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압 절차에 있는 500만~600만 채 집들의 향방은?

대형 부동산 투자사 에퀴티 그룹(Equity Group)의 샘 젤(Sam Zell) 회장은 증권 전문 방송사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막고 있는 정부 정책만 아니었어도 이미 부동산 시장은 회복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분간 부동산에 큰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며 상업용 부동산도 안정을 찾으려면 앞으로 2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년 들어 부쩍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니 아직 아니니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는데, 과연 미국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어떤 이유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보는 지표는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알아볼 시기가 온 것 같다.

미국 주택가격지수(S&P/Case-Shiller)에 따르면 미국 20개 도시 지역 주택 가격은 2006년 이후 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대략 1100만 정도의 주택 소유자가 집의 가치보다 많은 액수의 대출을 부담으로 안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자면 2011년 주택 차압 수치는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며, 얼핏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1년은 불법 차압으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어 주택 차압이 정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년에는 정부와 금융기관들과의 합의에 따라 주택 차압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다. 이러한 차압 증가는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일 수는 있으나 2011년 12월 기준으로 매각하려고 내놓은 집의 수치도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팔려고 내놓은 집의 수치가 감소하는 이유는 거래가 활발할 때 나타나는 게 상식이지만, 거래는 불과 1.4%만 증가해 수요 증가가 감소의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데이터 제공업체 리얼티트랙(Realty-Tra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주택 거래의 22%가 차압 매물이거나 대출 액수보다 낮게 파는 쇼트 세일(short sale) 등과 같은 문제가 있는 매물의 거래였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의 30%에 비해 역시 감소한 수치였으며, 평균 매매가는 정상적인 매물의 거래가에 비해 34%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 중 최근 또 하나의 트렌드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사모펀드의 부동산 시장 진입이다. 정부에서 매각 계획 중인 약 20만 채의 차압 매물을 구입하기 위해 다수의 사모펀드가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차압 매물을 구입해 임대 주택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 어딘지를 예측하기보단 적정가를 살펴보고 이에 따라 시기를 측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적정가를 평가하는 방법 중 제일 간단한 방법은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비용과 같은 규모의 집을 임대하는 비용을 비교해서, 사는 비용이 임대비용보다 쌀 경우 적정가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사는 게 더 싼데 왜 임대를 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임대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이유로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일 테다.

현재 미국에는 500만에서 600만 채의 주택이 차압 절차에 있거나 90일 이상 대출 상환이 연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물량이 차압돼 은행 소유가 되더라도 대부분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고 소위 잠재적 재고(shadow inven-tory)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공식적인 매물로 올라온 가시적 재고(visible inventory)의 수치가 감소하더라도 아직까지 가격의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 해도 공급과 수요 면에서 바닥, 즉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던 불균형은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갔다고 보인다.



김세주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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