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d Out] 땅끝마을 절경에 펼쳐진 ‘한국의 페블비치’
입력 2011-09-15 17:45:20
수정 2011-09-15 17:45:20
PINE BEACH GOLF LINKS
수줍은 아낙의 소박함을 닮은 서해 낙조는 바다와 페어웨이의 경계를 허물고 작은 숫자에 연연해하는 나를 너무 작아지게 만들고 겸손하게 만든다.‘땅끝마을’ 하면 떠오르는 곳이 남쪽 바닷가 전라남도 해남이다. 한번 가본 사람이면 그 매력에 빠져 아름다운 땅이라 입을 모은다. 어느 지리학자는 해남을 땅 끝이 아닌 광활한 바다를 향해 용트림하는 ‘땅머리마을’이라고 해야 한단다.
천혜의 자연과 넉넉한 인심은 누구라도 손님이면 아랫목을 금세 내어줄 것 같은 포근한 곳이다. <어부사시사>의 보길도와 이 땅에 첫 봄을 맞는다는 청산도 등 남해의 비경을 잇는 뱃길이 열리는 이곳에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럽기로 소문난 골프장이 있다. 다름 아닌 '파인비치골프링크스' 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페블비치가 있다면 한국 해남에는 파인비치가 있다는 명성을 얻고 있을 정도다. 벌써 그 명성은 입소문을 탔고 개장 1년도 되기 전에 2년마다 선정하는 ‘골프매거진 선정 10대 골프장’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심미성에선 제주 나인브릿지를 제치고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서울 압구정에서 매일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약간 열린 창문으로 비릿한 해풍이 들어온다.
이윽고 남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더니 이내 클럽하우스에 도착한다. 파인 코스(9홀)와 비치 코스(9홀), 그리고 위탁 운영하는 오시아노(관광공사) 코스까지 모두 27홀이다. 바다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함을 더하고 시시때때로 지나가는 여객선과 통통배는 라운딩을 풍요하게 만든다.
눈이 즐겁고, 몸이 즐겁고, 그리고 마음이 즐겁다. 산악지형이 아니라 심한 업다운이 없고 그렇다고 평지가 아니니 심심하지도 않다. 여기다 스코어까지 잘 나오면 최고인데 어디 그럴까. 파인 코스를 무사히 지나 비치 코스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홀이 나온다. 이 중 최고의 백미는 비치 코스 6·7·8번 홀이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의 아멘코너가 있다면 파인비치에는 선셋코너로 명명한다. 서해의 낙조와 어우러진 선셋코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어느 개그맨이 말했던 것처럼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다. 선셋코너 첫 번째 6번 홀(파3)은 화이트 티 기준으로 그린까지 거리가 182m이며, 블랙 티에서는 215m가 넘는다. 조금이라도 짧거나 우측으로 밀리면 바다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더구나 바다에서 우측으로 바람이 불거나 맞바람이 부는 날에는 체면 차릴 것 없이 주저 말고 드라이버를 뽑아 들어야 한다.
첫 티샷을 바다에 헌납한 골퍼들의 재차 시도가 있지만 어디 해남 바닷가 바람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던가. 간신히 6번 홀을 지나면 파4에 화이트 티 369m. 블랙 티 433m로 바다를 넘겨야 하는 7번 홀이다. 유리한 세컨드 샷을 위해 무모하게 숏 컷을 시도하다가는 천 길 낭떠러지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지난해 한양수자인 파인비치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던 김대현 프로는 이 홀에서 바다에 2번 공을 빠뜨리고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선셋코너 마지막 8번 홀, 바다를 직접 건너지는 않지만 파5 홀로 화이트 티에서 445m, 블랙 티에서 510m로 해안선을 따라 우측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 홀이다.
이 홀 역시 티샷이 절대 우측으로 밀리면 안 되는 홀이다. 힘에 부치며 간신히 빠져 나오긴 했지만 스코어는 쓰다.
수줍은 아낙의 소박함을 닮은 서해 낙조는 바다와 페어웨이의 경계를 허물고 작은 숫자에 연연해하는 나를 너무 작아지게 만들고 겸손하게 만든다. 서형종 파인비치 대표는 한국의 골퍼들이 세계에 우뚝 선 것처럼 파인비치를 그렇게 최고로 우뚝 세울 것이란다. 과연 파인비치는 명불허전이었다.
글·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