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코스피 독주해온 삼성전자·현대차, 언제까지 달릴까?
입력 2012-05-24 15:45:06
수정 2012-05-24 15:45:06
MARKET ISSUE KOSPI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2~3분기에는 실적이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 조정 흐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부동의 대장주’이자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수출주다. 올해 증시는 이들 두 종목의 존재감이 더욱 컸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길 때마다 두 종목이 양 날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짙었다. 두 종목이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나머지 종목들은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두 종목이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지, 그동안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장기 성장성을 아직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2~3분기에 실적이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정 흐름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현대차 ‘내가 제일 잘나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87조 원(4월 13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의 16.01%에 달한다. 현대차 시가총액 57조 원(4.87%)을 합치면 이들 두 대장주가 전체 증시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3~4월은 주가가 나란히 우상향하며 대장주 역할을 굳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3일 133만5000원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올 들어서만 26.18% 급등세다. 지난해 8월 19일 68만 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주가는 7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초 5조 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로 200만 원을 제시하는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현대차 역시 같은 달 9일 26만8500원으로 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날까지 올해 주가 상승률은 26.05%에 달했다. 어려운 산업 환경에서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개인투자가, 삼성전자·현대차 멀리했더니…
그러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빚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누가 가까이 했느냐에 따라 수익률 게임의 결과가 엇갈린 것이다. 외국인이 최근 석 달간(1월 13일~4월 13일)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은 각각 1조2786억 원, 9654억 원에 이른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23.35%, 현대차는 12.42% 올라 수익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개인투자가들은 두 종목을 올 들어 지속적으로 팔았다. 차익 실현 기회라고 생각해 일단 처분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코스피 지수 상승 랠리에서 개인이 소외된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개인투자가가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현대모비스 주가는 같은 기간 8.07% 내렸다. LG전자, 제일모직, OCI, KT, 에쓰오일을 주로 샀다.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오른 것은 LG전자(1.57%)와 호남석유(2.45%) 두 종목에 그쳤다. 개인들은 선물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하락세에 베팅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ETF·ELS로 대응할 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독주’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특히 삼성전자는 가격이 너무 올라 개인이 추격 매수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향후 실적을 감안할 때 두 대장주를 줄곧 무시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두 종목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나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선물, ELW 등을 대안 상품으로 꼽는다.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단기 조정에 앞서서 이들 파생상품으로 리스크를 헤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27.69%인 ‘TIGER반도체ETF’ 등이 ETF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삼성전자 아바타’ 상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ELW는 소액으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다만 만기일과 시간 가치를 감안하지 않고 막연하게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두 종목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에 매력을 느낀다면 주가연계증권(ELS)도 관심 대상이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보다 발행 비용이 적어 목표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손실 확정(knock in) 구간이 최초 기준 가격의 40~50% 수준에서 설정돼 있어 손실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이익 정점은 3분기
지난 4월 중순 1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두 종목의 독주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나빠진 탓이 컸다. 그동안 크게 내렸던 다른 종목들이 상승을 시도하면서 쏠림현상도 완화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차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이 전방에서 선전하면서 모바일 D램과 낸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장비들도 동반 성장 중”이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20% 시대에 재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2002~2006년 삼성전자의 중장기 상승세가 피처폰과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개별 산업의 각개 약진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세트와 부품이 통합된 ‘모바일 모멘텀’이라는 점에서 더 파괴력이 높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5조8406억 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향됐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영업이익 7조 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후 4분기 6조8900억 원으로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분기는 IT업체의 재고 조정이 이뤄지는 만큼 계절적으로 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도요타 반격 이겨내야
현대차는 쑥쑥 늘어나는 자동차 판매량에 힘입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됐다. 다만 3분기에는 계절적 효과 때문에 일시적인 이익 감소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휴가가 몰려 조업일수가 줄어들고 현대차 매출이 다소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그래도 전년 동기보다는 높은 이익이 예상되고, 4분기부터는 다시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부진했던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의 반격은 변수다.
김유미 한국경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