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재개발·재건축 시장 지역별로 양극화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며 주택 시장을 선도하던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곳도 적지 않다. 주요 단지와 구역별 사업 단계를 점검하고 그 수익성을 점검해본다.



우리나라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신규 택지가 부족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아파트의 공급원으로,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단지와 구역에 따라서 상승폭과 시점은 달라도 비교적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고, 성공 확률이 높은 내 집 마련 수단이었다.

하지만 2012년 7월 말 현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금융 위기 수준으로 뒷걸음질쳤고, 2012년에만 4.47% 하락했다. 일반 아파트가 1.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재개발 역시 서울시의 출구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살아 남는 구역과 퇴출되는 구역이 나눠지고 있다.

이제 조합들은 가격 상승에 앞서 재개발·재건축으로서의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생존에 성공한 단지나 구역들은 그 희소성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겠지만, 퇴출되는 구역들은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재건축 단지 현황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의 소형 면적 비율과 한강전략정비구역의 전면 재검토, 일반 아파트의 가격 하락에 따른 시공사들의 사업 포기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 하락과 거래 중단 상황을 맞고 있다.

일반 아파트 시장마저 침체를 보이면서 일반분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입지가 좋고, 향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도 높아서 오히려 지금이 투자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보유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가격이 저렴할 때 증여하는 것도 괜찮은 상속 플랜이 될 수 있다. 신규 투자라면 재건축 사업 추진의 걸림돌을 인지하고, 투자 전에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강남 개포지구, 서울시의 소형 비중 30%에 주춤

강남구의 유일한 저밀도지구인 개포지구는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으로 구성돼 있다. 개포지구는 개포주공1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4단지와 시영은 안전진단 단계여서 아직은 사업 추진 초기 단계다. 서울시가 주문하고 있는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 비율 30%에 대해서 주공1단지를 제외한 2~4단지와 시영 아파트가 수용하면서 정비구역안이 통과됐거나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형 비중이 커지면서 건축비가 증가하고, 조합원들도 소형 주택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50㎡ 기준으로 10억까지 올랐던 매매가격은 7억 원까지 떨어졌다. 저점매수세가 있지만 앞으로 5~6년 이상을 바라보고 구입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구매 수요로 전환되지는 못하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1:1 재건축 조건이 관건

은마아파트는 총 가구 수만 4424가구에 달하며, 우리나라 교육 1번지에 위치하고 있고 강남권 업무중심지역과의 직주근접성이라는 매력까지 갖춘 최적의 주거지역으로서 재건축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서 재건축 추진은 더디기만 하다.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인 안전진단은 2010년에 받았지만 아직 조합설립총회도 열지 못했다.

고층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서 대부분 1:1 재건축을 추진하는데 추가 면적 비중이 낮고, 일반분양도 할 수가 없어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7년 13억 원까지 올랐던 아파트 가격도 현재 9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8월 3일 현재, 서울시가 1:1 재건축의 주택 면적을 기존 10% 이내에서 30%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주택 면적을 기존 면적보다 줄여서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서 사업성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아파트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질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고덕주공, 무상지분 조정 두고 건설회사와 줄다리기

강동구의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인 고덕주공. 하지만 무상지분율을 놓고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고덕주공1단지는 일찌감치 재건축을 추진해서 2009년 8월에 ‘고덕아이파크’라는 브랜드로 입주했고 남은 단지는 고덕시영과 고덕2~7단지다. 2·3·4·7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5·6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사업 단계로 보면 중반전을 넘겼지만 속내는 다르다.

고덕시영 아파트는 이미 90%가량이 이주를 한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의 소송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이주비에 대한 연체료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고덕주공2단지는 약 150%로 알려진 조합원들의 무상지분율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시공사 입찰에 하나도 응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공3단지와 4단지·7단지 역시 무상지분율을 놓고 조합과 건설사가 마찰을 빚으면서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덕주공의 49㎡ 기준 매매가격은 4억6000만~4억7000만 원 수준이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부담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



잠실주공5단지, 용도 변경과 임대주택 이슈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 고층 재건축의 대표주자이자 바로미터인 잠실주공5단지. 총 393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이자 한강변, 교통의 요지, 우수한 생활환경과 제2롯데월드 개발 등 지역개발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건축 추진은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의 이슈는 상업지역으로의 용도 변경과 임대주택. 조합은 잠실주공5단지를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6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최근에는 조합 측이 서울시의 지구 단위 계획을 통과시키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급 주거 단지로의 변모를 희망하는 조합원들과 서울시의 ‘주거 복지’ 방안과의 타협을 통해서라도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려는 조합원들 간의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은 난항 중이다.



