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금융 낙폭 과대, 투자 매력 높아졌어요”

이남호 V&S 투자자문 대표


이남호 V&S 투자자문 대표는 내년에 한국 증시가 불마켓으로 진입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은 재정 쪽은 안 좋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추가적인 색다른 부양책이 가능하다.”

“ 완만한 상승이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불마켓(bull market·강세장)이 올 수도.” 가치투자 전문가 이남호 V&S 투자자문 대표는 “지금 여러 경제지표들을 볼 때 밸류 사이클(value cycle)이 오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정통 IB 뱅커 출신이다. 2006년 V&S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인 V&S에서 ‘V’는 value(가치)를, ‘S’는 special situations(특수 상황)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V&S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가치투자를 원칙으로 하지만 ‘특수 상황’으로 생기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쓴다. 이 대표는 특수 상황을 인수·합병(M&A), 기업 분할, 뉴스 등 기업 이벤트에 기인해 저평가된 종목 탐색을 통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통적인 가치주지만 어떠한 이벤트로 인해서 기업 가치가 더욱 더 상승하는 종목들을 발굴하는 것이 V&S의 차별화된 운용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건 수년 전부터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언제 누가 사갈지를 모른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러한 회사 이벤트 가치를 판단해 투자했고 1년 동안 50%의 수익률을 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V&S 투자자문의 대표 계좌는 최근 주식시장의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현재까지 8.5%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9.2%인 것에 비해 17.7% 초과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변동성 높은 약세장을 잘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우상향 곡선 그리며 불마켓 진입 전망

이 대표는 한국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를 보면 4월에 2231의 고점을 찍고 8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1644까지 급락했다가 11월 10일 기준으로 1963까지 회복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그래프 모양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한다.

코스피는 2007년 11월 2085에서 2008년 3월 1537로 하락한 후에 5월에 1899로 상승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그 후 2008년 10월 892까지 하강하는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지금은 2008년 위기 때와는 달리 불마켓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펀더멘털, 시장 포지셔닝, 사이클이란 세 요소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라고 했다.



시장은 자유낙하하지 않을 것

그는 경제 펀더멘털을 살펴보면 지금의 위기는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시장이 자유낙하를 하면 정치인들이 움직이게 되는데 상황이 악화되면 보다 극단적이고 강력한 정책들을 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움직이면 정치인들도 같이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재정 쪽은 안 좋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추가적인 색다른 부양책이 가능하다”고 했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대책이나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왔고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로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이 확산됐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현상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의 회복국면 연장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투자 확대

이 대표는 마켓플레이어(시장참가자)들의 포지셔닝을 보면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조언하면서 워런 버핏을 예로 들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3분기 폭락장에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39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버핏이 최근 15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분기에 투자한 적은 없었다. 장기로 보면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롱 펀드나 헤지펀드 둘 다 고전하고 있지만 위험자산을 떠안는 실적 위주의 매수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생각보다 긍정적인 놀라움(positive surprise)을 선사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이클은 심리적 요인

이 대표는 “거시경제 사이클을 보면 크게 절망, 희망, 성장, 낙관의 단계로 구분되는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절망과 희망 단계를 지나 지금은 성장과 낙관 중간에 있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성장 없이 유럽, 미국, 중국에 대한 걱정을 안고 경기가 회복하면서 성장과 극단적 낙관 사이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실업률이 계속해서 9% 수준으로 갈 수는 없고, 중국도 긴축 완화 정책을 써야 되고, 유럽도 마이너 리세션(소규모 경기 침체)에서 장기 침체를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추세를 보면 역사적으로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정점을 치고 1~2년 후에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기업의 이익성장률이 더 높을 때 장기에 걸친 불마켓이 지속된 점도 상승 추세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완만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상승장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희망 섞인 진단을 하면서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아직 복잡한 이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남호 대표는 거시경제 사이클 상 지금은 성장과 낙관 국면의 중간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가치투자가 실패 최소화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이 대표는 크게 업황을 나눠 보지는 않고 안정적으로 좋아질 회사, 당장의 분기 실적보다는 1~2년 후에 실적이 어떨지를 본다고 한다. 그렇다고 추전 종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주의 깊게 산업 변화를 지켜보는 업종으로 제약과 태양광을 들었다. 그는 “제약 같은 경우는 정부 규제 때문에 너무들 힘들어 하는데 결국에는 재편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당장은 투자하기 어렵지만 내년에 제약 산업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거기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장기투자로 상당한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도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는 제약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원이 대체 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시가총액이 작아서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가시적인 실적이 없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긴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포트폴리오에 담아놓고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희는 역발상자(contrarian)들”이라며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는 기업들 중에 기회를 본다”고 했다. 물론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소외돼 있다고 ‘사자’고 주장하진 않는다. 대형주 중에서는 철강과 금융을 추천했다. 모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비해 낙폭이 과대해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를 하면 개별 회사 입장에서는 실패할 수 있지만 포트폴리오 수준에서는 실패하기 어렵다”고 했다. 좋은 회사를 선정하면 그중에 몇 개 기업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기폭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남호
현 V&S 투자자문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모건스탠리
JP모건
시티은행


글 김석 한국경제 기자 ski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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