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 유럽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제2의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유럽 경제 회복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가 커지면서 중국 국부펀드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높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중 일부를 별도의 목적으로 따로 떼어 놓은 자금으로 보통 국가기관이 그 자금 운용을 담당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모펀드에 비해 투자 규모도 크지 않고 투자 대상도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 외환보유고 세계 1, 2위 국가들이 돈다발을 들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와 중국 등 신흥국의 무역 흑자로 벌어들인 돈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데다, 국가 이익을 위한 국가자본주의에 기초해 공격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부펀드는 자금의 원천에 따라 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와 비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로 구분된다. 전자의 대표적 예는 원유부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펀드가 있고, 후자의 예로는 IMF 시절 우리나라에 건너와 금융기관과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던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펀드와 최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국부펀드가 있다. 한국도 2005년 2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이름하여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한 바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부펀드 설립은 2000년대 중반까지 20%대 가깝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싱가포르 테마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세계 10위권 내 중국 국부펀드 3개
중국의 국부펀드는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 외환보유고의 영향으로 설립됐다. 대표적인 국부펀드는 중국투자공사(CIC)로 지난 2007년 9월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등 국가 자산을 효율적으로 투자, 운용하기 위해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했다. CIC의 설립은 외환보유고의 효율적 운용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함이 기본 목적이지만, 아울러 경제 지속 성장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한 설립 배경이 됐다.
CIC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안으로 떠오른 국유 상업은행 개혁을 위해 중앙회금공사를 사들이고 농업은행 주식을 사들여 농업은행 상장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총 금액의 60%를 중국 내 투자에 나머지 40%, 약 800억~900억 달러를 해외 투자에 사용한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이 중 해외 투자 부문이다. 이전에는 미국 국채에 대부분 투자했으나 금리가 낮고 달러 약세 위험도 커져서 투자 다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유, 가스, 부동산 등 세계 실물자원 투자 외에 글로벌 기업지분 인수, 무역 관련도가 높은 국가의 채권·주식 매입 등으로 투자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국부펀드는 3개로 모두 세계 10위권에 포함된다. 전 세계 국부펀드 규모는 4조7719억 달러(40개국·58개 기금)인데, 중국 3대 국부펀드는 그중 1조1120억 달러로 23.3%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격인 CIC는 설립 초기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에 각각 30억 달러, 5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약 40억 달러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수익률도 회복돼 2009~2010년간 11.7%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 내역을 보면 미 국채 및 금융기관 투자가 많아 해외부문 투자의 20%, 유동성 높은 유로화 자산 투자 역시 약 20%에 달하고 있다. 최근 유럽존이 재정위기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지만, 유로리보금리(3개월물)는 1.35% 내외, 달러리보금리(3개월물)는 0.54%로 스프레드 폭이 0.8%포인트로 넓어져서 그만큼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통한 유로화 투자 유인이 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보와 선진 기법 도입, M&A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국부펀드의 금융업 투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 영향력을 높이는 CIC
CIC 설립 4년째인 금년 들어서는 대대적인 신규 자본 투입과 함께 제2의 투자 청사진을 짜고 있어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산 등 에너지, 금융 등의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공사기금을 거의 소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도 유동성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유럽의 대규모 유동성이 또다시 중국에 밀어닥칠 경우 중국 정부로서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해외 자산을 전략적으로 사들이면서 동시에 중국으로의 해외 자금 유입에 따른 위안화 절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무역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 위안화 절상에 베팅하는 핫머니 유입 등으로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2조8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CIC는 조직 확대와 함께 글로벌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0년 11월 홍콩에 지분 100%의 자회사를, 작년 1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최초의 해외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거대한 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스탠더드에 걸맞은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 투자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는 중국 내외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으로 2008년 9월 IMF가 마련한 국부펀드 운용 지침인 산티아고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올해 CIC의 본격적인 투자 대상은 어떤 분야일까.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의 투자 패턴을 고려할 때 올해도 해외 광산 등 자원 투자와 금융부문 투자 증가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CIC는 작년 11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고 그중 4건이 캐나다 기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 예로 작년 1월 5000만 달러에 캐나다 광산그룹 사우스고비 에너지회사의 지분 1.89%를 인수한 후, 다시 3월 2억5000만 달러로 11.74%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바 있다.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투자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CIC는 골드만삭스, 캐나다 연금펀드 등과 함께 ING그룹 부동산 신탁 펀드의 지분 93%를 매입했고, 12월에는 18억 달러를 들여 브라질 투자은행(IB) 방코맥추얼의 지분 18.65%를 인수했다. 또 빠른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하이테크기업 인수에도 더욱 적극적일 전망이다. 작년 상반기에만 닛산, 미쓰비시, 캐논 등 일본의 블루칩 주식 4조7000억 원을 사들여 대주주 8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보와 선진 기법 도입, M&A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국부펀드의 금융업 투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원화 채권부터 투자가 시작돼 2009년 3조3000억, 작년에는 주식도 늘어나 총 14조2660억으로 2009년 대비 4.3배나 증가했다. 그중 국채 중심의 원화 채권이 약 10조2000억, 주식이 4조6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채권 시장에서는 첫 번째 투자국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특히 주식투자는 기업경영권과 직결된 민감한 사항인데, 일각에서는 중국 국부펀드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표 기업의 주식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의 하나로 우리나라 국부펀드도 규모 확대, 투명한 투자 원칙의 수립, 국가적 경제주권 방어를 위한 전략 수립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중 일부를 별도의 목적으로 따로 떼어 놓은 자금으로 보통 국가기관이 그 자금 운용을 담당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모펀드에 비해 투자 규모도 크지 않고 투자 대상도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 외환보유고 세계 1, 2위 국가들이 돈다발을 들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와 중국 등 신흥국의 무역 흑자로 벌어들인 돈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데다, 국가 이익을 위한 국가자본주의에 기초해 공격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부펀드는 자금의 원천에 따라 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와 비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로 구분된다. 전자의 대표적 예는 원유부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펀드가 있고, 후자의 예로는 IMF 시절 우리나라에 건너와 금융기관과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던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펀드와 최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국부펀드가 있다. 한국도 2005년 2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이름하여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한 바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부펀드 설립은 2000년대 중반까지 20%대 가깝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싱가포르 테마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세계 10위권 내 중국 국부펀드 3개
중국의 국부펀드는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 외환보유고의 영향으로 설립됐다. 대표적인 국부펀드는 중국투자공사(CIC)로 지난 2007년 9월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등 국가 자산을 효율적으로 투자, 운용하기 위해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했다. CIC의 설립은 외환보유고의 효율적 운용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함이 기본 목적이지만, 아울러 경제 지속 성장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한 설립 배경이 됐다.
