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met Report] 실망 없는 ‘정통’이탈리안 퀴진, Bravo!

casAntonio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저녁, 가장 만만하게(?) 예약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한국인의 입맛과 묘하게 잘 맞아 떨어진다는 이탈리안 퀴진. 그런데 각도를 살짝 틀어보면 이탈리안이야말로 가장 ‘한국화’된 퓨전 음식 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에 의한, 이탈리아를 위한 정통 이탈리안 퀴진을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찾았다.

이태원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까사 안토니오(cas Antonio)’는 우리말로 하자면 ‘안토니오네 집’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상호에 등장하는 안토니오 파텔라(Antonio Patella)는 레스토랑의 사장 이전에 피아니스트다. 까사 안토니오를 찾은 날, 운이 좋게도 솜씨 좋은 손님의 즉흥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주인장도, 손님도 피아노를 치고, 또 박수를 받는 독특한 공간이랄까.
피렌체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첫 번째는 스테이크의 사이즈에 놀라고, 두 번째는 맛에 놀란다는 인기 메뉴다.

한국인 입맛에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 비결

사실 까사 안토니오 얘기를 들려준 사람은 와인 전문가였다. 와인이란 것이 음식과의 마리아주가 중요한 만큼 제보자(?)에게는 제대로 하는 레스토랑을 찾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을 터다. 소문 무성한 맛집을 찾아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감탄사를 그리 자주 내뱉지 못했던 기자로서는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장과 마주 앉아 까사 안토니오의 ‘맛’에 대한 해부가 시작됐다. 결과는 의외로 심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정통’이라는 것. 한국인 손님들이 어떠한 불만을 표시해 와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굳건한 철학이 또 하나의 콘셉트랄까. 서울에 사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최고로 인정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입소문이 났던 것이 가장 주효했던 성공 비결이라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안 사장님의 맛과 식자재에 대한 까다로운 관리가 한몫을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마다 생물을 직접 구입해 오는 파텔라 씨는 하남 수산시장의 8년 차 단골손님. 첫 번째는 크기(생선을 토막 내지 않는다)에 놀라고, 두 번째는 맛에 반한다는 까사 안토니오의 농어 그릴구이는 파텔라 씨의 발품이 탄생시킨 걸작이라는 설명이다. 신선한 조개만 엄선해 조리하는 봉골레 파스타 역시 이 집의 손꼽는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실내에서는 누구나가 라이브로 피아노 솜씨를 뽐낼 수 있다. 주인장인 파텔라 씨 역시 기분이 내키면(?) 연주 솜씨를 살짝 선보인다.

카르조네 피자·피오렌티나 스테이크가 ‘백미’

이번엔 ‘정통’의 이탈리안 퀴진을 맛볼 차례. 이곳은 파텔라 씨의 고향인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Puglia) 지역의 요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바다와 가까운 지역 특성상 해산물과 토마토, 올리브 등을 아끼지 않고 쓰는 지중해식 건강식이 콘셉트다. 레스토랑을 오픈했던 초반에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가 이탈리안과 유러피언 손님들을 감동시켰던 효자 메뉴였다.

하지만 정통 레시피를 너무도 고수했던 탓에 흥건한 크림소스 대신 치즈만으로 간을 맞추고 달걀로 점도를 조절한 파스타 접시를 받아든 한국인 고객들은 “소스가 너무 적다”는 불평을 하기 일쑤였다고. 주방 식구들에게 ‘카르보나라 노이로제’를 안겨줬던 정통 스타일 카르보나라는 “일단 맛을 보세요”라는 직원들의 꾸준한 설득으로 지금은 전국에서 맛을 보러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제면으로 만드는 치카텔리 파스타. 그날 반죽해 그날 만들어 쫄깃쫄깃한 면이 일품인 고르곤졸라 크림소스 파스타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손님들이 찾는 또 하나의 인기 메뉴는 카르조네 피자다. 참나무 화덕에서 구워내다 보니 도(dough) 곳곳이 타기도 하지만 이탈리안 살라미와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 모르타벨라 햄, 브랜드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이탈리아산 토마토소스 등이 어우러진 특유의 담백한 맛은 시간이 갈수록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중. 이 집에서 카르보나라와 카르조네를 함께 주문하는 손님은 십중팔구 레스토랑을 처음 찾은 손님이란다.
밸런타인데이부터 개시했다는 새로운 디저트 메뉴로 배로 만든 달콤한 칵테일 레르 마리안테 알 비노. 마티니 잔에 담겨 나오는 배는 레드 와인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봄바람 부는 3월에 까사 안토니오를 찾는다면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일명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를 주문해 보라. 피렌체 지방의 유명한 티본스테이크의 사이즈에 압도당할 듯. 최상급의 고기, 올리브오일, 소금을 이용해 참숯불에 구워내는 스테이크는 은은한 숯 향을 풍긴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으니 제발 “스테이크 소스 달라”는 말은 참아주시길. ‘소금에 살짝’이 포인트다. 이탈리안 퀴진을 ‘기교의 요리’라 생각했다면 선입견을 버려야 할 때다. 신선한 식자재에 의존해 불 하나만 잘 쓰면 탄생되는 정직한 요리, 그것이 바로 이탈리아 요리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4-6번지 2층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 30분~11시. 주말 종일 영업
가격 전채 1만6000~3만5000원, 샐러드 1만2000~2만 원, 리조토 1만8000~2만 원, 파스타 1만8000원~, 고기 요리 2만5000원~(티본스테이크 2~4인분 8만~12만 원), 생선 요리 2만4000~4만 원 (농어 그릴구이 3만5000~4만5000원), 피자 2만2000원~
기타 와인 400여 종. 발레파킹(2000원), 케이터링 서비스 가능

문의 02-794-8803, www.casantonio.co.kr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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