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tory] 스페인 최대 와이너리, 토레스 Torres

17세기부터 가족경영으로 이어온

‘토레스(Torres)’는 17세기부터 가족경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와이너리로, 연매출 2억 유로(약 3000억 원)의 스페인 최대 와이너리이자 세계적인 와인 제조업체다. 1995년에 있었던 125주년 기념행사에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참석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과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와이너리가 토레스다.

전 세계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토레스 일가.

토레스는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1500헥타르의 자체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토레스 와인은 수출되는 곳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았다. 인도의 카르타헤나, 쿠바의 산티아고, 베라크루스, 브레멘, 함부르크, 피터스버그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었다. 토레스의 와인들은 비엔나, 필라델피아, 파리에서 각종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토레스는 이후 스페인뿐 아니라 칠레,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와이너리를 설립해 와인 애호가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1979년 칠레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외국인 회사로는 최초로 칠레에 진출해 와인을 생산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캘리포니아에도 진출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토레스의 놀라운 도전 정신과 성공으로 인해 2006년에는 와인 인수지에스트(Wine Enthusiast)에 의해 토레스 와이너리가 ‘유럽 베스트 와이너리’에 선정된 바 있다.


장 레옹 와이너리와 프리오랏 와이너리를 경영하는 미레야 토레스.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발효 탱크와 2km가 넘는 지하 셀러

현재 오너인 4대손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는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2년에는 와인업계의 노벨상과 같은 디켄터(Decanter: 영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지)의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에 선정됐다.

토레스는 거대한 포도밭과 더불어 거대한 와인 양조시설 운영 등을 통해 스페인 와인업계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어넣은 와이너리로도 유명하다.

토레스가 위치한 바르셀로나 남서쪽 페네데스(Penedes) 지역은 프랑스보다 훨씬 앞선 기원전 1000년경부터 포도를 재배해온 곳이다. 토레스 가문은 17세기 이래로 와인을 생산해오다 금세기 초반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 공정을 현대화했으며 지하 숙성시설을 갖추었다.

이후 토레스는 세계 최대의 스테인리스 와인 발효 탱크 시설과 무려 2km가 넘는 지하 셀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스페인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기 시작했다.

토레스는 와인의 품질 관리 유지와 대량 양조를 가능케 하면서 프랑스, 이탈리아에 밀려 변방 취급을 받던 스페인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특히 1979년 파리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놀라운 결과를 연출했다. 1970년산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가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979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토레스 와이너리뿐 아니라 스페인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스페인 와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토레스 가문의 빈야드.

토레스의 철학과 환경 활동

스페인을 대표하는 토레스 와이너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컴퍼니(green company)로도 유명하다. 미구엘 토레스는 일찍이 “환경을 잘 돌볼수록 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토레스가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토레스는 환경 보호와 공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페네데스 지역을 비롯해 스페인 여러 지역과 칠레 등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의 포도밭과 수목림 보호 활동, 바르셀로나대의 동물생태학 팀과 함께 흰배줄무늬수리(Bonelli’s Eagle) 보호 활동, 공해 방지를 위해 와이너리 안에서 전기차 사용, 태양열 에너지 사용, 해초류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발생 억제 연구 등이 토레스의 철학을 보여준다. 토레스는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 품종 개발이나 새로운 지역의 개발 등 매년 매출액의 95%를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재투자하고 있다.

토레스의 이런 노력은 영국의 권위 있는 잡지인 드링크 비즈니스(Drink Business)에서 선정한 ‘2010 올해의 그린 컴퍼니’ 수상으로 이어졌으며 토레스는 ‘토레스 앤드 어스(Torres & Earth)’ 프로젝트를 통해 유엔의 공식적인 에이전시인 RTCC로부터 ‘환경적 책임감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미레야 토레스의 장 레옹 와이너리

현재 토레스는 미구엘 토레스의 장녀인 미레야 토레스가 부티크 와이너리인 ‘장 레옹’과 프리오랏(Priorat) 지역 와이너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아들인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은 토레스가 칠레에 설립한 와이너리인 ‘미구엘 토레스 칠레’를 맡고 있다.

최근 방한한 미레야가 경영하는 장 레옹 와이너리는 할리우드 배우였으며, 유명 레스토랑 ‘라 스칼라’의 주인이었던 장 레옹이 1964년 그의 고향인 스페인의 페네데스에 150헥타르의 땅을 사면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레옹은 이후 고향인 스페인으로 건너가 1964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만든다. 그는 라피트 로트칠드(Lafitte-Rothschild), 라 라귄(La Lagune)과 코르통 샤를마뉴(Corton Charlemagne)와 같은 프랑스의 명성 높은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을 들여와 심었는데, 이는 스페인에서 최초의 시도로 스페인 와인 역사에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스페인 최초의 싱글 빈야드를 소유함으로써 스페인 와인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장 레옹 와이너리는 미국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자신의 취임식에 장 레옹 와인을 선정하며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페인 와인 역사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된 장 레옹.

레옹은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비벌리힐스의 왕, 할리우드의 신화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으나, 1990년대 중반 암 선고를 받는다. 그는 남은 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싣고 요트 여행을 다녔다. 그러는 한편 레옹은 1994년, 30년간 자신의 절친했던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이자 스페인 와인업계의 대부인 미구엘 토레스에게 “내 양조장을 스페인 사람인 당신이 맡아줘. 그리고 지금 나와 당신이 만드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주게나”라고 부탁했고, 미구엘 토레스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레옹은 1996년 영화와 같은 생을 마감했으며, 토레스에서는 2002년에 방문자 센터(visitor’s center)를 오픈, 그의 삶과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방문자 센터는 레옹이 최고의 삶을 살았던 1950년대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지어졌다.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장 레옹 와인과 함께 미레야 토레스는 프리오랏 지역의 와이너리도 함께 경영하고 있다. 프리오랏 지역은 와인 생산지 중 스페인 내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스페인 와인 등급 중 가장 높은 DOC 등급을 받은 지역이다. 스페인에서는 현재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 그리고 프리오랏 세 곳만이 DOC 등급을 획득했다. 이 지역은 스페인 와인에 있어 새로운 유행을 만든 곳으로 매우 독특한 리코렐라(licorella) 토양에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레스의 와인은 살모스(Salmos)로 가르나차 틴타(Garnacha Tinta), 시라(Syrah), 카리네나(Carinena),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등을 블렌딩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제공 신동와인(주) www.shindongw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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