던 것이 지금은 거의 세컨드 잡(second job)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지만, 그가 처음부터 캠핑카 수입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 것처럼 단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 씨가 캠핑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다. 젊어서부터 패러글라이딩, 스쿠버다이빙 등 야외 레포츠 활동을 하면서 캠핑이 몸에 밴 그는 결혼 후에도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텐트를 들고 야외로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캠핑카는 그렇게 캠핑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시작됐어요. 처음엔 텐트 치고 캠핑을 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텐트 치는 것이 힘들어서 차 안에 잠자리를 마련했고, 비 오면 밥 먹는 게 불편해서 차에 취사도구를 만들었고, 짐이 많아져서 수납장을 만들고 냉장고도 들여놓기 시작했어요. 그게 캠핑카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회원이 겨우 100명 남짓으로 막 국내에 캠핑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이다. 한 씨도 처음에는 승합차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캠핑카계에 발을 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전문적인 영역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에 자동차용 냉장고 만드는 법을 올리면서 그는 캠핑카족(族)의 인기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이때 주위의 요청으로 그가 만들어준 캠핑카용 냉장고만 세 자릿수에 달한다.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캠핑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진 것이다.

이에 한 씨는 좀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2009년 몇몇 마니아들과 함께 직접 동호회를 만들었다. 3년간 동호회원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고 캠핑카에 대한 고충을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회원은 3만 명으로 늘었다.

동호회원이 늘어나고 캠핑카 부품 수입과 튜닝 문의가 늘어나면서 그는 캠핑이 없는 주말은 꼬박 공방에서 보낸다. 본업인 전기부품 사업이 자리를 잡은 터라 이제는 사업 전화보다 캠핑카 관련 전화가 더 많이 올 정도다.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저희가 활동하는 걸 보고 한 캠핑카 업체에서 기술 제휴 제의가 들어온 겁니다. 그 덕분에 미국 현지 공장에 가서 캠핑카 제작도 직접 볼 수 있었어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신세계더군요. 그동안 해왔던 것 중에 잘못된 점도 찾을 수 있었고, 한국 자동차 제원에 맞게 캠핑카를 튜닝하는 방법도 배워 올 수 있었습니다.”


‘샤크’ 한동준 씨의 공방에서 동호회원들은 자신의 캠핑카를 튜닝하거나 부품을 구하고, 심지어 새로 캠핑카를 만들기까지 한다. 일종의 ‘어른 놀이터’인 셈이다.

캠핑의 묘미에 가장 적합한 캠핑카

공방에서의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사진 촬영을 위해 캠핑카를 타고 근처의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주말 캠핑족이 가득 메운 캠핑장을 지나자 여기저기서 한 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동호회원들이다. 회원이 많다 보니 어느 캠핑장을 가더라도 지인이 한두 명씩은 있다는 것.

그는 “1년에 한두 번씩 있는 전국 정기 캠핑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많다”며 “지금도 10월에 있을 전국 모임을 한창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그가 예상하는 올해 정기모임 참가자는 150팀. 한 팀당 3~4명의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450~600명이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동호회 운영에 힘든 점도 많아요. 갈등도 생기고 오해를 사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캠핑모임에서 운동회도 하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즐기고 나면 아이들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고, 나이 드신 분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줘서 고맙다’고들 하세요. 그럴 때 뿌듯하고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죠.”

조용한 캠핑을 떠날 때도 캠핑카는 유용하다. 한 씨는 “사업과 캠핑카 일을 병행하다 보면 머리에서 지진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캠핑카만 있으면 별다른 준비 없이도 훌쩍 떠날 수 있어서 좋다”며 “캠핑의 묘미는 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캠핑카가 캠핑의 묘미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모임이 없을 때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족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동해바다가 보이는 7번 국도변은 그가 자주 찾는 장소다. 전망이 좋은 곳에 캠핑카를 세우고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은 그가 캠핑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다.
이 대목에서 한 씨는 자신이 캠핑카라는 취미생활로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협조’ 덕분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만약 아내가 캠핑을 싫어했다면 지금 캠핑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없었을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부부의 취미가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아내 이혜자 씨 역시 “캠핑을 가면 여자가 남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기보다는 본연의 목적을 찾고 본인의 즐거움을 찾아가야 부부가 같이 즐거운 캠핑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 씨의 목표는 ‘누구나 캠핑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캠핑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동호회 활동을 통해 캠핑카 보급을 계속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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