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보고서] 기대수명 100세 시대 은퇴와 부동산

최근 장년층의 화두는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의 생활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다. 퇴직연금 등 노후 생계 대책이 충분치 못하고, 재취업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계 대책 수단 마련이 뚜렷하지 않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몰고 올 사회적 변화의 하나로 부동산 시장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일찍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경험했다. 미국 은퇴자들의 자산 구조를 보면 한국 은퇴자들에 비해 금융 자산 비중이 훨씬 높다. 달리 말해 한국 은퇴자들의 자산 구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이는 미국 은퇴자의 자산은 부동산보다는 금융이나 연금 의존도가 높아 노후에 필요한 현금 조달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 자산은 부동산 자산에 82.4%, 금융 자산에 14.8%(통계청 가계금융조사·2010)로 자산유동화에 한계가 있는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 소유가 자산 축적의 목표가 되면서 부동산 자산의 대부분이 주거용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 비율이 평균 57.5%인 데 비해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소유 비율을 74%나 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09년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부부를 기준으로 최소 121만 원, 적정 생활비는 174만 원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생활비로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금융 자산이 대략 4억 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예측했다. 그 정도의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대대분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 재산인 집을 처분하거나 축소해 생활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부동산 자산을 처분할까?

비관론자들 중에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며 소득 감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처분 매물 증가와 가격 폭락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지만, ‘집’은 자산인 동시에 ‘의·식·주(衣·食·住)’의 주생활을 담당하는 중요한 생활 수단이다. 즉 거주공간의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서둘러 주택을 매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매도할 경우 자가 보유에서 임차 가구로 전환되지만 젊은 시절 임차 주택의 불안정을 경험해온 베이비붐 세대의 정서는 규모 축소를 우선 시도하고, 매도 후 임차는 차선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자녀가 동거하는 4인 가구 비중이 높아 자녀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앞으로도 10년 이상을 동거해야 한다. 따라서 거주 주택의 규모 축소화도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처분보다 주택 보유는 유지하면서 주택연금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택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7년엔 가입 실적이 미미했으나 2009년 1124명에 이어 2010년 2016명, 2011년 2936명이 신규로 가입해 2010년 대비 46% 증가(2016명→2936명)하는 등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HF)는 2030년에는 주택연금 가입자 100만 명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유 주택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해 수입원 확보를 위한 창업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은퇴 연령이 빨라지면서 제2의 직업을 찾는 50대 이상의 자영업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서 노후 준비를 위한 창업 활동도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은퇴를 앞둔 가구의 가계 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에 비해 13.2%가 증가해 2011년 말 46.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유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한 계층에서는 은퇴 후 소득원으로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투자를 오히려 늘리는 사례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주차, 생활쓰레기 처리, 보안, 냉·난방 등이 편리한 아파트 선호도가 73%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후 어디에서 살고 싶어 할까?

주택 자산을 줄여나갈 경우 사람들은 단순히 규모만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아파트에서 좀 더 저렴한 주택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도시에서 교외로 이동할 수도 있다. 전체 인구 중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이동은 향후 주택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의 소비는 가족구성원, 소득 수준, 가구원 수 등 가계 내부적 요인과 주택 시장 동향에 영향을 받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자녀들 출가 후 가구원 수 변화 등은 주택 소비에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셋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은퇴를 시작한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서울 도심보다는 경기도 내 신도시를 주거지로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1차 베이비붐 세대 인구 비중을 보면 1990년 서울 62%, 신도시 22%, 경기도 17%에서 2010년 서울 50%, 신도시 26%, 경기도 24%로 경기도와 신도시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도 적고 대도시의 편의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자녀와의 근접성이 좋은 대도시 인접 지역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실시한 ‘200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주차, 생활쓰레기 처리, 보안, 냉난방 등이 편리한 아파트 선호도가 73%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년 이내 이사 희망 평형은 소형 평형보다는 중형 평형 규모를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자녀들의 결혼 적령기에 들어가는 약 10년 후에는 자녀들의 분가로 인한 가구원 수 감소에 따라 소형 평형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은퇴 계층의 연령대별로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나 주택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이 유입된 지역은 기후가 따뜻하거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 전원 지역보다는 도시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았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1차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령화가 시작되는 약 10~15년 뒤에는 주거 소비의 변화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층이 주거지에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설은 의료시설 73.5%, 자연환경 30.2%, 문화체육시설 28.3%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자일수록 도심 회귀 현상이 생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채 감소를 소득원 개발보다 우선

최근 다양한 월지급식 금융 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고,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도 임대사업 가능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은퇴 이후 경제 활동 기회가 제한적일 것을 감안해 베이비붐 세대들이 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규 투자도 중요하지만 소득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부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은 지난 2008년까지 부동산 호황기를 지나오면서 부동산 보유 비중을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까지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부채도 늘어난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비거주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 가구의 부채가 10년 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은퇴를 앞둔 가구의 부채 증가가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

만약 부채를 지고 현재 수도권 대형 아파트와 서울 중소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수요가 급감해 처분이 어려운 수도권 아파트보다 자산 가치 하락 가능성은 낮아 아쉽겠지만 처분이 가능한 서울 아파트 처분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

은퇴 이후에는 보유 부동산을 활용한 수익 모델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입지조건이 좋고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주택을 보유, 거주하고 있다면 이 주택을 임대로 전환하고, 저렴한 지역에 임차로 옮겨 거주하면서 차익을 현금화시키거나, 임대 전환 시 부분 월세 방식을 도입해 수입원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노후의 주거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연금 활용이다. 주택연금 가입 자격은 1가구 1주택자로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집값은 현재 시세로 9억 원 이하 주택이면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사망할 때까지 평생 연금처럼 일정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만약 현재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라면 향후 규모 이전을 통해 일부 현금화도 하고 주택연금 가입도 하는 방법을 설계해 보자.



김희선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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