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tory] 당신이 알지 못했던 ‘최고의 칠레 와인’ 쿠지노 마쿨
입력 2012-03-19 13:28:03
수정 2012-03-19 13:28:03
프랑스 와인과도 다르고 미국 와인과도 다른,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와인이 가득한 나라 칠레.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쿠지노 마쿨(Cousino Macul)은 칠레 최고의 와인으로 콘 차이토로, 에라주리즈 등과 함께 칠레 와인의 명성을 이끌고 있다.
칠레는 동쪽으로는 해발 7000m의 장엄한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광활한 태평양, 남쪽으로는 혹한의 남극지대, 북쪽으론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병충해로부터 자연적인 보호막이 형성돼 있다. 그야말로 포도가 익어가는 데 있어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그런 자연조건 덕분에 칠레 와인은 신대륙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초반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카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 샤르도네 등 유럽 정통 품종의 고유한 특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양한 국가의 와인들 중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칠레 와인. 칠레 와인의 시작은 15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와인은 스페인 선교사들을 위한 성찬용 와인으로 양조돼 그 수준이 원시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독립한 칠레의 부유층이 유럽 여행에서 프랑스 포도 묘목과 양조가들을 함께 들여와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이 시기를 칠레 산업의 황금기라 부르는데, 당시에 설립된 콘 차이토로, 에라주리즈, 카르멘 등의 와이너리는 ‘칠레 와인의 선구자’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묻혀있던 보석, 쿠지노 마쿨
쿠지노 마쿨의 역사도 이들과 함께한다. 같은 시기에 등장한 명문 와이너리인 쿠지노 마쿨은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칠레의 국보급 와이너리로 꼽힌다. 하지만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잉카어로 ‘오른팔’을 의미하는 ‘쿠지노 마쿨’은 콘 차이토로, 산 페드로, 몬테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칠레 실력파 와이너리로 이들보다 앞선 1856년 설립됐다. 쿠지노 마쿨은 칠레 비오비오주 로타(Lota)를 칠레 주요 탄광업 지역으로 발전시킨 ‘마티아스 쿠지노’가 1856년 산티아고 남동쪽에 1000헥타르의 땅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아들 ‘루이스 쿠지노’는 1860년 유럽에서 필록세라가 발병하기 전 프랑스의 포도나무를 칠레로 가져와 심었으며, 프랑스의 유명 와인메이커를 고용해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쿠지노 패밀리는 탄광업뿐 아니라 철도 산업 등 칠레의 다양한 기반산업을 구축해 칠레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 현재 로타 지역 도로 이름에 ‘쿠지노’가 있을 정도다.
다수의 와이너리들이 해외 자본을 끌어와 상당히 상업성을 띠게 된 것과 달리 쿠지노 마쿨은 150년을 가족 중심으로만 경영해오고 있으며 고집스럽게 품질 연구에 매달려 ‘한정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쿠지노 마쿨의 수석 와인메이커는 칠레 대표 아이콘 와인 알마비바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14년 동안 샤토 무통 로트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의 와인메이커로 활약했던 파스칼 마티(Pascal Marty)로, 품질 업그레이드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와인 스펙테이터는 쿠지노 마쿨을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린 최초의 칠레 와이너리’라고 소개했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휴 존슨은 쿠지노 마쿨을 ‘칠레 와인업계 대표주자이며 칠레에 와인 산업을 처음 정착시킨 선구자’로 거론했다. 로버트 파커는 쿠지노 마쿨의 리저브급 와인에 단 한번도 90점 이하의 점수를 준 적이 없다.
천혜의 테루아를 지닌 두 곳의 빈야드
쿠지노 마쿨의 빈야드는 마쿨 에스테이트와 뷰인 에스테이트 등으로 모두 마이포 밸리에 있다. 산티아고의 남동쪽에 위치한 마쿨 에스테이트는 쿠지노 마쿨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1870년 프랑스에서 묘목을 들여올 때 프랑스 유명 건축가들을 함께 데려와 벽돌과 석회석으로 지은 건물들이 위치해 있다. 특히 지하 7m 깊이의 셀러는 당시 기술을 뛰어넘은 건축술을 선보여 19세기 칠레의 역사적인 건축로 거론돼 매년 2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셀러와 와이너리를 감상하기 위해 마쿨 에스테이트를 방문한다. 또한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80년 이상으로 쿠지노 마쿨의 아이콘 와인 ‘로타’를 양조하는 데 들어가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대부분 이곳에서 재배한다.
뷰인 에스테이트는 1994년 지어진 최첨단 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다. 새 빈야드를 구축하기 위한 3년간의 프로젝트 결과물로 토양의 성질, 기후, 안데스에서 받는 영향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와이너리다.
균형감 있는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테루아를 갖춘 마이포 지역 내에서도 손꼽히는 알토-마이포(Alto-Maipo) 지역에 위치해 있다.
쿠지노 마쿨을 대표하는 와인은 ‘로타’다. 파커의 와인 매거진인 와인 어드버킷에서 칠레를 대표하는 아이콘 와인 톱 7에 꼽힌 바 있는 떠오르는 칠레 아이콘 와인이다. 로타라는 이름은 쿠지노 가문이 19세기 칠레 기반사업을 확장할 당시 가문의 주요 사업이었던 광산업의 핵심 지역명에서 따왔다. 2003년 와이너리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당시 알마비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던 파스칼 마르티를 영입해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 제조 프로젝트팀을 발족했고, 결과물이 기대 이상으로 우수해 쿠지노 마쿨의 아이콘 와인이 됐다.
2004년이 첫 빈티지며, 올해 출시된 2007 빈티지는 파커로부터 94점을 획득했다. 카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가 각각 85%, 15%로 블렌딩됐으며, 카베르네 소비뇽은 마쿨 빈야드의 올드 바인(Old Vine)에서 깊은 풍미를 끌어냈다. 빈티지당 1만5000병만 한정 생산한다.
로타가 칠레의 아이콘 와인이라면, 시그니처 와인은 안티구아스(Antiguas) 시리즈다. 안티구아스는 1920년부터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쿠지노 마쿨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며 꾸준한 품질 유지로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안티구아스야말로 진정한 칠레 와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안티구아스는 쿠지노 마쿨의 2대 생산자인 루이스 쿠지노가 자신의 와이너리에 방문하는 귀빈을 대접하기 위해 소량으로 생산한 와인이 점차 인기를 끌게 돼 대중적인 생산으로 이어졌다. 안티구아스 레인지는 파커로부터 대부분의 와인들이 90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안티구아스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4년 연속 파커 포인트 90+를 기록하며 쿠지노 마쿨의 명성을 대표하고 있다. 현재 델타항공 퍼스트클래스에서 제공되고 있다.
로타와 안티구아스 외에 생산 당시 ‘최초의 칠레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피니스 테라에(Finis Terrae)와 쿠지노 마쿨의 리저브급 와인으로 쿠지노 마쿨의 창립자인 ‘마티아스 쿠지노’의 이름을 딴 ‘돈 마티아스(Don Matias)’와인을 2월부터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제공 (주)길진 인터내셔널(www.kilj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