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CEO의 창업 여정에서 창의의 힘을 얻다

대다수 사람들이 큰 성공을 원한다. 나에게 성공을 위한 단 한 가지 조건을 묻는다면 단연 ‘생각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삶의 과정은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해답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생각’이라는 프레임을 거쳐야 한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도 마치 절대 에너지 같은 궁극(窮極)의 ‘생각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생각의 힘’ 세기가 강할수록 인생의 중요한 단계와 변곡점에서 최적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을 한 판의 퍼즐 완성이라고 말한다면 경험 하나하나가 한 조각 퍼즐이 된다. 경험이 다채롭고 격이 높으면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입체적인 멋진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외 CEO들의 인생과 경영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고력·창의력 함양, 경영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체험 사례를 통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미스터피자 창업자 정우현의 1등 브랜드 개척기

“22년 전에 미스터피자를 창업하고 겨우 첫 점포 하나를 여는 미스터피자 제1호 개점 축사에서 나는 당시 대부분 평생에 한 번도 피자를 먹어보지 못한 하객들 앞에서, 당당하게 대한민국 1등 브랜드가 되겠다고 떠벌렸다. 그때 나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던 하객들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왜 안 그랬겠는가. 수많은 먹거리 중에서도 당시 피자는 그저 선진 국민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나는 꾼이다>(정우현 지음·위즈덤하우스)는 어릴 때부터 많은 농사일을 통해 온몸으로 일에 대한 감각을 익힌 저자가 동대문시장 섬유도매업체를 경영해 거상이 되고, ‘미스터피자’의 창업에서부터 국내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도전과 인생 여정이 펼쳐진다.

동대문 섬유시장에 들어와 일을 배우고, 한 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이른바 거상의 지위에 올랐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10년 이상 오직 앞만 내다보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머릿속에 이상한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진정 나의 꿈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그는 패전을 딛고 일어선 경제대국 일본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번질나게 일본을 드나들었다. 1970년대 말에 일본의 전자제품 총 매출을 앞지른 산업이 등장했다. 그것은 외식산업이었다. 어느 날 외사촌 형이 찾아와 귀가 솔깃한 말을 해주었다.

“미스터피자 재팬이 한국에 진출하려고 파트너를 찾고 있는데 피자사업 한번 해볼래?”

2009년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피자업계의 일대 사건을 보도했다. 만년 2등이었던 미스터피자가 드디어 경쟁사를 누르고 당당히 업계 1위로 올라서는 이변을 연출했다는 내용이었다. 다국적 브랜드인 경쟁사가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토종 브랜드인 미스터피자를 두고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기적’이라 표현했다.

저자는 최근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드물다. 그는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래의 포부를 던진다. “이렇게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기쁘게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진정한 파수꾼으로서 나 자신과 다시 새로운 약속을 했다. 국내 1등의 꿈이 작은 호수 속 항해였다면 다시 그린 글로벌 1등의 꿈과 약속은 분명 광활한 우주 속 멋진 항해가 되리라 깊이 믿으면서.”



퍼거슨 맨유 감독의 도전과 성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영광의 ‘트레블(treble: 축구에서는 단일 시즌 3관왕을 의미한다)’을 달성하기 직전인 1998년 초여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목청을 높여 구단 측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했다. 그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다시 시작하는 열정으로 돌아가 축구장을 찾는 수많은 팬들에게 고객 만족을 베풀어야 한다. 이건 축구팬이 가장 큰 후원자라는 내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온 서포터들은 맨유가 아무리 졸전을 벌여도 입장료를 돌려받지 못한다. 입장료를 지불한 그들은 맨유에 최고의 영광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 맨유는 경기에 관해선 가장 훌륭한 팀이 돼야 한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고객 만족이라고 하면 이미 진부한 용어다. 하지만 십수 년 전 프로 축구팀 감독이 이에 관해 이토록 투철한 의식을 가졌다는 것이 신선하다.

