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iz] “미니비석을 시작으로 새로운 장례 문화를 개척하겠다”

현정희 (주)좋은마음 대표

(주)좋은마음은 35년 동안 납골묘와 석재가공품을 국내외에 공급해온 신원기업의 자회사다.
미니비석 사업을 필두로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고 있는 현정희 (주)좋은마음 대표를 만나 새 사업에 대한 구상을 들었다.


신원기업은 35년 동안 납골당과 석재가공품을 제작, 공급해온 회사다. 일본과 한국을 주 무대로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으로 현재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주)좋은마음은 신원기업이 새로운 장례 문화 개척을 위해 올 초 설립한 자회사다.

관련 상조사업은 최근 유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전국에 등록된 사업자만 500개가 넘는다. 급속한 고령화와 화장과 이장을 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상조사업의 미래는 밝다. 10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장례 문화가 정립돼 대기업들도 상조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오석에 새긴 고인의 사진

좋은마음의 첫 번째 사업은 납골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다져온 신원기업의 노하우를 이어받은 미니비석(오석으로 만든 조각 액자) 사업이다. 일반 묘지에 비석으로 쓰이는 오석(烏石·검은 돌) 위에 고인의 사진을 새기는 사업이다.

“최근 장례 문화는 매장묘에서 납골묘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묘지 공간이 적어지면서 비석 놓을 자리도 부족하게 됐습니다. 미니비석은 여기서 착안한 것으로, 오석 위에 고인의 사진을 장인이 정성스럽게 새긴 것입니다.”

오석은 비석으로 많이 사용하는 검은 돌의 이름이다. 오석은 경도와 강도가 높아 화산석이나 화강석보다 진귀하게 여겨온 돌이다. 따라서 왕가나 부잣집에서 비석이나 표석, 초석, 조각용 등으로 사용해왔다. 현 대표에 따르면 오석은 귀하기도 하지만 까만 돌에 글을 새기면 뽀얀 글씨에 윤기가 흐르고, 겉 부분을 마무리하면 거울 같은 윤이 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왕가의 돌’로 불리는 오석으로 만든 미니비석은 그 표현력이 우선 뛰어나다. 사진이 새겨진 상태에서 물을 뿌리면 다른 돌보다 맑고 고운 실경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돌 전체에 남은 수분량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현 대표는 실제 사진의 99% 가까이 정확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니비석의 또 다른 장점은 반영구적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반영구적으로 고인의 사진을 자손대대로 물려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있더라도 크게 손상될 일이 없어 자손대대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다.

“저희 미니비석은 기존 비석의 의미를 더하고 화장 문화에 어울리게 협소한 공간에 꼭 필요한 비석입니다. 공원묘지가 공원묘원으로 공원화가 돼가는 묘지 문화에도 한 발 앞서가는 아이템이고요. 장례 문화의 변화 등 현재 가장 적합한 비석 문화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부모님과 성묘를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을 비석으로 접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장례 문화에 맞춰 개발된 미니비석. 미니비석은 ‘왕가의 돌’이라는 오석에 고인의 사진을 새겨 그 품격을 더한다.

묘지 관리와 데커레이션으로 새로운 묘지 문화 창출할 터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그런 사례를 접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대전에 사는 한 고객의 사연이다. 40대 중반의 그는 해외 출장 중 가장 친한 친구의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분이라 출장을 마무리하고 겨우 발인 당일 관을 들 수 있었다. 상을 치르고 친구를 위한 마음에 고인을 기리기 위한 특별한 선물이 없을까 고민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미니비석을 보고 그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좋은마음에 연락해 미니비석에 대한 상담을 했다. 미니비석의 실제 제작 과정을 지켜본 그는 무척 만족해했다. 사진을 보고 오석을 재단한 후 조각공예가가 직접 손으로 일일이 조각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갔다.

그 고객은 미니비석을 설치한 후 더 만족해했다고 한다. 적막한 묘지에 새로 들어선 미니비석이 훈훈함을 더했기 때문이다. 미니비석을 선물 받은 당사자도 직접 전화를 해 미니비석 덕분에 고인을 잃은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고, 다른 사진을 건네며 추가로 미니비석을 주문했다.

“많은 고객들이 조각 장인들이 손으로 일일이 새기는 걸 보고 무척 만족하십니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거니까요. 상을 당한 분들의 마음을 아니까 하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거죠.”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객의 대부분은 소개로 좋은마음을 찾는다. 조금씩 소문이 나서 주문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납골묘뿐 아니라 매장묘에서도 주문이 꾸준하다. 주목할 점은 미니비석을 설치해본 고객이나 그 지인들의 재주문이 많다는 점이다. 미니비석은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는 월 최대 200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크기는 요청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며 아이패드 크기(250×180mm)의 소비자가격이 60만 원 선이다.

“장례와 관련한 사업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 믿을 만합니다. 상조회사가 묘지에 고인을 모신다면, 저희는 미니비석을 비롯한 묘지 관리와 데커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인이 잠든 묘지에 화려함과 더 나아가 새로운 묘지 문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미니비석은 그 시작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관을 만들어 고인의 기일이나 명절 등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제공 (주)좋은마음(www.좋은마음.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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