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Look] Mild, Though Charismatic 연기자 김승수의 모놀로그

의외의 모습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강행한 인터뷰 장소에 시간에 꼭 맞게 도착한 그는 짓궂은 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밝은 사람이었다. ‘각’이 진 전문직 캐릭터를 도맡았던 연기자는 할 말이 많았다. 가끔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또 가끔은 선과 악을 오가는 인간 양면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연기자로 분하고 싶다는 연기자 김승수의 모놀로그다.

그레이 글렌체크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 다크 브라운 셔츠와 타이 모두 ERMENEGILDO ZEGNA

Between Good and Evil
올해로 데뷔 15년. 주로 반듯하고 있어 보이는(?) 역할을 해서일까.

김승수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타는 목마름이 있다.

“좀 엉뚱하긴 한데 사이코패스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한 인간이 순간적으로 선과 악을 오가며 철저하게 이중인격을 보여주는 역할이랄까요. 지금까지는 부드럽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역할이 많았는데 이런 파격적인 역할은 연기의 폭과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맡았던 캐릭터 중에 악역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제가 악역을 할 때몰입을 아주 잘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선과 악을 오가며 그 두 가지 모두를 아주 강렬하게 표현해 보고 싶어요.”

이 선한 웃음의 소유자가 소름끼치는 이중인격자로 분할 때 그 낯섦을 감당할 수 있으려나.

네이비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 화이트 셔츠, 바이올렛 실크 타이, 타이핀 모두 ALFRED DUNHILL 브라운 악어가죽 스트랩 시계는 듀얼타임 기능이 탑재된 MONTBLANC Star Red Gold Chronograph GMT

스카이블루 윈도페인 체크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화이트 깅엄체크 셔츠, 브라운 니트 풀오버, 그레이 카고 스타일 팬츠 모두 GALAXY 시계는 PARMIGIANI Kalpa XL

His Monologue is…
Plot 1. Anxiety

1997년 MBC 탤런트 공채로 데뷔해 거의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 15년째. 대단한 운동이나 보양식의 뒷받침 없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한 해에 두세 작품을 연속 또는 동시에 출연해온 그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늘 불안한 것, 그게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좀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이랄까요. 연기는 작품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랄 수 있어요. 하나를 끝내면 그래도 손톱만큼이라도 늘었겠지 하는 기대도 있죠. 연기는 칼날 같아서 안 쓰면 무뎌진다고 어느 작가가 그러더라고요.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고민은 하지만 제가 가진 불안감이나 갈증 때문에 결국 꾸준하게 일을 해 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제가 행운아이기도 해요. 가끔 대본을 보다 턱턱 막힐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나’를 찾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Plot 2. Characters

15년간 연기를 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다. 단 맡았던 역할들에서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규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 기업의 간부, 재벌 2세, 전문직 등 누가 봐도 스마트하고 냉철하고 기품 있는 남자들이다. 그런데 그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다른 면이 보인다. 참 편한 남자라는 것. 촬영장에서 만나는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적어도 그를 안다. 시청자들만 잘 모를 뿐.

“‘유리의 성’이라는 작품에서 앵커 박석진 역할을 했었는데 박석진이 그나마 저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생각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랄까요. 약간은 냉소적이고 겉으로 표현은 잘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답답한 남자? 하하하….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저를 ‘주몽’의 ‘대소’로 많이 기억해주세요. 솔직히 저는 대소를 연기하면서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아마 지금 하는 연기에 대한 고민의 열 배 이상을 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저랑 너무 달라 히스테리가 생길 정도였죠. 모든 것에 욕심을 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캐릭터는 제가 실제로 못 그러니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줬지만 고민도 참 많이 던져줬죠.”

그레이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화이트 셔츠 NINA RICCI 브라운 레지멘탈 스트라이프 타이 MAESTRO 7.80mm의 얇은 케이스로 가볍고 심플한 모던 클래식 시계는 PARMIGIANI Tonda 1950

Plot 3. Wisdom

공자는 ‘논어’의 위정 편에서 나이 마흔을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이 혼미해지는 일이 없어진다 하여 ‘불혹(不惑)’이라 했다. 그도 막 불혹을 맞이했다. 불혹에 그가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해졌다.

