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바이크에 꿈을 싣다, 김계상 BMW MCK 회장
입력 2012-05-25 16:55:47
수정 2012-05-25 16:55:47
Guys, Make Your Dreams Come True
김계상 BMW MCK(Motorrad Club of Korea) 회장은 젊어 한때 바이크를 탔지만, 아내의 반대로 한동안 바이크를 잊고 살았다. 어렵사리 아내의 재가(?)를 얻어 다시 바이크에 오른 게 3년 전이다. 주말이면 바이크에 몸을 싣고 전국을 누비는 열혈 바이커 김계상 회장을 만났다.인터뷰를 청했을 때 김계상 BMW MCK 회장은 경기도 양평 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양평은 많은 바이커들이 찾는 명소로, 그가 속한 MCK도 그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봄기운이 퍼지기 시작한 때라 바이커들도 많아 인터뷰하기 좋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도로 문제로 촬영에 한계가 있어 서울 인근에 있는 원당 종마목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종마목장에 도착해 그를 기다렸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경쾌한 엔진음을 울리며 날렵한 모습의 바이크 한 대가 약속 장소에 들어섰다. 그가 애마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그가 타고온 BMW 모토라드 1200GS는, 많은 바이커들이 흡모하는 모델로 그는 3년 전부터 이 모델을 고집해왔다고 했다. 수인사 후 그는 ‘MCK 회장 김계상’이라는 명함과 함께 효산에너지(주)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건넸다.
“효산에너지(주)는 석유와 관련된 회사인데, 30년 넘게 석유 관련 사업을 해왔습니다. 첫 직장도 에너지회사였고요. 바이크를 탄 지는 만 3년이 조금 더 됩니다. 지난해부터 MCK 회장을 맡고 있고 바이크 실력은 중급 정도 됩니다.”
50대에 아내의 반대 무릅쓰고 시작한 바이크
올해로 쉰여섯 살인 김 회장이 바이크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그는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 바이크를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시절 동네에 바이크를 타는 멋쟁이 아저씨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바이커가 되고 싶다던 꿈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루어졌다. 말이 바이커지 당시 그의 애마는 90cc 오토바이였다. 그것도 무면허 바이커였고,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바이크에 대한 그의 애정은 생각보다 깊어서 대학에 들어가서는 125cc 바이크의 주인이 됐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여러 일을 해가며 바이크를 유지했다.
가난도 꺾지 못한 바이크에 대한 그의 로망은 아내를 만나면서 좌초됐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내가 바이크 타는 것을 절대 반대했다. 사업으로 바쁘기도 해 오랫동안 바이커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나이 쉰을 넘겼다. 그 사이 스킨스쿠버도 하고 스포츠카도 즐겼지만 바이크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가 없었다. 3년 전 그는 큰마음을 먹고 아내에게 “바이크를 타면 안 되겠냐”는 뜻을 내비쳤다. 조심스런 그의 말에 아내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흔쾌히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강경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스타일입니다. 그 길로 바로 바이크를 계약하러 갔죠. 매장에서 처음 고른 게 1200K였습니다. 그런데 딜러가 상담을 하더니 저처럼 스피드를 좋아하고, 과격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1200GS가 적합하다고 권하더군요. 바이크도 타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서 타야 되거든요. 제 스타일에는 1200GS가 맞다고 해서 샀는데 지금도 아주 만족합니다. 지금이 세 번째 바이크인데 한 모델만 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1200GS가 하루 1000km를 타도 아무 탈이 없고, 자동차보다 편해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자신의 애마를 자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너에서는 어떤 바이크도 따라오지 못하는 주행 능력을 갖췄다며, 한국 지형에 맞게 잘 설계됐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바이크를 계약하고 곧장 소형 2종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면허증도 일주일 만에 손에 넣었다. 면허증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바이크도 인수받았다. 속전속결이었다. 그는 망설이고 이것저것 재다 보면 아무 일도 못한다고 했다.
단점을 보완하는 게 바이크를 가장 안전하게 타는 법
그런데 막상 바이크에 오르고 보니 젊어서 기억과 달랐다. 젊어서는 겁도 없고 바이크도 작았지만, 모토라드는 높이도 높고 무거워 땀이 났다.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라이딩 스쿨에 등록해 사흘간 종일 교육을 받았다. 라이딩 스쿨은 개인교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이크를 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라이딩 스쿨에서 만난 분이 BMW를 타면 같은 레벨끼리 모임이 있다고 동호회를 추천하더군요. 교관한테 MCK에 가입하겠다고 했더니 거긴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저한테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죠.”
바이크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도 지금까지 수십 번 사고를 당했다. 첫 번째 사고는 바이크를 타고 얼마되지 않아 태기산을 넘어가다 일어났다. 로드 마스터를 따라 완만한 고갯길을 넘어가다 앞이 안 보이는 고비를 넘다, 브레이크를 잡은 탓에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순간 아찔했다.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며 그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바이크를 버리면 크게 다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라이딩 기어가 충분히 보호를 해준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게 바이크다. 따라서 항상 공부하고 배우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김 회장은 바이크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BMW 모토라드와 함께 만든 행복한 추억
안전만 확보하면 바이크는 그 어떤 운반수단보다 매력적이다. 바이크는 자전거와 달리 바람을 느끼며 원거리 여행을 할 수 있고, 자동차와 달리 못가는 곳도 없다. 바이크를 타고 강원도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묘미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바이크 동호회 중에는 오래된 곳도 많습니다. MCK도 생긴 지 13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 많은 바이커들은 전국의 맛집을 다 알고 있습니다. 라이딩뿐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지난 3년, 그 재미에 빠져 주말이면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1년에 최소 3만 km 이상을 주행했다. 경남 함안의 굽이길, 충북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거리, 이름 모르는 남해의 골목길 등을 그렇게 누볐다. 짧으면 당일, 길게는 3박 4일을 길 위에서 보냈다. 지난해 8월에는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원정 투어를 다녀왔다. BMW 모토라드 재팬에서 주최한 투어였는데, 약 2500여 명이 참가해 장관을 이뤘다.
최근에는 3월 말 1박 2일로 목포를 거쳐 영암에서 있었던 모터사이클대회에 참가한 후 지리산을 돌아왔다. 지난주에는 서천 일대까지 갔는데 마침 주꾸미 축제가 한창이라 제철 만난 주꾸미를 맛보고 왔다.
바이커들 중에는 아내와 함께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도 아내에게 라이딩 기어를 사주면서 텐덤(뒷좌석에 타는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아들은 한 번 태워봤는데 그 다음부터는 타려고 하지 않았다.
“아내는 자동차를 빨리 달려도 무서워하는 편이라 앞으로도 텐덤을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실 고속에서는 바이크가 자동차보다 속도감이 오히려 덜 한 데도 말이죠. 앞으로도 혼자 탈 수밖에요. 요즘은 BMW에서 600CC 스쿠터가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갑니다. 한 번 타볼까 싶어서요. 시내 다니기에 좋을 것 같아요.”
김 회장은 술 담배를 안 한 덕에 체력이 40대 못지않아 한동안은 계속 바이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