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생명력에도 주기가 있다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 MIT대 교수가 쓴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은 1990년 룩셈부르크 유럽국제연구소가 주최한 장기 프로젝트인 ‘국가의 생명력(The Vitality of Nations)’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사람에게 생명주기가 있듯이 국가에도 생명주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즉 한 나라의 경제적 생명주기는 사람의 일생주기처럼 탄생, 성장, 쇠퇴, 사멸의 단계를 가질 것으로 가정하고, 어떤 요인이 성장을 자극하고 어떤 요인이 쇠퇴의 신호가 되는가를 탐색하려는 것이었다.
킨들버거 교수는 1500년부터 1990년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한 리더인 선도국가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그 흥망성쇠와 요인을 검토했다.
베네치아-피렌체-제노바-밀라노-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브뤼헤-안트베르펜-홀란드-프랑스-영국-독일-미국-일본
물론 이들 나라가 현재 망해서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 주도권이 대체로 이렇게 이전돼 갔다는 것이다.
스스로 ‘독특하다’고 믿는 신념이 성장 동력
킨들버거는 이 책의 대부분을 앞에서 열거한 여러 선도국가들의 성장과 쇠퇴의 구체적·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고 나서, 결론적으로 모든 민족과 국가들은 서로 다르지만 성장과 노화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제시했다.
최소한 ‘젊은 시절’에는 각 국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독특하다’고 여길 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증거를 찾았다. 예를 들면 선도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독특한 이름으로 자부심을 가졌다.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된 피렌체인’,‘고유한 종(種)인 에스파냐인’,‘유일한 포르투갈인’,‘네덜란드인의 새로운 정체성’,‘프랑스인의 우월감’,‘독일인의 시대정신’,‘미국의 예외주의’,‘일본의 기묘함’.
이들 국가는 이러한 독특한 정체성으로 뭉치고 ‘우리는 남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과감히 도전했던 것이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류’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우리 국운이 상승하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쇠퇴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예외주의에 대해서 확신이 줄어들고, 이전에 누렸던 황금시대를 향수어린 눈으로 뒤돌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잡기와 뛰어넘기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의 발전 주기는 대체로 교역, 산업, 금융의 순서로 진행됐다. 십자군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암흑시대는 끝이 나고 동서교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는 번성을 누렸다. 이어 메디치가(家)가 중심이 된 피렌체는 금융 도시로, 제노바는 국제 무역, 밀라노는 비단 시장으로 차례로 번성했다.
항해술의 발달로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진출하는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앞장서자 이탈리아의 선도 도시국가들은 쇠퇴했다. 무역은 점차 금융으로 진화했고 브뤼헤와 안트베르펜이 중심이 됐다. 네덜란드는 상업의 중심이었고, 영국은 산업혁명의 중심이 됐다. 영국은 네덜란드에 도전했고, 독일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영국에 도전했다. 이러한 도전에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황에 대응한 ‘신기술의 창출’이 도전하는 국가의 따라잡기와 뛰어넘기의 원천이었다.
인간의 사망 원인으로서 질병이나 상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있듯이, 킨들버거는 국가의 생명력 쇠퇴의 외부 요인으로 크게 전쟁과 충격, 그리고 과잉 팽창을 들고 있다.
쇠퇴의 외부적·내부적 원인
인간의 사망 원인으로서 질병이나 상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있듯이, 킨들버거는 국가의 생명력 쇠퇴의 외부 요인으로 크게 전쟁과 충격, 그리고 과잉 팽창을 들고 있다.
‘전쟁’은 젊은 국가의 성장 속도를 극도로 높이고 늙은 국가의 쇠퇴를 재촉한다는 것이다. ‘충격’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나 포토시의 은광 발견, 캘리포니아의 금광 발견 등과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은 자체보다 그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도 지체할 수도 있다. 마지막 요인인 ‘과잉 팽창’은 루이 14세의 너무 많은 궁전, 너무 많은 전쟁, 그리고 최근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한 사실 등의 사례를 들면서 지적한다.
