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Front in US] 은퇴연금, 그 마법 같은 비밀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꺼려하는 ‘돈’ 얘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등의 내용이 필수인데, 흥미로운 것은 노후 대책에 대해 물어보면 뚜렷한 계획 없이 그냥 막연하게 가진 재산을 까먹으며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교포들의 경우 은퇴연금 제도가 준비돼 있는 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자신이 알아서 준비해야 해 제도나 절차에 대한 번거로움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견해에서 볼 때 ‘부유층’이라고 볼 수 있는 두 고객이 있다. 한 고객은 전형적인 월급쟁이로 한평생을 보낸 후 은퇴했고, 다른 한 고객은 미국 이민 후 계속 자영업을 하며 꽤 성공을 이뤘다. 두 고객의 재산 규모도 비슷하고 겉으로 나타난 주택이나 자동차, 여가생활 면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차이점은 한 고객은 회사에 소속돼 월급을 받았고 다른 고객은 자영업을 했다는 것인데, 자영업을 하는 고객이 은퇴 전에는 월급을 받는 고객보다 조금 더 많은 소득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회사에 소속돼 있던 고객의 은퇴연금은 100만 달러가 넘었고, 젊었을 때부터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작은 콘도로 시작해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은 규모는 작지만 상가 하나를 소유하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는 고객도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임대를 얻어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상가로 발전해 있었으며, 은퇴연금은 아니지만 현금을 역시 100만 달러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을 하는 경우 더 큰 재산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꾸준한 저축이 나중에 가서는 목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필자가 일하던 증권회사에서도 30년 넘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근무하던 비서의 은퇴연금이 100만 달러를 넘어 놀랐던 적이 있다. 미국의 세금 제도가 은퇴연금에 미리 손을 대면 세금 폭탄과 함께 벌금까지 얻어맞게 돼 있어 극한 상황을 제외하곤 없는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퇴연금은 어느덧 큰 액수로 불어나게 된다.
김세주 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

미국에 이민을 오면 회사에 소속되기보다는 보통 자영업을 하게 되는데,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은퇴연금을 준비할 수 있는 여러 제도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개인퇴직계좌(IRA)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 1년에 최대 6000달러까지 세금 혜택을 적용받으며 적립할 수 있다. 자영업을 하는 경우 SEP-IRA(Simplified Employee Pension Individual Retirement Arrangement)는 여러 조건이 충족될 때 최대 4만9000달러까지 적립할 수 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수입이 적은 해에는 적립하지 않아도 페널티를 내는 일은 없다. 지난해에 대한 IRA 관련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세금 보고 마지막 날인 4월 15일까지 적립을 마쳐야 한다. 올해에도 세금 보고와 관련이 별로 없는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소득세 보고 기간에 바쁜 이유는 새로 연금계좌를 열려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4월이 되면 각 증권사에서 연금계좌를 여는 새 고객들을 잡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도 많이 생기게 된다.

고객들이 포트폴리오나 재테크에 관련된 상담을 하러 올 때는 재산을 모으는 과정은 이미 지나고 모은 재산을 불리기 위한 현명한 투자 수단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연금계좌를 열려는 분들은 재산 모으기 초기에 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이런 분들의 연금계좌 규모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결코 많지 않은 월급을 받던 비서처럼 100만 달러가 넘게 불어있을 수도 있다.


김세주 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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