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Report] 이태원에서 조우한 나폴리 피자, Grazie!

알마또

오픈한 지 7개월이지만 서울 이태원 해방촌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마또(Al Matto)’는 알 만한 사람들이 ‘알아서’ 찾는 곳이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피자.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다. 오너 셰프와 이탈리안 아르바이트생이 만들어 가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맛을 찾아 나섰다.
이탈리아식 멸치젓갈과 올리브, 토마토가 어우러진 나폴리타나 피자. 가장 이탈리아적인 피자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화덕에서 갓 나왔을 때 먹어야 비릿한 맛 없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낮 12시가 조금 안 돼 도착한 알마또에서는 조촐한(?) 식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11시에 문을 여는 곳이니 기자가 도착하기 전 부랴부랴 화덕을 데워뒀음이 틀림없다. 보슬비가 내려 다소 쌀쌀한 날이었지만 알마또 실내는 마치 온돌방처럼 화덕의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맛 평가단’의 이른 방문이 부담스러웠는지 오너 셰프인 김수만 사장과 아르바이트 직원인 알베르토 루사나(Alberto Lussana)는 살짝(?) 긴장한 모습. 메뉴판을 꺼내 놓고 얘기를 진행하며 알마또의 영업 비밀을 하나 알게 됐으니, 바로 이탈리안인 루사나가 셰프에게 가장 깐깐한 검수관이란 사실이다.

피자, 파스타, 샐러드까지 철저하게 이탈리아적인 맛을 고수하려는 것이 김 오너 셰프의 전략이고 보면 두 사람은 천생연분인 셈. 한편 루사나는 이탈리아 현지에 있는 친구이자 셰프인 지인으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원격 레시피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하니, 정보기술(IT) 발전이 없었다면 알마또의 감칠맛 나는 피자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남몰래 연구한 나폴리 피자 레시피

김 오너 셰프는 7년 차 요리사다. 원래는 와인수입회사 직원이었다는데, 영업차 방문하던 레스토랑 셰프들의 복장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고. 신(神)이 그 마음을 읽어서였을까.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삼청동 한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폴리 피자에 꽂힌 것은 3여 년 전쯤. 혼자서 각종 자료와 레시피를 모으며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피자 주문이 들어오면 살짝살짝 연구한 대로 만들어보면서 스스로 감을 터득했다. 그러던 차에 알고 지내던 이탈리안 친구인 루사나와 의기투합했다. 외국인 고객이 많은 이태원 해방촌을 마음에 둔 것도 ‘정통’으로 승부하겠다는 김 오너 셰프의 의지이기도 했다.

‘알마또’라는 가게 이름 역시 루사나의 작품이다. ‘마또(matto)’는 ‘푹 빠지다’ 혹은 ‘미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데 ‘알마또’는 우리말로 하자면 ‘뭐 하나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정도란다. 오픈할 때보다 메뉴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지금 알마또를 찾는 고객의 70%는 외국인이다. 알마또에서 다국적 손님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김 오너 셰프가 만들어 내는 요리에 가장 깐깐한 품평을 한다는 루사나는 현재 세종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유창한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손님들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손님들 사이의 벽 없는 대화는 피자만큼이나 쫀득쫀득하고 담백한 알마또만의 맛이기도 하다.
오랜 친구이자 현재는 사장과 종업원 관계가 된 김수만 오너 셰프와 알베르토 루사나

얄팍한 도와 함께 씹히는 파머산, 모차렐라 치즈가 담백한 크루도 피자. 암퇘지 뒷다리 살을 바닷바람에 말려 만든 크루도 햄의 맛 또한 이국적이다.

오리지널리티, 고객을 다시 부르는 힘

강렬한 가스불의 열기와 함께 화덕에서 처음으로 구워 나온 피자는 김 오너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이탈리아적인 ‘나폴리타나’. 나폴리 현지에서는 나폴리 피자의 도(dough) 규격을 준수하지 않으면 ‘나폴리 피자집’이란 간판을 내걸 수 없다는데, 그 철칙은 도 가장자리 두께 1.8cm, 가운데 두께가 0.2mm를 넘을 수 없다는 것.

피자 잘 만든다는 일본에서도 조금씩은 변칙(?)을 쓴다지만 알마또는 나폴리 피자 도 규격을 준수한단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멸치액젓이랄 수 있는 이탈리아 젓갈이 토마토와 생치즈, 바질과 함께 씹히는 맛이 과연 기가 막혔다. 겉(가장자리) 도를 씹어 보니 듣던 대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다.
살짝 데친 채소 위에 빵을 얹고 그 위에 채소와 살짝 익힌 달걀, 고르곤졸라 치즈를 얹어 내는 포치에그 & 고르곤졸라 샐러드.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씹어야 제 맛이 난다는 게 주인장의 귀띔이다.

30여 가지 피자 중에 두 번째로 선을 보인 것은 ‘크루도(crudo)’ 피자. 암퇘지 뒷다리를 바닷바람에 건조시켜 만든다는 이탈리아 크루도 햄을 토핑으로 얹었다. 별다른 소스 없이 파머산와 모차렐자 치즈, 크루도 햄만으로 맛을 내는 피자는 담백하기 그지없다.

피자집 실력을 알고 싶다면 ‘마르게리타’를 시켜 보면 안다. 도와 피자 소스, 치즈 등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이뤄내는 맛이 가장 정직하기 때문. 웰빙 재료인 버섯과 생치즈의 맛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풍기(funghi)를 선택하면 좋겠고, 혀가 치즈를 거부하는 날이라면 토마토소스와 마늘만으로 맛을 낸 ‘마리나라’ 피자가 제격일 듯.

김 셰프가 미역국을 좋아하는 루사나의 밥상을 준비하다 착안한 미역 파스타도 5월의 강추 메뉴다.






이태원 해방촌에 위치한 자그마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마또’는 외국인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맛집이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38-11번지 1층
영업시간 화~목요일 오전 11시~새벽 2시,
금~토요일 오전 11시~새벽 4시, 일요일 오전 11시~밤 11시
가격 런치 세트·브런치 5000~1만2000원, 파스타 1만2000~1만4000원, 샐러드 8000~1만4000원, 피자 8000~1만8000원
기타 100m 이내 유료 주차장, 바(bar) 운영
문의 02-794-4616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