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3분기 어닝시즌, 기저효과 기대… 글로벌 경기 둔화 고려해야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전년도보다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분기 어닝시즌(기업 실적 발표 기간)이 다가왔다. 낙관적인 시각과 신중한 시각이 맞선다.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를 근거로 올 3분기 실적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영향으로 크게 악화됐던 만큼 올해 3분기 실적은 전년도보다 개선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 있는 만큼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년도 ‘기저효과’ 기대… 추정치는 하향 조정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기업 실적 추정치는 낙관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인 107개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월 7일 현재 30조3611억 원이다.

영업이익이 이들 기업의 지난해 3분기 실적 26조520억 원보다 16.5%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악화됐던 지난 1~2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유가증권 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지난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3% 감소했고 2분기 영업이익도 16.3% 줄었다.

기업별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상선 등 지난해 3분기 적자를 냈던 대기업들이 대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이 무려 23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 것을 비롯해 42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주의할 점은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다는 것은 업황이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아 기업 실적 역시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9월 7일 현재 107개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인 8월 3일에 비해 1.6% 낮아진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626억 원에서 940억 원으로 42.2% 낮아진 것을 비롯해 68개 기업의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하향 조정됐다. 더구나 비교 대상인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전년도보다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종별로는 정유업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는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냈지만 3분기에는 모두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종 흑자 전환…게임주도 이익 급증

업종별로는 정유업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는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냈지만 3분기에는 모두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GS 역시 지난 2분기 자회사 GS칼텍스가 적자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및 전 분기보다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GS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1196억 원)보다 120.1% 증가한 2632억 원이다. 에쓰오일도 3분기 영업이익이 3935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3689억 원)보다 6.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 2분기 적자에서 3분기 흑자로 전환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지난 2분기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3분기 들어 상승해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1~2개월 전 싸게 구입했던 원유를 가공해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의류, 화장품, 게임 등 경기방어 성격이 있는 업종의 실적도 대폭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직하우스(1415.8%), 컴투스(545.9%), 코스맥스(56.8%), 게임빌(39.9%) 등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현대차 ‘속도 조절’ 가능성

국내 증시 ‘원투 펀치’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시각은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두 기업이 3분기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분기별로 놓고 봤을 때 이익 증가 속도가 점차 느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567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2529억 원)보다 78.0%나 많은 규모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문제는 3분기를 정점으로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4134억 원으로 3분기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추정치 역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9% 하향 조정됐다.

현대차도 3분기 이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3분기 실적이 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기대에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2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9948억 원)보다 13.4% 늘어난 규모지만 8월 초 추정치(2조2623억 원)에 비해서는 소폭 하향 조정됐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대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철강·화학·조선 부진 지속

철강, 화학, 조선 등 소재와 산업재 업종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철강, 화학은 당초 지난 2분기가 실적 ‘바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종은 유럽 재정 위기가 여전히 큰 부담 요인이다. 주요 선박 발주처가 유럽에 집중돼 있어 유럽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국내 조선사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철강업종 대장주인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151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어든 규모다.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동국제강은 지난해 3분기와 마찬가지로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6142억 원이다. 호남석유와 금호석유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48.5%와 52.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30.5%), 대우조선해양(-41.1%) 등 주요 조선사 실적도 지난해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호 한국경제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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