인간이 노화하는 내부적 원인으로 여러 증상이 있듯이 국가 생명력이 쇠퇴하는 내부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험 회피, 소비 증가, 저축 감소, 혁신 감소, 과세 저항, 부채 증가, 지대 선호, 투기 거품, 도박, 부패, 변화의 거부 등
위의 여러 증상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비효율성’이다. 안정적인 시기에는 혁신적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다원주의적 분권화가 선호되지만(이를테면 베네치아, 제노바, 홍콩, 싱가포르와 같이), 위기나 중대 변화의 시기에는 강력한 중앙집중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중앙이 크게 성장하면 다시 관료주의가 고착화돼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져 다시 분권화를 모색하게 된다.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책에서는 또 카드월의 법칙(Cardwell’s law)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그 어떤 나라라도 2~3세대 동안 계속해서 기술혁신의 최첨단에 있을 수는 없다는 역사적 규칙성”을 말한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의 이름 바꾸기
킨들버거의 <경제강대국 흥망사>는 국가보다도 조금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정당과 같은 조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된다. 특히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정당들이 모두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변신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당들도 스스로 그 조직이 독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느낄 때는 국민에게 지지를 받다가 자부심이 사라지고 부끄러워질 때는 이미 노쇠하기 시작해서 망해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미국의 민주당이 182년, 공화당이 158년간 같은 이름을 써온 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고 17년 7개월(과거 민주공화당)밖에 가지 못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당 이름이 바뀐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그것도 이념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실정(失政)의 결과 인기 없는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전략으로 내용물은 같으면서 겉포장만 바꾸고자 당 이름을 바꾼 것이다. 명분상으로 선배들이 잘 했던 노하우마저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이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그 조직은 살아남을 수도 있고 도태될 수도 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신기술’로 도전과 변신이 있는 조직은 흥하고 포기와 자만으로 안주하는 조직은 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이룩된 통신과 정보기술(IT)의 혁명은 우리에게 따라잡기와 뛰어넘기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진정 새로운 당으로 바뀌려면, 조직의 내부적·외부적 상태를 진단하고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새로운 가치의 깃발을 내걸고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T 혁명으로 이제 과거 정치가들이 쓰던 얄팍한 꼼수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눈과 귀는 훨씬 밝아졌고, 판단은 명석해졌다. 이제부터는 보다 더 본질과 원론에 충실해야 할 때가 됐다고 하겠다.
킨들버거는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때가 되면 혼란 속에서 한 나라가 나타나서 세계 선도강대국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이? 일본이? 독일이? EU가?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다크호스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비슷한 말로 패러디하면, 총선과 대선의 해인 금년에 새롭게 이름을 바꾼 우리나라의 기존 정당들 중에 누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집권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일러스트·추덕영
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 MIT대 교수가 쓴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은 1990년 룩셈부르크 유럽국제연구소가 주최한 장기 프로젝트인 ‘국가의 생명력(The Vitality of Nations)’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사람에게 생명주기가 있듯이 국가에도 생명주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즉 한 나라의 경제적 생명주기는 사람의 일생주기처럼 탄생, 성장, 쇠퇴, 사멸의 단계를 가질 것으로 가정하고, 어떤 요인이 성장을 자극하고 어떤 요인이 쇠퇴의 신호가 되는가를 탐색하려는 것이었다.
킨들버거 교수는 1500년부터 1990년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한 리더인 선도국가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그 흥망성쇠와 요인을 검토했다.
베네치아-피렌체-제노바-밀라노-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브뤼헤-안트베르펜-홀란드-프랑스-영국-독일-미국-일본
물론 이들 나라가 현재 망해서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 주도권이 대체로 이렇게 이전돼 갔다는 것이다.
스스로 ‘독특하다’고 믿는 신념이 성장 동력
킨들버거는 이 책의 대부분을 앞에서 열거한 여러 선도국가들의 성장과 쇠퇴의 구체적·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고 나서, 결론적으로 모든 민족과 국가들은 서로 다르지만 성장과 노화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제시했다.
최소한 ‘젊은 시절’에는 각 국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독특하다’고 여길 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증거를 찾았다. 예를 들면 선도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독특한 이름으로 자부심을 가졌다.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된 피렌체인’,‘고유한 종(種)인 에스파냐인’,‘유일한 포르투갈인’,‘네덜란드인의 새로운 정체성’,‘프랑스인의 우월감’,‘독일인의 시대정신’,‘미국의 예외주의’,‘일본의 기묘함’.
이들 국가는 이러한 독특한 정체성으로 뭉치고 ‘우리는 남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과감히 도전했던 것이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류’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우리 국운이 상승하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쇠퇴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예외주의에 대해서 확신이 줄어들고, 이전에 누렸던 황금시대를 향수어린 눈으로 뒤돌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잡기와 뛰어넘기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의 발전 주기는 대체로 교역, 산업, 금융의 순서로 진행됐다. 십자군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암흑시대는 끝이 나고 동서교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는 번성을 누렸다. 이어 메디치가(家)가 중심이 된 피렌체는 금융 도시로, 제노바는 국제 무역, 밀라노는 비단 시장으로 차례로 번성했다.
