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만 물려줘도 감지덕지 하던 시절에서,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세금 납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까지도 부모의 역할이 됐습니다.
얼마 전 상속 상담을 하던 중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분이 속한 모임이 있는데 나이 든 회원들이 돌아가시면 꼭 자식들 간의 상속 분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는 회원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이 집은 너무 조용하게 상속이 끝나더라는 겁니다.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물으시길래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아들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네요. 이야기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는‘거리’도 되지 않았을 법한 이야기도 시대상을 담으면 재미가 생깁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메가 트렌드는 고령화인데 다른 말로 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부자들이 꽤 됩니다. 한국 경제 압축 성장의 수혜를 받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이제 70세를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상속이라는 사건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부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부모가 유산 분배 비율을 정하면 자녀들은 따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상속재산 규모가 커지기도 했거니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가치관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쓴 유언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유류분 소송을 제기합니다. 부모가 기부한 재산에 대해 자녀가 반환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이혼 및 재혼이 일상화돼 가족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 ‘부의 이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금도 대단합니다. 상속과 증여는 최고 세율이 무려 50%에 달합니다. 재산만 물려줘도 감지덕지 하던 시절에서,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세금 납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까지도 부모의 역할이 됐습니다. 이런 내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세를 아끼려면 미리 주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첫째, 경험하지 못했다면 많이 들어보세요.
제가 만나 본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자기 주관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성공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내가 해봤는데…’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분도 ‘돌아가보신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예측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한번 죽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다양한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보셔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세무사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만들어가자고 말할 겁니다. 경영컨설턴트에게 들으면 사업체를 물려받을 후계자 선정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겁니다. 가문의 평화를 위해 사업체를 물려줄 자녀보다는, 물려받지 못하는 자녀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다양한 시각의 조언을 충분히 듣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자녀를 너무 믿지 마세요.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겨도 서로 우애로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아니면 자녀 주변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인해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집간 딸에게 좀 적게 줘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물론 딸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위 생각은 다릅니다. 사위가 동의한다고 해도 사위 친구들이 가만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아버님이 위중해 건물을 대신 관리하던 형과 동생이 임대료의 사용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고, 부모를 모시던 딸과 다른 자녀들 간에 부모가 남긴 재산 규모에 대해 서로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부모 생전에 상속과 증여를 말하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조금 어색하더라도 부모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자녀들 간의 정기적 모임을 주선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만나야 대화가 됩니다. 친해져야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자녀 공동 명의로 상가를 하나 증여한 후, 임대료로 가족 사무실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가족 간 대화가 중요한 사업이라는 겁니다.
셋째, 억울하지만 그래도 세금은 내는 게 속이 편합니다.
상속·증여 상담을 하다 보면 저도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부동산을 판 돈으로 본인들 생활비를 제한 금액을 자녀에게 증여하려고 하면, 부동산을 팔 때 최고 41.8%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최고 50%의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세금 다 내면서 모은 재산인데, 단지 명의를 바꾼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아깝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절세보다는 탈세라는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식 세금 안내기 전략은 갈수록 어려워질 듯 보입니다. 요즘 너도 나도 복지를 말하는 바람에 정부 차원에서는 조세 수입 증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세율을 더 올릴 수는 없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명분 있는 방법이 숨겨진 세원을 찾아내고, 탈세나 체납 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세청에서 회사 임직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부동산 190억 원을 신고하지 않고 상속한 건을 적발한 후 185억 원을 추징한 사례도 있습니다. 안 걸리면 정말 좋겠지만, 걸리면 세금만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삶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앞으로는 적발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질 테니, 그냥 세금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속이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리적 수준에서 적게 내는 방법은 늘 고민해야 하겠죠.
참고로 국세청에서는 역외소득에 대한 과세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박왕 탈세사건에서 보듯이 한국 출신 동포나 해외 영주권 보유자를 모두 묶어 한국인으로 보고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꼭 알아야 할 제도가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도`인데, 내국법인이나 개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하루라도 10억 원을 초과하면 신고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미신고계좌 잔액이 20억 원 이하면 4%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0억 원이 넘어가면 10%까지 과징금이 늘어납니다.
넷째, 후회할 것 같으면 주지 말고 줄 거라면 미련 없이 주세요.
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세를 아끼려면 미리 주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라는 말은 아닙니다. 재산을 증여하고 난 이후의 상황을 꼭 생각해 보세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자녀에게 건물을 증여해 줬더니만 상의 없이 매각했다고 노발대발 하더라구요.