서울 5대 한강변 전략정비구역, 층고 제한으로 일단 스톱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계획한 한강전략정비구역이 전면 재검토 되면서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들의 사업 추진도 불투명해졌다. 기부채납 문제와 단지 간 이견으로 그동안도 사업 추진이 쉽지는 않았지만, 서울시의 정책 변경은 조합의 추진 의지마저 위협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들의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해 기존 54층으로 준비하던 압구정, 여의도, 이촌, 합정, 성수 등 한강변 전략정비구역들의 재건축 사업은 거의 중단 사태를 맞았다. 용산구 이촌지구에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랐던 렉스만 54층, 1:1 재건축으로 2015년 입주를 앞두고 있을 뿐 다른 아파트들은 재건축 추진이 멈췄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이상 재건축 사업 추진은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이면서 거래까지 중단된 상태다.


재개발 구역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사업 막바지의 안정적인 재개발 구역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 개발에 성공한 곳은 그 가치가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위험도 있다.

서울 주요 재개발 구역

재개발 시장은 일반 아파트 가격 하락과 재개발 아파트의 일반분양 미분양, 사업성 없는 구역의 재개발 출구 전략 등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신규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고 있어서 사업 추진이 빠른 재개발 아파트는 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공급된 재개발 구역들은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에 마감한 단지들이 많았다. 따라서 일반분양분의 규모가 많고, 합리적인 분양 가격이 가능하다면, 또한 조합원들 간 이견이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길 위험이 적다면 큰 수익은 없어도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는 가능하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의 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사업 막바지까지 정확한 사업성을 따질 수 없기 때문에 조합이나 중개업소에서 제시하는 조건보다는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현명하다. 재개발 구역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사업 막바지의 안정적인 재개발 구역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마포구, 가장 HOT한 재개발 시장

마포구는 재개발 지역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입지적으로 교통여건이 좋고, 여의도·마포의 업무지역을 낀 직주근접형 주거 지역이다. 사업 추진 구역이 많고, 오랫동안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사업이 막바지에 달한 구역도 많다. 따라서 분양권이나 사업 막바지 구역, 또는 초기 구역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대흥2구역.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주변에 지어지는 총 1188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다. 2012년 1월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미 조합원들의 분양 신청도 완료됐다. 조합에서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서 4~5년 내에 입주할 계획이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재개발에 따른 기본 윤곽은 나와 있는 구역이다. 이대역 주변의 염리4구역도 대흥2구역과 인접하고 입지와 규모 면에서는 좋지만, 현재 추진위만 구성돼 있는 사업 초기 구역이어서 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대문구, 마포구와 함께 도심권 대규모 아파트 타운으로

서대문구에서는 북아현1-1·1-2·1-3구역과 북아현3구역이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북아현1-1~1-3구역은 이주 철거 중이고, 이 중 1-3구역은 동·호수 추첨을 끝내고 9월에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1-3구역의 가구 수만 1754가구. 반면 북아현3구역은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둔 사업장이다. 서대문구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 분양 가격은 5억5000만~6억30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구역을 선호한다면 아현1-3구역을, 입지적으로는 북아현3구역이 서울 도심과 인접해 있다.

인근 마포구 아현뉴타운의 분양권 시세가 6억5000만~7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 마포구 아파트들도 일부 미분양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막바지 단계

한강변에 위치한 성동구는 강남~강북 간 접근성이 편리하고 지하철 2호선·5호선, 분당선 등 대중교통 여건도 좋은 지역이다. 특히 한강 조망권이 가능한 구역의 재개발은 2000년대 초부터 관심거리였다. 성동구에서는 제1기 뉴타운이었던 왕십리뉴타운이 일반분양을 하고 사업 추진 막바지 구역들이 사업 완료를 서두르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주변에 대규모로 개발되는 구역이다. 1구역은 1702가구로 이주 철거 중이고, 2구역은 1148가구로 착공, 3구역도 이주 철거 단계로 218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1·2구역은 동·호수 추첨이 끝났고, 조합원 분양가에서 프리미엄이 8000만~ 1억 원 정도 붙어있다.

전용 85㎡ 기준으로 일반분양가는 6억5000만 원 선이 예상되고 있고, 조합원분을 구입한다면 일반분양분보다는 다소 낮은 5억5000만~6억 원 선에 좋은 동, 호수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일반분양 결과에 따라서 조합원의 리스크도 생길 수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김혜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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