<알렉스 퍼거슨 무한 인생경영>(알렉스 퍼거슨 지음·조윤커뮤니케이션)은 변방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한 퍼거슨 감독의 일대기를 기록한 자서전이다. 학업과 공장 견습공 일을 병행하면서도 프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어린 시절, 득점왕으로 활약했던 프로 선수 시절, 감독으로 활약했던 시절 등 그의 생애를 생생히 기록했다.

현대 프로 스포츠의 신화인 맨유가 오늘날 성공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란 찬사를 받는 것은 일찍이 팬들을 생각하는 축구, 고객을 생각하는 구단 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제 맨유와 퍼거슨은 동의어다. 프로 축구팀 감독 수명이 평균 2년도 안 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정상의 맨유를 20년 넘게 이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퍼거슨은 강철 같은 리더십을 가진 축구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사로잡을지 꿰뚫은 CEO이기도 했다.

퍼거슨은 일찍이 세인트 미렌 감독을 할 때부터 ‘감독의 임무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못지않게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으는 일’이라고 여겼다. 틈만 나면 시내에 나가 주민들을 만났다. 축구에 대한 팀 연고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자체 신문을 만들었다. 구단 승용차로 시내를 누비면서 스피커로 가두 홍보도 했다. 이 책은 ‘무한 인생경영’이라고 명명할 만한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담고 있다.

야신 김성근의 이기는 야구, 그리고 인생 이야기

“야구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핀치는 찬스다’라는 말이 있다. 위험이 오히려 찬스라는 말이다. 역경은 사람을 키워준다. 강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스물여덟 살에 감독 생활을 시작해서 40년을 한 길만 걸어왔다. 뒤돌아보면 많은 역경 속에서도 나는 김성근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후회가 없다.”

<김성근이다>(김성근 지음·다산라이프)는 뜨거운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시련을 통해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켜온 저자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고통,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통찰이 담긴 책이다. 그동안 못 다한 인생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저자가 감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할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야구를 배우면서 가쓰라고교 때 처음으로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쳤지만 발이 느려 자꾸 아웃이 됐다. 발을 빠르게 하려고 연습한 것이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것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서서 자전거를 몰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문제가 있으면 그걸 고치려고 바로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을 하면 점점 나아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고쳐지는 걸 몸으로 익혀갔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선수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손가락이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근우는 서울에서 경기를 했을 때 번트를 잘못 대서 그날 바로 인천문학구장으로 보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코치 한 명을 붙여서 펑고(fungo)를 1000개 시켰다. 문학구장에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새벽 2시 반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번트를 하는데 무척 신중하게 하는 게 보였다. 이것 역시 확실하게 과업을 한 거다. 그냥 연습하는 중 하루가 아니라 생각이 바뀌고 몸이 바뀐 중요한 순간을 만든 것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역경을 뛰어넘는 의지와 실천을 강조한다.

“내가 야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 하겠다는 뜻만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다음에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다시 한계를 만나고, 그것을 뛰어 넘으면서 큰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1평에서 60년간 이루어낸 오자사의 성공 비밀

