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가까워지는 건강 철학 - 1
전망이 좋은 펜트하우스는 현대 사회에서 부의 상징이 됐다. 대기 오염과 황사가 심한 ‘아래 세상’을 떠나 맑은 공기를 쐴 수 있는 ‘위 세상’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더 이상 땅을 밟지 않고 사는 사람들,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기(地氣), 땅의 기운은 한의학적으로 음의 기운이 가득하다고 본다. 현대인들은 여러 음식 문화나 생활 습관상, 기가 들뜨기가 쉽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터, 자극적인 음식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체열 등으로 기가 들뜨게 되는데, 이럴 때 체내에서 음기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기를 잡아주고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음기를 키울 새가 없다.
높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아파트 시세와 달리,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은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거주자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2배나 많다고 밝혀졌다. 특히 감기·비염·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 같은 면역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 도카이(東海)대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 사산 등 ‘이상 분만’이 저층 임산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층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율이 8.9%인 데 반해 10층 이상에서는 19.4%로 무려 2배 이상 높았다.
높은 곳에 사는 것은 다만 이런 기본적인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주거지 가운데 최상위 3개 층은 저층부보다 햇빛을 많이 받아 건물 자체의 화학작용으로 인한 오염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나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유기화학물질인 톨루엔 같은 경우 장기간 과다 노출될 경우 생식 기능 저하는 물론 수정 능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다시 흙을 그리워하는 현대인
무분별한 아파트 건축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흙냄새를 잊어가고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던 때를 망각해간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역으로 흙길을 찾아가는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각종 ‘길’은 그런 열풍으로 인해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땅과 친해지는 것이 좋을까.
걷기 여행을 날 잡아 2~3일 한다고 해서 소진된 음기를 모두 충전하기란 어렵다. 또한 평소에 잘 걷지 않다가 갑자기 몰아쳐서 종일 걷는 식의 걷기 여행은 오히려 몸의 근육에 무리를 주어 발목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평소에 몸을 자연에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
일단 흙길과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먼저 집에서 가까운 흙길을 찾아보자. 도시에 산다면 흙길 자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최근 생태 공원 조성 등을 통해 서울에도 서울 숲과 같은 장소가 생겼다. 도시의 강이나 하천 주위에 조성해 놓은 운동 코스도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평소에 흙과 마주할 기회가 없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동호회 회원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교외의 산이나 공원을 찾는 것이 좋다. 굳이 걷지 않더라도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땅과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체는 절로 긴장이 풀리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부러 걸으면서까지 땅과 가까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현대인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불행해지고 있는 것 같다. 맑은 바람, 따스하게 품어주는 대지의 기운, 새카만 하늘에 수없이 수놓아진 별들까지 모두 잃어버린 채, 없어진 후에야 억지로 찾지 위해 또다시 노력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건강을 위해서는 땅과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비슷한 형태로 살아가도록 하루하루 조금씩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