또 다른 분은 자녀에게 주면서도 못미더웠는지 지분증여를 하셨어요. 한 명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같은 건물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나주어 주신 거예요.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자녀들끼리 처분 문제로 싸움이 난 거예요. 줘도 후회하고 안 줘도 후회하는 게 증여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덜 후회하려면 배우자에게 먼저 주세요. 배우자에게는 10년마다 6억씩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안 준다고 쌓이는 게 아니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걱정이 사리지지 않는다면 그냥 주지 마세요. 나중에 세금 좀 더 내면 되니까요.
저는 걱정이 되더라도 그냥 주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증여를 하는 이유가 상속세를 좀 줄여보자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자녀에게 실제 도움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00세까지 살다 돌아가시면 자녀 나이가 70세인데, 이때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갑자기 큰돈이 생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보험의 계약자-수익자 관계를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보세요.
상속 계획의 최종 목표는 세금을 더 많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훈을 승계하고 가족의 화합을 더 돈독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섯째, 종신연금과 종신보험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요즘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즉시연금 중에서도 종신연금 상품이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종신연금이란 가입한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연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가입하면 해지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자식이 와서 돈 달라고 하면 안 줄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된다는 거죠.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자식을 안 보려고 하지 않는 다음에야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싶습니다. 자녀와의 관계가 많이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종신연금은 일정 정도만 가입하고, 이자가 조금 적더라도 10년 뒤에 원금을 돌려주는 확정기간형 즉시연금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해드립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돈은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 가지 더, 종신보험이라는 상품 아시죠. 자녀들이 상속세 내기 힘들어할지 모르니 상속세 나올 만큼 보험금을 준비하기 위해 많이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속세 납부 재원을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무슨 뜻이냐 하면 상속세를 낼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충분하다면 종신보험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먼저 자금 운용 계획을 살펴보고, 만약 상속세 재원을 당장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저축을 통해 상속세 납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입니다. 보험은 저축하는 기간 동안 정기보험으로 커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계획 수립 방법입니다.
상속 계획의 최종 목표는 세금을 더 많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훈을 승계하고 가족의 화합을 더 돈독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유산을 두고 가족의 화합과 행복이 깨진다면 재산을 물려주는 의미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기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부모가 이룬 가문의 영광이, 가문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동희 삼성화재 FP센터장
얼마 전 상속 상담을 하던 중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분이 속한 모임이 있는데 나이 든 회원들이 돌아가시면 꼭 자식들 간의 상속 분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는 회원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이 집은 너무 조용하게 상속이 끝나더라는 겁니다.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물으시길래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아들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네요. 이야기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는‘거리’도 되지 않았을 법한 이야기도 시대상을 담으면 재미가 생깁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메가 트렌드는 고령화인데 다른 말로 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부자들이 꽤 됩니다. 한국 경제 압축 성장의 수혜를 받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이제 70세를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상속이라는 사건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부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부모가 유산 분배 비율을 정하면 자녀들은 따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상속재산 규모가 커지기도 했거니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가치관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쓴 유언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유류분 소송을 제기합니다. 부모가 기부한 재산에 대해 자녀가 반환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이혼 및 재혼이 일상화돼 가족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 ‘부의 이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금도 대단합니다. 상속과 증여는 최고 세율이 무려 50%에 달합니다. 재산만 물려줘도 감지덕지 하던 시절에서,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세금 납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까지도 부모의 역할이 됐습니다. 이런 내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세를 아끼려면 미리 주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첫째, 경험하지 못했다면 많이 들어보세요.
제가 만나 본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자기 주관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성공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내가 해봤는데…’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분도 ‘돌아가보신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예측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한번 죽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다양한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보셔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세무사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만들어가자고 말할 겁니다. 경영컨설턴트에게 들으면 사업체를 물려받을 후계자 선정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겁니다. 가문의 평화를 위해 사업체를 물려줄 자녀보다는, 물려받지 못하는 자녀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다양한 시각의 조언을 충분히 듣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자녀를 너무 믿지 마세요.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겨도 서로 우애로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아니면 자녀 주변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인해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집간 딸에게 좀 적게 줘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물론 딸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위 생각은 다릅니다. 사위가 동의한다고 해도 사위 친구들이 가만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아버님이 위중해 건물을 대신 관리하던 형과 동생이 임대료의 사용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고, 부모를 모시던 딸과 다른 자녀들 간에 부모가 남긴 재산 규모에 대해 서로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부모 생전에 상속과 증여를 말하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조금 어색하더라도 부모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자녀들 간의 정기적 모임을 주선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만나야 대화가 됩니다. 친해져야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자녀 공동 명의로 상가를 하나 증여한 후, 임대료로 가족 사무실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가족 간 대화가 중요한 사업이라는 겁니다.
