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자산관리] “현금이 곧 기회, 부자들은 기다릴 줄 안다”
입력 2012-03-19 16:08:38
수정 2012-03-19 16:08:38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명동스타PB센터 우기호 부센터장
지난해 말 을지로 센터원 서관 32층에 문을 연 명동스타 PB센터는 국민은행의 간판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다. 센터 오픈과 함께 이곳에 온 우기호 부센터장은 국민은행 1호 프라이빗 뱅커(PB)로 많은 고액자산가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우 부센터장을 통해 최근 부자들의 투자 패턴을 알아본다.최근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 환경이 좋지 못합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고액자산가들만의 특별한 대처법이 있나요.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유로존의 경제위기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며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듯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은 이런 때는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특정금전신탁(MMT) 등 3~6개월 내 단기 상품을 선호합니다. 동시에 세제 혜택이 있는 장기 상품에 일정 금액을 묻어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주식형 투자 상품보다는 해외 채권형 펀드나 하이일드 펀드 등의 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주식형 투자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개별 종목보다는 지수 중심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관심이 높습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투자 방식에 변화가 있나요.
“많은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만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수익성이 검증된 상가나 오피스텔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봅니다. 건물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급하게 대체 물건을 찾기보다는 현금성 금융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불경기에 오히려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금융 포트폴리오의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안정형 상품의 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1세대 부자들과 최근 부자들의 부의 축적 과정에 차이점이 있습니까.
“연세 드신 분들은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에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자연스레 부를 축적한 분들이 80% 이상입니다. 샐러리맨에서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고요.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의 경우는 상속을 통해 부를 승계한 2세대, 3세대 부자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벤처기업 등으로 자수성가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고액자산가들이 늘 것으로 봅니다. 이런 분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이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부는 축적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던가요.
“맞습니다. 부는 지키는 게 더 어렵습니다. 고액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소 10억 원 이상 자산을 운용하려면 절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 장기 및 단기 상품의 기간 배분, 리스크를 감안한 분산투자 등이 중요하죠. 또 하나, 현금은 곧 기회이므로 요즘 같은 때는 충분히 현금을 확보하고 기회를 기다립니다.”
선호하는 투자 기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고객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를 가장 선호합니다. 자산 운용에 대한 성과 측정이 쉽고, 수익 실현의 욕구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상당한 금액을 10년 이상 장기 상품에 예치하기도 합니다.”
투자 시에 추가 투자도 염두에 둘 듯한데, 대기자금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자산의 30~40% 정도를 운영 대기자금으로 준비합니다. 최근에 추가 투자로 재미를 본 고객이 있는데,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환매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런데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시장이 약 80% 급락했는데, 이때 추가로 투자해 올 1월까지 20%의 수익을 낸 분이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 그런 일시적인 조정은 금방 회복된다는 것을 아셨던 거죠.”
그런 걸 볼 때마다 부자들이 남다르다고 느끼시겠습니다.
“그렇죠. 경제나 금융 지식이 많다고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결단력도 있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촉도 있어야 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은 노후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을 듯한데요.
“주로 연금보험을 활용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10억 이상 고액의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10년 정도를 보고 매월 500만 원 정도를 적립식 펀드에 넣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많은 고액자산가들이 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갖고 있어서 특별히 노후 준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 듯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의 특징 몇 가지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다섯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결단력입니다. 평소에는 보수적이다가도 주가가 많이 내려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시장에 들어갑니다. 다만 이때도 직접투자보다는 지수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대부분의 부자들은 생각과 달리 검소합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가치 없는 지출은 하지 않습니다. 물질적 만족보다는 정신적 자부심이 대단한데,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런 경향이 짙습니다. 셋째, 호기심이 많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은 습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산책을 하더라도 어떤 점포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아주 유심히 봅니다. 넷째, 균형 감각입니다. 고객들은 사전에 많은 정보를 갖고 저를 찾아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정보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PB에게 검증을 받습니다.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는 부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부입니다.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은 적지 않은 돈을 대학이나 사회에 기부합니다. 수억 원을 쾌척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