“개인 생활도 그렇고 연기 생활도 그렇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솔직히 40대를 맞이하면서 기대도 많았어요. 인생을 보는 혜안(慧眼)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보는 눈은 생기지 않겠나 했죠. 그런데 마흔이 되던 해도 여느 해와 비슷한 새해더라고요.(웃음) 남자는 정말 철이 늦게 드는 것 같아요. 20대에 하던 고민을 아직도 붙잡고 있기도 하거든요.”



Plot 4. Mentors

다른 연기자를 보며 그들의 연기에 자극을 받는 것은 단순한 욕심과는 다른 것일 테다. 연기자인 그에게 영향을 끼친 대상을 꼽으라니 드라마도, 영화도, 책도 아닌 같은 업에 몸담고 있는 배우라 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을 언급했다.

“어릴 적부터 최민식 선배를 좋아했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하지만 최민식 선배는 보기만 해도, 선배 자체가 드라마 같은 사람이기도 하죠. 유인촌 선배는 연기자가 가져야 할 성실함을 제대로 갖춘 분이에요.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관리하고 갈고 닦으시거든요. 하루도 안 거르고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과 발음 교정을 하시는데 그게 지금껏 이어진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죠.”

비슷한 연배의 연기자 가운데도 여러 의미에서 그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같은 캐릭터를 놓고도 섬세하게 달리 나오는 표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 그것을 위해 그 역시 이 순간도 자신과 싸우며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



Plot 5. Dream

“꿈이요? 좀 막연한데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딱 한 가지예요. 바닷가에서 책 읽고 있는 제 모습이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갖춰져 있을 때 가능한 일이겠죠. 또한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아쉬움과 갈증이 없을 때 가능한 일이겠죠. 요즘도 오전 7시에 스탠바이해서(드라마 ‘그래도 당신’) 밤 11시까지 강행군을 하는 스케줄이지만 일 때문에 바쁘다기보다는 더 정확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겠죠. 세상을 보는 눈, 직관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어머니께서 터키를 여행하고 오시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모시고 터키도 가고 싶고, 작가 한 분이 다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피렌체로 여행도 가고 싶어요.(웃음)”

연기 15년 차이지만 해외 로케가 잡힌 드라마마다 시간상, 제작비 여건상 무산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그는 스스로를 ‘외국 촌놈’이라 했다.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가 끝나면 여유로운 외유(外遊)의 꿈을 꼭 이루기를. 그 전에 이름만 올려놓고 당최 연습에 나갈 시간이 없어 제명 위기라는 연예인 야구팀 ‘조마조마’의 경기에서 뛰고 있는 그를 한 번 보고 싶다.

윈도 체크 네이비 스리피스 슈트, 스카이블루 셔츠, 브라운 모노톤 타이 모두 MAESTRO 로열 블루 다이얼이 전체 룩과 톤 온 톤 매치를 이루는 문페이즈 시계는 MAURICE LACROIX Masterpiece Lune Retrograde

그레이 헤링본 더블 재킷, 칼라 소재를 달리한 화이트 셔츠, 바이올렛 팬츠 모두 WOOYOUNGMI



Editor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ASSISTANT EDITOR 이찬석 기자 PHOTOGRAPHER 김유철(Fiesta studio)

STYLIST 강수지 HAIR & MAKE UP 염진영·오현미(바이라)


COOPERATION ALFRED DUNHILL 02-3440-5615 ERMENEGILDO ZEGNA 02-2016-5325 GALAXY 02-2076-7332 MAESTRO 1544-5114 MAURICE LACROIX 02-2118-6057

MONTBLANC 02-3485-6618 NINA RICCI 070-7130-7886 PARMIGIANI 02-3442-6601 WOOYOUNGMI 02-544-8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