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노하우] 이상훈 세무사에게 듣는 증여 트렌드 “편법·변칙 증여 감독 강화 속 시류 타고 아파트 등 증여 느는 추세”

증여·가업승계의 특별한 노하우

세무당국은 편법이나 변칙 증여에 대한 단속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증여 플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평가액이 다소 떨어진 아파트를 증여한다거나, 법인사업자인 건물주들의 경우 부동산을 주식으로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무법인 한원의 이상훈 세무사에게 최근 증여 트렌드와 절세법을 들었다.


세무법인 한원의 이상훈 세무사는 하이트맥주 대주주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예로 들며 최근 변칙 상속·증여에 대한 세무당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건은 2008년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하이스코트 주식 100%를, 두 자녀가 100%의 지분을 나눠 가진 삼진이엔지에 증여하면서 촉발됐다.

이를 통해 삼진이엔지는 하이트맥주의 주식 11%를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됐고, 박 회장의 두 자녀는 자연스럽게 하이트맥주의 대주주로 부상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세무당국은 박 회장의 증여로 삼진이엔지의 주식가액이 올랐다며 자산수증이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뿐만 아니라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해 두 자녀에게 300억 원대의 증여세를 부과한 사건이다. 두 자녀는 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이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하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전에는 이런 식의 편법 증여가 많았나 봅니다.

“많은 기업인들이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다양한 절세 방법을 동원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이트맥주 대주주처럼 자녀가 대주주인 비상장법인을 활용하는 건 오래된 방법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부모의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법인데, 이런 방법도 최근에는 별 효과가 없게 됐어요. 최근 증여세포괄주의에 의해 증여로 인한 비상장법인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추세라서요.”

교차 증여도 대표적인 변칙 증여 방법으로 활용됐었는데요.

“아시다시피 증여세는 누진세입니다. 교차 증여는 이 점을 활용해 세금을 아끼려던 방법이죠. 한 사람이 많은 금액을 증여하기보다 두 사람 이상이 교차해 증여하는 게 세금이 적게 나오니까요. 이를 테면 동업자가 각자의 자녀들에게 서로서로 교차해 증여하는 거죠.

이런 방법의 교차 증여도 최근에는 제동이 걸렸습니다. 최근 교차 증여에 대해서도 증여세 포괄주의에 의해 최초로 과세관청에서 증여세가 과세됐으며, 현재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심판청구)이 진행 중입니다.”

현시점에서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사업자라면 가업승계 조세특례를 활용하는 게 우선이죠. 조세특례를 활용하면 5억 원까지는 증여세 공제를 받고, 초과 30억 원까지는 10% 내에서 증여세가 나오니까요. 보통은 7~8% 수준에서 증여세가 책정됩니다.

물론 제반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부모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했고 60세가 넘어야 하고, 자녀는 18세 이상 한국 거주자여야 합니다. 주식을 증여한 후 배당소득을 자녀에게 귀속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라면 어떤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지분증여 및 증여세 연부연납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겠죠.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농지나 임야보다는 임대수익이 나오는 부동산을 증여하는 게 맞습니다.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자녀가 받아 연부연납(최장 5년)을 통해 증여세를 부담하면 되니까요.”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 등 채무를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는 경우에 따라서 절세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여자인 부모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므로, 반드시 사전 증여를 실행하기 전에 순수증여 시와 부담부증여 시 세금 효과를 비교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방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부담부증여 시 담보대출금 등의 부채를 수증자인 자녀가 나중에 상환해야 하므로, 단기적 절세 측면에서 부담부증여가 유리하더라도 장기적인 상속·증여 플랜 측면에서 순수증여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을 지분으로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부동산 법인의 주식을 증여한 사례는 많습니다.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동시에 봅니다. 대부분의 임대법인은 자산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수익가치의 비중을 높여서 일반 법인으로 만듭니다. 그런 다음 법인의 가치 평가를 낮게 받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을 줄이는 거죠.”

농지처럼 수익이 안 나는 부동산을 절세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길은 언제나 있습니다. 농지처럼 수익이 나오지 않는 부동산은 가급적 빨리, 또 가능하면 자녀가 아닌 손자, 손녀들에게 증여하는 게 유리합니다.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세대생략증여를 고려해 볼 만합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기 때문이죠.

자녀에게 증여한 후 10년 안에 돌아가시면 증여분이 상속세에 합산과세 돼 세 부담이 늘어납니다. 반면 손자, 손녀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한 후 5년만 경과하면 증여분이 상속세에 합산과세가 되지 않거든요.”

최근 아파트를 증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아파트는 어떻습니까.

“아파트는 매매 사례를 보고 시가에 맞춰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이 기회를 활용해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파트는 유사 매매 사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데, 최근에 세법이 개정돼 감정평가액이 유사 매매 사례가액보다 우선적으로 시가로 인정되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따라서 감정평가법인 두 곳의 감정가액을 통해 시가와 공시가 사이에서 아파트 증여가액을 산정하고 있으며, 이렇게 하면 시가 대비 20% 정도 할인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강남의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1000만 원 정도 절약한 사례입니다. 동부이촌동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 대비 6000만 원 정도 낮게 가치를 평가받아 1500만 원 정도의 증여세를 절약했습니다.”

다주택 소유자라면 더 유리하겠습니다.

“그렇죠. 대출을 끼지 않고 다주택을 소유한 분들 중에 지금을 증여의 기회로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증여와 함께 세대도 분리해서 양도소득세를 절약하는 거죠.”

대출이나 보증금을 끼고 사주는 경우는 없습니까.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현금 증여를 한 후 새 아파트를 사주는 거죠. 현금을 증여할 때는 취·등록세까지 고려해서 함께 증여합니다. 아파트는 주로 강남권의 5억~6억 원 정도 하는 소형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요즘은 그림을 증여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몇 해 전 국세청에서 화랑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 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듣기로는 그때 적지 않은 자료를 수집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고가의 그림을 증여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림을 증여하는 데는 아직 관대한 것 같습니다.”

골드바나 현금으로 증여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은 은행의 비밀금고를 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비밀금고도 국세청에서 공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금액을 보관하는 것은 주의를 요합니다. 골드바도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거래하는 골드바는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거래되는 골드바까지는 아직 과세당국의 손이 닿지 않죠.”

고액자산가들의 증여 컨설팅을 하면서 증여세를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좀 더 빨리,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자산을 이전하는 겁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효과적으로 자산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신규섭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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