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ing Company] 자동차 타고 영토 확장하는 현대캐피탈

2012년 상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세운 현대자동차그룹의 다음 화두는 ‘금융’이다. 해외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와 금융 상품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린다는 것.

이에 따라 해외 금융영토 확장 역할을 현대캐피탈이 맡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현대캐피탈이 진출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태영 사장,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00만 대라는 판매 실적을 거두며 세계 자동차 시장 5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성공 비결을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찾는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각 지역 소비자들의 기호를 분석해 이를 충실히 반영한 현지 전략 모델과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특히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현지 상황을 적극 반영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도약시킨 계기가 됐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고객이 직장을 잃을 경우 차를 되사주는 것으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에서 호평을 받았다.

현지화 전략으로 상반기 자동차 시장에서 재미를 본 현대차그룹의 다음 화두는 ‘금융’이다.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구매 시 금융 이용률이 80%를 넘는다. 이미 각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자동차 판매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금융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금융의 현지화’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트위터리안인 정태영 사장의 트위터에는 최근 해외 출장 관련 트윗이 많다. 현대캐피탈이 영토확장에 나서면서부터다.

상반기 대세 현대차그룹, ‘캐피탈’ 품고 해외 공략

차를 살 때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자동차 판매사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함께 높아진다. 특히 자동차 판매사가 전속(captive) 금융 회사를 보유했을 경우 적극적인 금융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다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도에 안착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해외 시장에서의 전속 금융사로 삼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 동반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해외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 리스를 주력으로 국내 시장 1위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 및 수익 모멘텀이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신용대출, 모기지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을 넘어선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질적인 수익 창출의 단계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시중은행은 주로 재외 한국인이나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 형태에 머물러 있어, 해외 영업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은 미미하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진출한 증권사와 일부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들도 현재까지는 단순 중개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하는 세계인이 잠재고객이라는 점에서 ‘타깃의 스케일’이 다르다. 현대캐피탈은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현지에서 실질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영토’의 확장과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추구하려는 현대캐피탈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현대캐피탈은 2007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이하 HCA)’에 대한 경영 지도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그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다. 국내 할부금융 시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현대캐피탈의 지원이 본격화됨에 따라 HCA의 현대·기아차 인수율은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자산 규모는 39억 달러에서 149억 달러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미국의 경제 위기 하에서도 2009·2010년 HCA의 영업이익이 10배 성장한 점이 돋보였다. 현대캐피탈은 HCA를 통해 완전 경쟁 시장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럽과 중국 등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된 셈이다.


닮은꼴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 주효

현대캐피탈은 유럽 지역 진출을 준비하면서 강력한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가 가장 효과적인 진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캐피탈은 2004년 GE캐피탈과의 합작 후 매년 20%가 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합작(joint venture) 사례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그만큼 제휴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

‘제2의 GE’를 찾기 위해 2008년 초부터 유럽의 주요 은행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의 소비자금융부서(Santander Consumer Finance)를 만났다. 산탄데르는 유럽의 대표 은행으로 금융 위기에도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는 우수한 펀더멘털을 자랑한다.

게다가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은 자동차금융의 강자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비롯한 1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 진출에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산탄데르의 경영 방식을 한마디로 규정한 단어는 ‘집중(focused)’. 산탄데르는 그들의 장점인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현대캐피탈의 비즈니스 철학과도 잘 들어맞는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분야에 집중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자산 키우기에만 치우친 나머지 수익성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한국의 은행들과는 달리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전문 분야에 집중하면서 회사를 성장시켰다.

현대캐피탈과 산탄데르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신념도 닮았다. 산탄데르는 해외 어느 시장으로 진출하는지를 불문하고 ‘산탄데르 방식’을 고수한다. 만약 산탄데르 방식과 현지에서 상용되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산탄데르의 기준을 바꾸지 않고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 시장을 포기하는 쪽을 택할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착한다. 현대캐피탈도 비슷하다. 리스크 관리를 해당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조직원 전체의 ‘일상’으로 인식시키는데 그 결과 매년 업계 최저의 연체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그룹 차원의 공감대로 확산됐다. 산탄데르의 에밀리오 보틴(Emilio Botin) 회장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당시 두 회장은 양사의 주요 사업 지역인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의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하고, 영국 합작 금융사 설립과 브라질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09년 9월 현대캐피탈은 국내 소비자금융 회사 중 최초로 유럽 지역에 진출했다. 산탄데르 소비자금융과의 합작법인 ‘현대캐피탈 독일(Hyundai Capital Germany)’을 설립한 것이다. ‘현대캐피탈 독일’의 역할은 기아자동차 고객과 딜러에 대한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 그 결과 기아차 고객의 ‘기아자동차금융(Kia Motors Finance)’ 이용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45~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0년 5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현대캐피탈 유럽법인(Hyundai Capital Europe) 설립을 완료하고 금융 서비스 지원을 본격화했다. 현대캐피탈 유럽법인은 현대차그룹이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을 비롯한 주요 현지 은행들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3개 유럽 국가에서 자동차금융 서비스 제휴 계약(private labeling)을 맺도록 지원하고, 각종 금융 업무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유럽법인 설립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현대캐피탈도 유럽에서 자동차금융 서비스와 관련한 경험을 쌓아 글로벌 소비자금융사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전속 금융사’ 설립

