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INVESTMENT] “고액자산가들은 현금 보유하며 투자 기회를 엿보는 중”

미래에셋증권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황인일 센터장

황인일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도곡렉슬지점장과 대치중앙지점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부터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센터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강남 VIP 고객을 컨설팅해온 그에게 최근과 같은 시장에서 고액자산가의 특별한 투자 전략을 들었다.


황인일 미래에셋증권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센터장은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 노하우로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 시간 관리, 수익률에 대한 꼼꼼한 분석 등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고액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할 줄 안다. 자산의 과도한 상승 또는 하락은 시간이 지나면 평균점에서 수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균형감을 잃지 않는 포트폴리오의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각각 50%라고 가정하자. 주가 상승으로 주식 비중이 70%로 상승했다면 20%를 현금화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춘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주식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반등 시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둘째, 투자 대상에 따라 과감하게 장기 투자도 할 줄 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큰 수익을 낸 투자 사례를 보면 특정 종목을 5년 이상 보유하거나 장기 채권이나 사모펀드 등과 같이 만기가 긴 투자 상품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자산을 장기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 기간을 인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장기간 묶어 둘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하며, 그 기간 동안 일정부분 수익을 내는 다른 투자자산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수익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액자산가들은 작은 금융 혜택도 놓치지 않는다. 1000억 원대 자산가도 연 400만 원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저축을 빼놓지 않고 가입했고, 1000만 원 한도의 세금우대 계좌, 3000만 원 한도의 생계형 저축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 황 센터장은 이 같은 사실을 통해 ‘큰 부는 작은 수익에서 시작된다’라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태도로 투자에 임해야 할까요.

“변동성 장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에 2~3년 이상 중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경기에 덜 민감한 경기방어주나 가격이 매우 싼 가치주 등을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해 긴 안목으로 보유하는 것이 좀 더 편안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부분 현금 비중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를 전술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매번 매수·매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투자의 고수라 할지라도 불가능합니다. 1800포인트 전후에서 매수, 1900포인트대에서 매도와 같은 명확한 타깃 구간을 설정하고 한두 차례의 매매를 노리는 것에 만족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동성 장세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을 보면 프로그램 매수·매도를 통해 특정 종목이나 섹터보다는 시장 전체, 다시 말해 코스피 지수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따라서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코스피 지수 레버리지 ETF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트레이딩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시장과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일정부분을 브라질 국채를 비롯한 해외 채권, 물가연동국채와 같은 국내 우량 채권,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안전성 자산에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황인일 지점장은 최근 시장을 수술 직전의 암 환자에 비유한다. 수술은 감행하겠지만 그 결과는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초 많은 증권사에서 상저하고(上底下高)라는 다소 희망이 담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전망이 의미를 잃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향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근 시장을 보면 말기 암 환자가 마지막 수술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일단 수술 자체는 감행하겠지만 그 경과는 조심스럽게 지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6월 말 유럽연합(EU) 정상회담까지 지속적으로 성장 협약, 은행 및 재정 통합, 유로본드 발행 등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될 것이지만 개별 국가들의 이견을 좁히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EU 로드맵은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연말이 돼야 최종 보고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고요. 중국의 경기 둔화 하락 속도,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재정 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미국의 재정 문제 리스크도 하반기 증시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기대감,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 시장 우호적 정책 가능성 등은 하반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이미 노출된 악재들이 조금씩 해소된다면 시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반기 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지하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 비중이 많은 투자자의 경우 주가 상승 시 주식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면서, 변동성 장세에서도 일정 부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대안투자상품이나 재정건전성 대비 금리 수준이 매력적인 글로벌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겠죠. 주식은 경기방어적인 컨슈머섹터나 배당주를 선택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높은 하반기 증시에서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투자 전략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종목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통한 지속 성장이 가능하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거죠. 대표적인 종목이 삼성전자입니다. 모바일 혁명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30%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이후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스마트화가 구현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뿐만 아니라 반도체 부문의 시스템 대규모 집적회로(LSI) 성장과 메모리 부문의 실적 회복도 눈여겨볼 부분이고요. 그 연장선에서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 소재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제일모직의 잠재력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한국타이어 같은 종목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거든요. 타이어의 원료가 되는 합성고무와 천연고무의 시세 하락은 영업 수익성 향상과 직결되니까요.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도 매력적이고요.”