셋째, 억울하지만 그래도 세금은 내는 게 속이 편합니다.
상속·증여 상담을 하다 보면 저도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부동산을 판 돈으로 본인들 생활비를 제한 금액을 자녀에게 증여하려고 하면, 부동산을 팔 때 최고 41.8%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최고 50%의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세금 다 내면서 모은 재산인데, 단지 명의를 바꾼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아깝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절세보다는 탈세라는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식 세금 안내기 전략은 갈수록 어려워질 듯 보입니다. 요즘 너도 나도 복지를 말하는 바람에 정부 차원에서는 조세 수입 증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세율을 더 올릴 수는 없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명분 있는 방법이 숨겨진 세원을 찾아내고, 탈세나 체납 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세청에서 회사 임직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부동산 190억 원을 신고하지 않고 상속한 건을 적발한 후 185억 원을 추징한 사례도 있습니다. 안 걸리면 정말 좋겠지만, 걸리면 세금만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삶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앞으로는 적발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질 테니, 그냥 세금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속이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리적 수준에서 적게 내는 방법은 늘 고민해야 하겠죠.
참고로 국세청에서는 역외소득에 대한 과세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박왕 탈세사건에서 보듯이 한국 출신 동포나 해외 영주권 보유자를 모두 묶어 한국인으로 보고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꼭 알아야 할 제도가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도`인데, 내국법인이나 개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하루라도 10억 원을 초과하면 신고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미신고계좌 잔액이 20억 원 이하면 4%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0억 원이 넘어가면 10%까지 과징금이 늘어납니다.
넷째, 후회할 것 같으면 주지 말고 줄 거라면 미련 없이 주세요.
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세를 아끼려면 미리 주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라는 말은 아닙니다. 재산을 증여하고 난 이후의 상황을 꼭 생각해 보세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자녀에게 건물을 증여해 줬더니만 상의 없이 매각했다고 노발대발 하더라구요.
또 다른 분은 자녀에게 주면서도 못미더웠는지 지분증여를 하셨어요. 한 명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같은 건물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나주어 주신 거예요.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자녀들끼리 처분 문제로 싸움이 난 거예요. 줘도 후회하고 안 줘도 후회하는 게 증여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덜 후회하려면 배우자에게 먼저 주세요. 배우자에게는 10년마다 6억씩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안 준다고 쌓이는 게 아니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걱정이 사리지지 않는다면 그냥 주지 마세요. 나중에 세금 좀 더 내면 되니까요.
저는 걱정이 되더라도 그냥 주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증여를 하는 이유가 상속세를 좀 줄여보자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자녀에게 실제 도움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00세까지 살다 돌아가시면 자녀 나이가 70세인데, 이때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갑자기 큰돈이 생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보험의 계약자-수익자 관계를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보세요.
상속 계획의 최종 목표는 세금을 더 많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훈을 승계하고 가족의 화합을 더 돈독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섯째, 종신연금과 종신보험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요즘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즉시연금 중에서도 종신연금 상품이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종신연금이란 가입한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연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가입하면 해지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자식이 와서 돈 달라고 하면 안 줄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된다는 거죠.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자식을 안 보려고 하지 않는 다음에야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싶습니다. 자녀와의 관계가 많이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종신연금은 일정 정도만 가입하고, 이자가 조금 적더라도 10년 뒤에 원금을 돌려주는 확정기간형 즉시연금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해드립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돈은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 가지 더, 종신보험이라는 상품 아시죠. 자녀들이 상속세 내기 힘들어할지 모르니 상속세 나올 만큼 보험금을 준비하기 위해 많이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속세 납부 재원을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무슨 뜻이냐 하면 상속세를 낼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충분하다면 종신보험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먼저 자금 운용 계획을 살펴보고, 만약 상속세 재원을 당장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저축을 통해 상속세 납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입니다. 보험은 저축하는 기간 동안 정기보험으로 커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계획 수립 방법입니다.
상속 계획의 최종 목표는 세금을 더 많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훈을 승계하고 가족의 화합을 더 돈독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유산을 두고 가족의 화합과 행복이 깨진다면 재산을 물려주는 의미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기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부모가 이룬 가문의 영광이, 가문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동희 삼성화재 FP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