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로, 혁신으로 골프용품 시장에 나이키의 힘을 보이겠다”

김동욱 나이키골프 코리아 사장

나이키가 골프용품 시장에 뛰어든 지 10여 년. 나이키골프 코리아는 일본과 미국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시장에 뛰어들어 젊은 골퍼를 중심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동욱 나이키골프 코리아 대표를 만나 2012년을 맞는 나이키골프 코리아의 다짐과 포부를 들었다.

지난해 나이키골프 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김동욱 대표는 다양한 분야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광고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동안 시티은행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외국계 은행을 나와 나이키스포츠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김 대표는 순전히 스포츠가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회사를 나올 때 직장 상사가 왜 나가느냐고 묻더군요. 나중에 운동시설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축구, 농구, 골프 등 운동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스포츠가 좋아 은행을 나와 나이키스포츠에 입사

스포츠 마니아였기에 나이키스포츠에서 일한다는 자체가 굉장한 즐거움이었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나이키스포츠에서 보낸 것도 즐거움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라는 업무도 적성에 맞았다. 마케팅의 세계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그만큼 치열한 세계다. 그는 마케팅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긴장감이 좋았다. 건강한 긴장감은 발전을 동반한다.

나이키스포츠에서 마케터로 활약하던 중 그에게 낚시 브랜드 ‘퓨어 피싱’의 최고경영자(CEO) 기회가 주어졌다. 퓨어 피싱은 낚시용품을 만드는 미국계 브랜드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등장한 플라이낚시대가 퓨어 피싱의 브랜드다.

6개월 정도 퓨어 피싱 대표를 하면서 그는 낚시와 골프의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됐다. 골프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클럽을 사용하듯이, 낚시도 고기에 따라 미끼와 릴의 길이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용품 가격이 비싼 것도 공통점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니아들이 쓰는 낚시대가 150만~200만 원을 호가한다. 마지막으로 남자들끼리 주말을 보내기 때문에 아내들이 싫어한다는 점까지 닮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일단 소비층이 다르다.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골프는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낚시용품은 소비자만 상대하면 되지만, 골프는 소비자와 함께 사회적으로 나쁜 이미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골프용품 시장 내에서도 나이키골프가 아직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그 핸디캡도 극복해야 한다. 젊은 골퍼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골프 시장의 메인은 중장년층이다. 나이키라는 브랜드 덕에 골프화와 골프 의류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클럽을 비롯한 이퀴프먼트는 점유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실제 나이키골프 코리아의 매출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게 의류 제품이고, 그 다음이 골프화다.



한국 골프장 수 세계 10위권, 골프용품 시장은 세계 3위

국내 전체 골프클럽 시장에서 나이키골프 코리아 이퀴프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로, 전체 10위권에 해당한다. 회사 매출에서 골프클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그리 크지 않다.

한국 골프용품 시장은 전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미국은 미국 브랜드가, 일본은 일본 브랜드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들어와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골퍼들이 보통의 경우 평생 1개의 드라이버를 쓰는 반면, 한국 골퍼들은 10개 정도의 드라이버를 쓴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한국 골프용품 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대표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다. 나이키골프 코리아는 도전과 혁신으로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골프용품 시장이 이렇게 성장한 데는 골퍼들의 특징도 한몫을 했다고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골퍼들은 진지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스코어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게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약 350개가 있는데, 캐나다는 1200여 개에 달해요. 그런데 골프용품 시장은 한국이 캐나다보다 1.5배가 더 큽니다. 골프장 수는 세계 10위권 밖인데, 골프용품 시장은 세계 3위권이거든요. 골프용품 업체로서는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인 거죠.”



혁신을 무기로 골프용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다

나이키골프는 그 자체로 역사가 10여 년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지금 상황은 한 번은 뛰어넘어야 한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나이키골프만의 무기가 바로 도전과 혁신이다. 나이키골프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깬 사각 드라이버가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나이키골프는 유달리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10야드를 더 보내고, 1m 더 가까이 붙이는 방법’은 혁신밖에 없다는 게 나이키골프의 철학이다.

“다행스러운 건 나이키골프 클럽을 쓰는 골퍼의 80%가 성장하고 있는 젊은 골퍼들이라는 점입니다. 어려서 나이키 신발을 신고 축구를 하고 농구를 했던 친구들이 성장해서 나이키골프 제품으로 골프를 즐기는 거죠. 한 해 한 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품도 그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고요.”

올 초 한국에 선보인 골프공에도 혁신이라는 나이키골프의 정신이 담겨 있다. 듀폰과 함께 개발한 골프공은 관성 모멘트를 향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혁신의 중심은 코어에 있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해 만든 신소재 레진(RZN)을 사용한 코어는 고무 코어에 비해 가벼워 볼 스피드를 높여주고, 코어를 싼 커버의 무게를 높이는 방식으로 아이언 샷에서는 많은 양의 스핀을 제공한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된 후 많은 골퍼들이 비거리와 스핀에서 모두 만족했다. 타구감도 좋아 골퍼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골프 클럽을 쓰는 골퍼의 80%가 성장하고 있는 젊은 골퍼들입니다. 나이키 신발을 신고 축구를 하고 농구를 했던 친구들이 성장해서 나이키골프 제품으로 골프를 즐기는 거죠.”

나이키골프 코리아로서 또 하나 반가운 사실은 예전과 달리 골퍼들이 용품을 고를 때 무척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멀리, 조금 더 가깝게’라는 용품 자체에 대한 니즈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유명세를 타거나 전문가들이 인정했다고 무조건 그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고를 줄 안다. 롱아이언을 치던 사람이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다양해졌다.

“시장점유율에도 관심이 있지만 사회 참여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전체 나이키 브랜드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유소년과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에 관심을 갖는 게 그것이죠. 어린 시절에 건강뿐 아니라 리더십과 팀워크를 키우는 데 스포츠만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입시에 치여 스포츠를 즐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김동욱 나이키골프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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