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DAQ]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매버릭’형 중소형주

자신만의 브랜드로 직접 승부하거나 매출처를 다변화해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매버릭형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 주목받고 있다.


올해 중소형주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종목이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와중에도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곳은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만의 브랜드로 시장에서 직접 승부하거나 매출처를 다변화해 특정 산업과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현격히 낮춘 회사도 있다. 이를 흔히 ‘매버릭(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형 기업이라고 한다.

매버릭형 기업은 빠르고 자유로운 가격, 수량, 투자 결정이 가능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또한 확실한 기술 우위와 킬러 콘텐츠를 기반으로 진입장벽을 형성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면역성이 높은 특징도 가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대기업 협력사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하반기에는 이 같은 매버릭형 기업이 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매버릭형 기업의 네 가지 조건

매버릭형 기업으로 분류하는 첫째 조건은 매출처의 다변화 여부다. 가장 큰 매출처의 비중이 40%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여러 곳으로 적절히 분산돼 있어야 한다.

둘째 조건은 산업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경쟁사에 모두 납품해야 한다. 매출처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으면 기업이 얻는 이점이 많다. 납품단가를 낮추려는 대기업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고, 한 기업에 매출이 편중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고객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매출 국가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중동 등으로 분산돼 있는 송원산업,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전방산업이 분산된 휴켐스 등이 좋은 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체인 인터플렉스도 삼성전자 비중이 44%로 높지만 애플로부터도 매출의 24%를 올려 보다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셋째 조건은 비즈니스 구조가 소비자대상거래(B2C)로서 최종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다. 넷째 조건은 최종 시장이 완전 경쟁 시장이고 자산 브랜드로 진출한 기업이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전국 메이저인 진로와 롯데주류를 제치고 선전 중인 소주 업체 무학과 중국 본토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해 승부하고 있는 베이직하우스가 셋째 조건에 해당한다. 자체 브랜드로 골프연습 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장악한 골드존은 넷째 조건의 훌륭한 사례로 꼽힌다.



휴비츠, 선진국과 신흥국 점유율 확대

수출 비중이 높더라도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으면 사업의 위험성이 크다. 중국 굴삭기 비중이 높은 두산인프라코어나 중국 투자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그런 종목들이다. IT 기업들도 미국 의존도가 높아 지난해 미국 경기가 나빴을 때 주가도 바닥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

안광학 의료기기 전문 업체인 휴비츠는 전체 매출의 86%를 수출에서 올리고 있지만 수출국가가 매우 넓게 분산돼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38%, 남미 14%, 중국 10%, 아시아 8%, 북미 7%, 중동 6%, 아프리카 4% 등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사업 측면에서도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은 안경점용 진단기기였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안과용 진단기기, 현미경 사업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안경점용 진단기기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67%에서 올해 62%로 축소되고 2014년에는 5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유압브레이커와 트럭크레인 등을 생산하는 수산중공업도 매출처가 전 세계로 넓게 분포돼 있는 기업이다. 유압브레이커의 1분기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33%, 중국 11%, 유럽 10%, 아시아 12%, 중동 18%, 러시아 6%, 미주 11% 등이다. 국내와 중국의 건설업황 악화 속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매버릭형 기업은 빠르고 자유로운 가격, 수량, 투자 결정이 가능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와이지-원, 200여 고정 고객사 확보

절삭공구 업체인 와이지-원은 100% 수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후 오히려 국내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품이 역수입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절삭공구산업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고 대부분 100% 내수를 겨냥한 영세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는 점에서 수출 비중이 77%에 달하는 와이지-원은 특별한 절삭공구 업체로 꼽힌다.

특히 고정 고객사만 200여 군데에 달해 한 고객사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 그만큼 가격 결정권이 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제품별로 8~15%에 이를 정도로 높다. 수출 지역별로도 유럽 36%, 국내 23%, 중국 20%, 미국 17%, 기타 4%로 나눠져 있다. 유럽 경제 불황과 그리스 재정 위기로 매출 감소의 우려가 있었지만 그리스 또는 스페인으로의 물량은 거의 없고 독일 매출이 제일 크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콘택트렌즈 업체인 인터로조는 지역별 매출이 아시아·중동 19.4%, 북미 18.6%, 국내 18.8%, 독일 15.3%로 고르게 퍼져 있다. 품목별로도 원데이렌즈, 컬러렌즈, 소프트렌즈 등 각 부문이 고른 성장을 하는 가운데 패션 아이템으로서 원데이렌즈의 수요 증가가 큰 편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일본 테크노메디컬사와 53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시장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콘택트렌즈 시장”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에 매출이 각각 40%와 39% 증가하는 높은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노앤컴퍼니, 아프리카 가발 시장 공략

전 세계 가발용 합성사 시장은 일본의 덴카와 카네카가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인 우노앤컴퍼니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14개 가발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 데 따른 것이다.

우노앤컴퍼니 측은 “남아프리카 지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인모에 가까운 질 좋은 가발 수요가 연평균 3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노앤컴퍼니의 가발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급증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다른 사업 부문인 광학소재 부문에서는 주요 안경렌즈 회사인 칼짜이즈, 호야 등에 렌즈를 납품하고 있고, 전자재료 부문에서는 휴대전화 관련 재료를 두산전자에 공급하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다각화를 이루고 있다.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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