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삼성전자 주가는 극저평가, 애플 시총 대비 40% 이상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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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대표는 “현재 어마어마한 유동성에 의해 기업 주가가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과거의 밸류에이션 잣대로 현 주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경북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AMP) 수료
1993~2002년 산은캐피탈 시장팀장
2002~2004년 유리스투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
2004~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2007~2009년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CIO
2009~2012년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던 지난 10여 년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유동성이 풀려 있는 상황이라 연내 지수가 어디까지 간다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기업의 이익 전망은 감소 중이나 유동성으로 인해 지수가 더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지수를 어디까지 보느냐는 질문에 “기업 이익의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증시가 아니다 보니 예측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지표가 개선되거나 기업 이익의 방향성이 보여 주식투자에 임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유동성에 따른 것이라는 점 때문에 코스피 지수 전망은 무의미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당분간 유럽 재정 위기 이슈에 따른 ‘블랙 스완(극심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3차 양적완화(QE3) 시행을 발표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나 이미 상당부분 증시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풀렸던 자금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 재정 위기까지 터져 더 많은 돈을 쏟아내다 보니 돈의 가치가 ‘극도로’ 절하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자금들이 갈 곳을 잃고, 주식으로 들어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어마어마한 유동성에 의해 기업 주가가 리레이팅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단순히 PER, PBR 등 과거의 밸류에이션 잣대로 현 주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화장품, 식품 등 경기와 무관한 소비재 기업들이 상승해 PER 20~30배까지 받고 있는데 경기민감주들도 리레이팅을 통해 추가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2003년 조선주에서 2008년 자동차, 화학 등 주도주의 흐름을 잘 짚어내는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자문사 7공주(기아차·LG화학·삼성테크윈·하이닉스·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에 이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주도주를 그가 만들었다.

또 지난 2010년 ‘자문형 랩의 돌풍’의 주역이라 할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세를 탔지만 지난해 8월 유럽 재정 위기로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수익률이 급락,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최근 어느 정도 수익을 회복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손실분을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올 들어 주요 보유종목인 삼성전자 등이 선전하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은 시장을 조금 웃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매수’를 외치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9월 초 71만 원대에서 9월 14일 현재 130만 원대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그도 수익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현재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은 변함이 없다. 박 대표는 코스피 지수 전망에 대해 말을 아낀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에 대해서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레벨은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의 영역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주가 수준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 시가총액의 27%(9월 13일 현재)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저한 저평가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과의 특허 소송 등 각종 악재는 주가에 다 반영된 데다 현재 영업이익은 순전히 휴대전화 사업 부문에서 나오는 것인데 업황이 최악의 수준인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다른 사업부문의 이익이 조금만 개선된다고 해도 실적 개선 폭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휴대전화 사업 호조와 함께 다른 사업의 이익 개선까지 나타난다면 그만큼 주가 상승의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봤다. 적어도 애플 시총의 40% 이상은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밀려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어 미래 이익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박 대표는 종목 선정에 있어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다.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관심을 두는 업종이 한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이다. 지난 10여 년간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제조업 주식만 주로 투자했던 그이지만 올 들어 투자 시각이 바뀌고 있다.

박 대표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밀려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어 미래 이익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업종도 ‘한류’와 관련한 종목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큰 금융, 유통, 통신보다는 ‘한류’와 관련된 콘텐츠 기업, 면세점, 카지노 업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업종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과거 매출 규모 자체가 워낙 미미했기 때문에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의 화두는 ‘한류’라고 지목했다. “매일 아침 운동할 때마다 보는 방송이 케이블 TV인 엠넷(Mnet)”이라며 “문화산업이라는 게 예전에는 미미한 영역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성장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GKL, 에스엠, 코스맥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미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오를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며 향후 추가 상승의 여지도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주목받았지만 뚜렷한 실체 없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고 본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와 불확실한 증시가 지속되면서 최근 주식에서 등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 대해 본인도 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를 적극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효한 투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주식에 질린 투자자들이 대안 수단으로 채권 등에 몰리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같은 초저금리가 지속된다면 자산 버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때 가장 효율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은 기업(주식)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기업이익은 감소 추세고, 증시는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은 꾸준히 성장하며, 특히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때 주식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자문업계 1위였던 브레인은 9월 금융당국의 인가를 얻어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했다.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니저의 역량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포부다.


글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 사진 정동헌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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