“어느 날, 영화감독이자 식도락가로 유명한 야마모토 카지로 씨 부인이 양갱을 사러 왔다. 내가 ‘혼자 오셨네요’라고 먼저 말을 걸자, 부인은 남편의 병세가 몹시 악화됐는데, ‘죽기 전에 꼭 오자사 양갱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양갱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도쿄 기치조지역 부근의 상점가. 아직 캄캄한 새벽인데 사람들이 분주하다. 그들이 모여드는 곳은 모퉁이에 있는 작은 가게다. 이 가게는 1평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양갱과 모나카, 단 두 가지 상품만을 판매하는 ‘오자사’다. 오자사에서는 양갱을 하루에 150개만 생산하기 때문에 양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직원이나 가족이라도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이런 행렬은 4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1평의 기적>(이나가키 아츠코 지음·서돌)은 기적의 가게 오자사의 성공 비결과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오자사의 사장으로 아버지가 오자사를 창업하자, 1951년 11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해부터 반 평 남짓한 노점에서 하루 12시간, 365일 휴일 없이 일하며 아버지를 도와 양갱을 만들었다. 노점으로 시작한 지 3년 후, 오자사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역 근처에 작은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1평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손님들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고, 남들보다 일찍 나와 줄을 서기 위해 일부러 근처 호텔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구하기 어려워지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자사 양갱을 ‘꿈의 양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왜 그만큼만 만드냐”, “장사도 잘 되는데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저자에게 묻는다. 더러는 “왜 부자가 되는 길을 애써 마다하느냐”며 오자사의 ‘아둔한 장삿법’을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양갱을 하루에 150개밖에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팥은 작은 가마솥에 한 번에 세 되만 넣고 삶아야 맛있게 삶을 수 있다. 팥을 삶아 몇 번의 과정을 거친 뒤에는 동(銅) 냄비에 옮겨 담아 숯불에 올려 온 정성을 다해 졸여야 한다. 작은 가마솥에 해야 하고, 과정이 고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은 150개를 넘지 못한다. 150개는 오자사가 손님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오자사의 자부심이다.”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제품을 찾은 야마모토 카지로 감독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죽기 직전에도 생각나는 양갱’, ‘가장 먹고 싶은 음식 하면 떠오르는 양갱’이 될 수 있도록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촌스러워서 멋있는 오토코마에 두부의 차별화 전략

“‘진짜 남자는 배신하지 않는다.’ 이 말은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광고 문구다. 소비자를 배신하는 맛은 금물이다. 평범한 두부보다 비싸기 때문에 절대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눈을 가린 채 수십 가지 두부 맛을 보더라도 반드시 선택하는 진정한 맛을 위해 노력한다.”

<오토코마에 두부>(이토 신고 지음·가디언)는 2006년 일본에서 역발상과 차별화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룬 ‘오토코마에 두부(사나이 두부)’의 성공 비밀을 전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오토코마에 두부’의 창업자이며, 발로 뛴 현장의 목소리와 제조법, 디자인, 마케팅 등 남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도전했던 과정과 사례를 생생하게 담았다.

2006년 등장한 이 두부는 식품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출시 2년 만에 매출 40억 엔을 훌쩍 돌파하더니, 그해 일본의 월간정보지 닛케이트렌드가 꼽은 일본 최고의 히트 상품 10선에 당당히 뽑혔다. 오토코마에 두부의 인기 비결은 생뚱맞게도 두부에 ‘남자다움’을 덧씌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오토코마에 두부가 품질로만 승부하려고 했더라면 평범한 두부제조업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회사의 간판 상품은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이하 조니)’다. 조니를 만들 때는 제작 공정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쳐 새로운 제조법을 개발했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완성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여성 소비자들 중에는 조니에 꿀이나 조청을 뿌려 먹기도 한다. 두부는 담백하다는 상식을 깬 깜짝 놀랄 만큼 진한 풍미라는 평이다. 조니를 처음 개발했을 때는 두부가 너무 달다는 핀잔을 들었다.

도전을 할 때는 맛에 한정하지 않는다. 서핑보드처럼 생긴 패키지, 가격표에 다 적지도 못할 긴 이름 등 종전의 두부 시장에서 경험하지 못한 디자인을 내놓는다. 내용물뿐만 아니라 겉포장에도 모험을 감행한다. 포장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세련됨이 아니라 ‘촌스러움’이라는 옷을 입히는 역발상으로 굵고 강력한 ‘남(男)’자를 넣었다. 그리고 남자답게 진열대에 오른 이 두부는 일반 두부보다 3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상이 무료함과 답답함으로 얼룩져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어떤 남다른 콘셉트와 놀라운 창의성이 녹아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찾기 바란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ktkang21@han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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