유럽 지역에서의 금융 지원과 컨설팅 업무 경험을 통해 현대캐피탈이 깨달은 사실은,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위한 전속 금융(captive finance)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유럽 재정 위기로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속 금융사의 지원 없이는 원활한 자동차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29개의 다양한 국가, 20개 이상의 민족, 20개 이상의 언어가 혼재된 유럽 시장의 특성상, 지역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는 전속 금융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폭스바겐이 55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유럽 지역에 전속 금융망을 구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로서 첫 행보를 영국에서 시작한다. 올해 3월 산탄데르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 영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7월 ‘현대캐피탈 영국(Hyundai Capital U.K. Ltd.)’이 정식 출범했다. ‘현대캐피탈 영국’은 단순 금융 중개나 컨설팅을 넘어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영국 시장은 전속 금융사를 영위하는 데 있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영국에서는 신차 구매 고객의 90%가 자동차금융을 이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내 전속 금융사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55%에서 2011년 74%로 크게 성장해 이미 전속 금융사 위주로 자동차금융 시장이 재편된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영국 내 판매량은 연 12만 대 이상으로 시장점유율 4위에 해당한다. 규모의 경제도 달성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영국은 유럽 재정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다. 합작법인의 파트너인 산탄데르 영국법인 역시 스페인의 모은행보다 신용등급이 높을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외부환경으로부터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캐피탈 영국’은 영국 전역의 현대·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할부금융은 물론, 현지 자동차 딜러들에게 안정적인 기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캐피탈, 산탄데르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영국 내 자동차 판매 증대와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한국 여전사의 위상 강화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산탄데르 합작 ‘현대캐피탈 영국’ 출범

영국인 대상 직접 금융 서비스 제공

현대캐피탈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으로 금융영토를 확장한다. 현대캐피탈은 7월 15일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그룹인 산탄데르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영국(Hyundai Capital UK Ltd.)’이 정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 영국의 초기 자본금은 2000만 파운드(약 360억 원)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캐피탈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산탄데르 소비자금융(Santander Consumer UK)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영국은 영국 내 현대차와 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할부금융은 물론, 현지 자동차 딜러들에게 안정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국 내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그동안 국내의 많은 금융사들이 해외로 진출했지만 대부분 현지 한국인 및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해외 정보를 수집해 한국에 전달하는 한정된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번 해외 진출은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영국인들에게 직접 자동차 할부금융과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번 영국 진출은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 최초의 유럽 진출로 국내 여신전문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영국 현지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최대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 세계적인 금융사인 산탄데르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 빅4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의 영업 채널과 산탄데르의 자금력, 세계 최고 수준의 리스크 및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한국 내에서 성공적인 할부금융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노하우를 더해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는 것이다.


금융 노하우 결합해 특화된 금융 서비스 제공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 영국은 금융 위기 등 현지 신용경색 상황을 대비해 영국 소비자 및 딜러들에게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를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캐피탈과 산탄데르는 2009년 현대캐피탈 독일을 설립해 이미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현대캐피탈 독일은 독일 내 현대캐피탈과 산탄데르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 자동차금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영국 현지 영업 개시로 유럽 내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내 여전사 최초의 유럽 진출로 한국 여전사의 위상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탄데르 소비자금융 관계자 또한 “현대캐피탈 영국의 자동차금융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영국에서 더욱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 내 고객과 딜러들은 앞서는 금융 상품과 최고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의 가장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기업인 현대캐피탈과 유럽의 대표 은행인 산탄데르가 현대·기아차의 유럽 내 고객 확장 기지로 영국을 선택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투자된 2000만 파운드는 유럽연합(EU)에 투자하려는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영국이 최적의 국가임을 알려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11년 영국에서 11만5667대(현대차 6만1699대·기아차 5만3968대, 글로벌 인사이트 기준)를 판매해 포드, GM, 폴크스바겐에 이어 판매량 4위를 기록했다.


산탄데르 소비자금융
산탄데르그룹의 자동차 할부 등 소비자금융 계열사로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17개국에 1만53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은 1500만 명의 고객과 14만5000여 개의 세일즈 파트너를 보유하는 등 유럽 소비자 금융의 선두주자다.



산탄데르 은행

1857년 설립된 스페인 은행으로 유럽의 대표 은행이다. 소매 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유럽 외 브라질 및 중남미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산탄데르는 전 세계 1만4679개의 지점과 1억여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산탄데르는 탁월한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금융을 강점으로 세계 금융 위기를 이겨내며 가장 주목받는 은행으로 성장했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제공 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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