항해술의 발달로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진출하는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앞장서자 이탈리아의 선도 도시국가들은 쇠퇴했다. 무역은 점차 금융으로 진화했고 브뤼헤와 안트베르펜이 중심이 됐다. 네덜란드는 상업의 중심이었고, 영국은 산업혁명의 중심이 됐다. 영국은 네덜란드에 도전했고, 독일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영국에 도전했다. 이러한 도전에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황에 대응한 ‘신기술의 창출’이 도전하는 국가의 따라잡기와 뛰어넘기의 원천이었다.
인간의 사망 원인으로서 질병이나 상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있듯이, 킨들버거는 국가의 생명력 쇠퇴의 외부 요인으로 크게 전쟁과 충격, 그리고 과잉 팽창을 들고 있다.
쇠퇴의 외부적·내부적 원인
인간의 사망 원인으로서 질병이나 상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있듯이, 킨들버거는 국가의 생명력 쇠퇴의 외부 요인으로 크게 전쟁과 충격, 그리고 과잉 팽창을 들고 있다.
‘전쟁’은 젊은 국가의 성장 속도를 극도로 높이고 늙은 국가의 쇠퇴를 재촉한다는 것이다. ‘충격’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나 포토시의 은광 발견, 캘리포니아의 금광 발견 등과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은 자체보다 그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도 지체할 수도 있다. 마지막 요인인 ‘과잉 팽창’은 루이 14세의 너무 많은 궁전, 너무 많은 전쟁, 그리고 최근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한 사실 등의 사례를 들면서 지적한다.
인간이 노화하는 내부적 원인으로 여러 증상이 있듯이 국가 생명력이 쇠퇴하는 내부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험 회피, 소비 증가, 저축 감소, 혁신 감소, 과세 저항, 부채 증가, 지대 선호, 투기 거품, 도박, 부패, 변화의 거부 등
위의 여러 증상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비효율성’이다. 안정적인 시기에는 혁신적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다원주의적 분권화가 선호되지만(이를테면 베네치아, 제노바, 홍콩, 싱가포르와 같이), 위기나 중대 변화의 시기에는 강력한 중앙집중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중앙이 크게 성장하면 다시 관료주의가 고착화돼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져 다시 분권화를 모색하게 된다.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책에서는 또 카드월의 법칙(Cardwell’s law)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그 어떤 나라라도 2~3세대 동안 계속해서 기술혁신의 최첨단에 있을 수는 없다는 역사적 규칙성”을 말한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의 이름 바꾸기
킨들버거의 <경제강대국 흥망사>는 국가보다도 조금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정당과 같은 조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된다. 특히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정당들이 모두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변신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당들도 스스로 그 조직이 독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느낄 때는 국민에게 지지를 받다가 자부심이 사라지고 부끄러워질 때는 이미 노쇠하기 시작해서 망해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미국의 민주당이 182년, 공화당이 158년간 같은 이름을 써온 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고 17년 7개월(과거 민주공화당)밖에 가지 못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당 이름이 바뀐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그것도 이념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실정(失政)의 결과 인기 없는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전략으로 내용물은 같으면서 겉포장만 바꾸고자 당 이름을 바꾼 것이다. 명분상으로 선배들이 잘 했던 노하우마저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이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그 조직은 살아남을 수도 있고 도태될 수도 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신기술’로 도전과 변신이 있는 조직은 흥하고 포기와 자만으로 안주하는 조직은 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이룩된 통신과 정보기술(IT)의 혁명은 우리에게 따라잡기와 뛰어넘기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진정 새로운 당으로 바뀌려면, 조직의 내부적·외부적 상태를 진단하고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새로운 가치의 깃발을 내걸고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T 혁명으로 이제 과거 정치가들이 쓰던 얄팍한 꼼수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눈과 귀는 훨씬 밝아졌고, 판단은 명석해졌다. 이제부터는 보다 더 본질과 원론에 충실해야 할 때가 됐다고 하겠다.
킨들버거는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때가 되면 혼란 속에서 한 나라가 나타나서 세계 선도강대국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이? 일본이? 독일이? EU가?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다크호스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비슷한 말로 패러디하면, 총선과 대선의 해인 금년에 새롭게 이름을 바꾼 우리나라의 기존 정당들 중에 누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집권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일러스트·추덕영
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