도곡렉슬에서 대치중앙, 지금의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까지 대부분 강남에서 지내셨습니다. 고객들도 대부분 강남에 계실 텐데, 그분들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연초 이후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상품은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 10년 이상 보유 시 비과세 되는 보험상품이나 10년물 물가연동국채 등이 있습니다. 보험상품은 예금상품 대신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변동금리형 연금보험이나 저축형 보험을 선호합니다. 물가연동채는 만기 보유 목적은 물론 물가 수준이 낮은 현 시점에 매수해 물가가 상승했을 때 매매차익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고 있고요. 브라질 국채 역시 브라질 헤알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이자 재투자 수익률이 연 약 10% 정도 나오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감소분을 고려하더라도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메자닌 펀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메자닌 펀드는 평상시에는 채권의 성격을 띠지만 주가 상승 시 주식 전환 및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에 투자되는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주가 하락기에는 안정적인 채권 이자를,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 전환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적인 매매차익을 추구하는 투자 금융상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신흥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글로벌 컨슈머 기업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신흥국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신흥국 내수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혜를 받고 있는 글로벌 컨슈머 기업의 장기 투자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을 통해 어떤 특별한 자산관리법, 혹은 투자 습관이 발견되던가요.

“강남 부자들은 과거 위기 속에서 큰 기회를 잡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좋은 자산들을 값싸게 살 수 있는 바겐세일 기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국내 주식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채권 등을 고르기 위해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별한 자산관리법이라 한다면, 이분들에게 있어 현금은 포트폴리오 내의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 중 하나로 현금흐름을 중요시한 투자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 시점에도 투자할 만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하는 듯해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으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거죠.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거죠.”

이런 상황에도 돈을 번 분들이 있죠.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액순자산보유자(HNWI)들의 자산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까지 축적한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자녀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면서 세금도 줄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특정 상품에 편중된 투자가 아니라 예금 등 채권자산, 주식자산, 실물자산 등에 분산투자를 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내는 자산이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도 있어서 상품 개별 단위가 아닌 포트폴리오 수익률로 투자 성과를 판단합니다.

최근 수익이 난 사례 역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일환으로 일부 비중을 가지고 있었던 상품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제자리 수준이었지만 미국 증시 및 컨슈머섹터에 포함된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은 연초 기준으로 연평균 10% 전후의 높은 수익을 냈습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되는 해외 펀드보다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 상품을 선호합니다. 연초 목표 수익에 도달해서 환매 후 환전하지 않고 달러로 가지고 있다가 최근 환율이 급등했을 때 원화로 환전해서 추가적인 환차익까지 얻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은 위험을 감수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면서 세금도 줄일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선호합니다.”

앞서 센터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요즘 같은 때는 자산의 일정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는 게 유리해 보입니다. 단기자금을 관리하는데도 특별한 요령이 있나요.

“고액자산가들은 단기자금 거래 시 약간의 수익률 차이보다는 안전하게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기관 및 관리자를 원합니다. 또 장단기 금리 차이가 별로 없어 자금을 묶어두기보다는 언제든지 투자 가능한 자유로운 입출금 상품을 선호하며, 마땅한 투자처가 나올 때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대부분의 자산가들은 생활과 영업권이 국내에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이 원화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특징입니다. 미국 달러, 홍콩 달러, 호주 달러, 위안화 등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해외 통화를 현금성 자산으로 일정 부분 보유하는 거죠.”

최근 미래에셋증권에서 내놓은 상품 중 추천할 만한 상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다국적 컨슈머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랩어커운트를 추천합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에도 1등 기업인 BMW, 애플, 마스터카드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오히려 넓히는 동시에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이머징마켓의 성장과 소비 확대의 가장 큰 수혜주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소비 관련 기업의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킨다면 주식시장 자체의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증시와 비교적 상관관계가 낮으면서 양호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상품은 또한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초과해 최대 41.8%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양도소득세 22%만 부담하면 돼 절세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선진국 국공채는 물론 신흥국 국채나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등 펀드 내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 배분이 이루어지는 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 채권형 펀드도 미래에셋증권의 전략적인 투자 제안 중 하나입니다. 국내 역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향후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예금금리+알파(α)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익율이 마이너스인 펀드도 많은데요, 현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이런 경우의 펀드 리모델링 요령을 말씀해주십시오.

“보유하고 있는 마이너스 펀드를 손절매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마이너스 폭이 큰 경우 심리적으로 저항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막연히 시장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보유를 결정하게 됩니다. 더욱이 최악의 경우 새로 교체한 펀드가 기존 펀드보다 수익률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글로벌 매크로 이슈로 시장이 모두 급락했을 때가 일부 골칫거리 펀드를 리밸런싱하기 좋은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펀드 설정 규모가 매우 작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펀드, 오래된 펀드보다는 대형 우량주 위주의 비교적 규모가 큰 신규 펀드들로 교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시장이 회복될 경우에는 오히려 이러한 펀드들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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