CIC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안으로 떠오른 국유 상업은행 개혁을 위해 중앙회금공사를 사들이고 농업은행 주식을 사들여 농업은행 상장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총 금액의 60%를 중국 내 투자에 나머지 40%, 약 800억~900억 달러를 해외 투자에 사용한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이 중 해외 투자 부문이다. 이전에는 미국 국채에 대부분 투자했으나 금리가 낮고 달러 약세 위험도 커져서 투자 다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유, 가스, 부동산 등 세계 실물자원 투자 외에 글로벌 기업지분 인수, 무역 관련도가 높은 국가의 채권·주식 매입 등으로 투자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국부펀드는 3개로 모두 세계 10위권에 포함된다. 전 세계 국부펀드 규모는 4조7719억 달러(40개국·58개 기금)인데, 중국 3대 국부펀드는 그중 1조1120억 달러로 23.3%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격인 CIC는 설립 초기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에 각각 30억 달러, 5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약 40억 달러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수익률도 회복돼 2009~2010년간 11.7%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 내역을 보면 미 국채 및 금융기관 투자가 많아 해외부문 투자의 20%, 유동성 높은 유로화 자산 투자 역시 약 20%에 달하고 있다. 최근 유럽존이 재정위기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지만, 유로리보금리(3개월물)는 1.35% 내외, 달러리보금리(3개월물)는 0.54%로 스프레드 폭이 0.8%포인트로 넓어져서 그만큼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통한 유로화 투자 유인이 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보와 선진 기법 도입, M&A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국부펀드의 금융업 투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 영향력을 높이는 CIC
CIC 설립 4년째인 금년 들어서는 대대적인 신규 자본 투입과 함께 제2의 투자 청사진을 짜고 있어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산 등 에너지, 금융 등의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공사기금을 거의 소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도 유동성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유럽의 대규모 유동성이 또다시 중국에 밀어닥칠 경우 중국 정부로서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해외 자산을 전략적으로 사들이면서 동시에 중국으로의 해외 자금 유입에 따른 위안화 절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무역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 위안화 절상에 베팅하는 핫머니 유입 등으로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2조8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CIC는 조직 확대와 함께 글로벌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0년 11월 홍콩에 지분 100%의 자회사를, 작년 1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최초의 해외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거대한 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스탠더드에 걸맞은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 투자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는 중국 내외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으로 2008년 9월 IMF가 마련한 국부펀드 운용 지침인 산티아고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올해 CIC의 본격적인 투자 대상은 어떤 분야일까.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의 투자 패턴을 고려할 때 올해도 해외 광산 등 자원 투자와 금융부문 투자 증가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CIC는 작년 11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고 그중 4건이 캐나다 기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 예로 작년 1월 5000만 달러에 캐나다 광산그룹 사우스고비 에너지회사의 지분 1.89%를 인수한 후, 다시 3월 2억5000만 달러로 11.74%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바 있다.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투자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CIC는 골드만삭스, 캐나다 연금펀드 등과 함께 ING그룹 부동산 신탁 펀드의 지분 93%를 매입했고, 12월에는 18억 달러를 들여 브라질 투자은행(IB) 방코맥추얼의 지분 18.65%를 인수했다. 또 빠른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하이테크기업 인수에도 더욱 적극적일 전망이다. 작년 상반기에만 닛산, 미쓰비시, 캐논 등 일본의 블루칩 주식 4조7000억 원을 사들여 대주주 8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보와 선진 기법 도입, M&A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국부펀드의 금융업 투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원화 채권부터 투자가 시작돼 2009년 3조3000억, 작년에는 주식도 늘어나 총 14조2660억으로 2009년 대비 4.3배나 증가했다. 그중 국채 중심의 원화 채권이 약 10조2000억, 주식이 4조6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채권 시장에서는 첫 번째 투자국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특히 주식투자는 기업경영권과 직결된 민감한 사항인데, 일각에서는 중국 국부펀드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표 기업의 주식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의 하나로 우리나라 국부펀드도 규모 확대, 투명한 투자 원칙의 수립, 국가적 경제주권 방어를 위한 전략 수립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