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Care] 운동과 절식으로 20kg 감량, 몸짱 대열에 합류한 손도일 변호사

법무법인 충정의 손도일 변호사는 지난해 골프를 치고 난 후 저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불어난 체중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던 것. 그때의 충격으로 그는 독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중학교 때 몸무게로 돌아갔다. 다이어트로 생활의 활기를 되찾은 그를 태평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손도일 변호사는 법무법인 충정의 파트너 변호사다. 15년 이상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와 국제소송 분야를 담당해왔다. 이베이의 G마켓 인수와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 설립과 인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최근 그는 국부펀드를 다룬 <국부전쟁>(Sovereign Wealth War)이라는 책을 냈다. 책을 통해 그는 국가 경쟁력과 기업 생존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는 국부펀드의 중요성과 그 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책 쓰기와 함께 시작한 중년의 다이어트

손 변호사가 국부펀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였다. 당시 KIC가 메릴린치에 투자했다 적잖은 손실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 국부펀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2009년 중반부터는 자료를 수집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의 국부펀드를 연구하면서 그는 국부펀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연구와 고민 끝에 탄생한 책이 <국부전쟁>이다.

처음 책을 쓰는 거라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향후 국부펀드의 영향을 생각하면 더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두른 덕에 지난해 말에는 원고를 끝낼 수 있었다.

“2010년은 저에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책을 쓰면서 생전 처음 다이어트를 했거든요.”

다이어트를 시작한 데는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8월 고객들과 골프를 치고 습관처럼 체중계에 올랐는데, 숫자가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러다 멈춘 숫자는 거의 0.1톤에 가까웠다.

“골프장 가면 몸무게가 원래 좀 불잖아요. 안 먹던 아침도 먹고 그늘집에서 간식도 하니까 아무래도 1~2kg은 불죠. 그래도 그 정도는 심각하다 싶었어요.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더군요. 원래 호리호리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체중이 그렇게 분 적은 없었거든요.”

문제는 불규칙한 생활과 과도한 업무였다. 사실 로펌 일은 일찍 끝나는 법이 없다. 주니어와 시니어의 업무가 깊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밤 11시가 넘어야 사무실을 나설 수 있다. 주니어 변호사 시절에는 운동할 시간을 내기도 불가능했다. 불규칙한 식사와 과중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과체중을 유발한 것이었다.

사법연수원 시절 80kg대였던 몸무게가 판사를 하면서 90kg대로 불었다.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에는 매년 1kg씩 몸무게가 늘었다. 그러다 급기야 0.1톤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달리기와 식사 조절로 3개월 만에 15kg 감량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처음 헬스클럽을 찾았더니 트레이너가 수영 30분, 달리기 30분을 하라고 권했어요. 그런데 제 경우 수영은 생각만큼 감량 효과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트레이너의 조언으로도 크게 효과를 못 본 그는 스스로 운동법을 바꿨다. 약 1시간을 쉬지 않고 뛰었다. 아침마다 그렇게 운동을 했다. 저녁에는 무리하지 않고 30~40분씩 산책을 했다.

주말 골프 약속도 대부분 취소했다. 골프가 체중을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대신 등산을 시작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산에 올랐다. 서울 시내에 있는 산이 주요 산행지였다.

음식 조절도 병행했다. 손 변호사는 운동보다 음식 조절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우선 좋아하던 과자를 끊었다. 커피도 칼로리가 높은 것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저녁 식사량을 평소의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줄였다.

저녁 식사량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파트너 변호사다 보니 클라이언트와 저녁 약속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해야 할 경우라면 일식이나 한식보다 양식을 택했다. 중식과 한식뿐 아니라 일식도 열량이 생각보다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샐러드와 스테이크가 주 메뉴인 양식은 탄수화물 섭취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처음 한 달이 가장 어려웠다. 운동도 버거웠지만 생각보다 체중이 줄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 한 달 동안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지만 3~4kg밖에 감량되지 않았다. 그 시기를 극복하고 두 달이 지나자 몸무게가 현격히 줄었다.

“3개월 동안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지 않더라고요. 식사량 줄이는 것도 어렵고요. 한 달, 두 달 참고 하다 보니까 체중이 주는 데도 가속이 붙더라고요. 3개월이 지나면서는 위가 줄어서 많이 먹지도 못했고요.”

건강과 함께 성취감을 선사한 다이어트

3개월 만에 15kg을 감량한 뒤 그의 현재 몸무게는 78kg이다. 중학교 시절의 몸무게로 돌아간 것이다. 체중을 줄이고 가장 반긴 것은 아내였다. 아내는 예전과 달리 갈비뼈가 잡힌다며, 전혀 다른 사람과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들도 마찬가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아들의 친구들이 “아저씨가 많이 달라졌다”며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생활도 예전보다 훨씬 활기차졌다. 체중을 줄인 후로는 피로감이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 고등학교 때도 10시를 못 넘길 정도로 피로감을 빨리 느꼈는데, 지금은 해외 출장을 다녀와도 바로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좋은 때는 옷을 살 때. 몸에 꼭 맞는 셔츠를 봐도 자신 있게 입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성취감에 도취된다.

“그 대신 옷값이 좀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입던 옷들은 줄이거나 새로 사야 했으니까요. 아, 또 하나 단점이 있네요. 드라이버 거리가 훨씬 준 겁니다. 남들보다 비거리가 많이 나갔는데 요즘은 중간 정도밖에 안돼요. 1kg마다 0.9m가 준다는데, 실제 그런 것 같습니다. 18m 정도 덜 나가는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그는 지금의 몸 상태에 만족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저녁 식사량은 줄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감량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국제소송을 담당하다 보니 해외 출장이 잦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짐꾸러미가 커졌다는 겁니다. 운동화며 운동복을 챙겨야 하니까요. 지난주에도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침 운동을 빼먹지 않았어요. 출장 때도 기내식은 절대 안 먹습니다. 기내식은 열량이 높을 뿐 아니라 비행기 안이라 열량을 소모할 방법도 없거든요.”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말이 있다. 중년의 위기란 45~55세 중년들에게 일어나는 내면적인 갈등이자 변화된 행동 패턴을 말한다. 이러한 위기에 처한 개인들은 인생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재평가하게 되고, 미래의 목표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지금이 제가 그 시기인 듯합니다. 제 경우에는 책 쓰기와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중년에는 그런 성취감이 꼭 필요한 듯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책을 한 권 더 쓸까 계획 중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